캔터베리 이야기 - 하 을유세계문학전집 120
제프리 초서 지음, 최예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캔터베리 이야기』

<캔터베리 이야기> 상권에 이어 하권에서도 함께 순례길에 오른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권에서 이야기의 주도권을 잡은 이들은 의사, 면죄부 판매인, 선장, 수녀원장, 초서가 들려주는 토파스 경, 멜리비 이야기, 수도사, 수녀원 지도 신부, 두 번째 수녀, 성당 참사회 회원 도제, 식품 조달업자, 교구 주임 신부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다. 캔터베리 순례길에 나선 이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하권에서는 '하나님'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의사의 이야기'는 이해가 안 되는 여성의 정절에 대한 이야기다. 비르기니우스의 딸을 탐내는 재판관 아피우스가 양아치 클라우디우스와 짜고 비르기니우스를 고발하며 그의 딸이 사실은 자신의 노예였다 말한다. 클라디우스가 승소 판결을 얻어내자 비르기니우스는 음욕의 노예가 될 처지에 놓인 자신의 딸에게 스스로 죽음을 택하라 한다. 딸의 머리를 벤 후 머리채를 들고 재판관을 찾아간 비르기니우스는 교수형에 처해지게 되었지만, 사악한 범죄의 전말이 드러나자 재판관 아피우스는 자살을 했고 클라우디우스는 교수형이 내려졌으나 비르기니우스가 그를 불쌍히 여겨 간청해 추방당하는 걸로 마무리된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사랑하는 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클라우디우스가 재판관의 꾀임에 넘어가 벌어진 일이라고 불쌍히 여겨진다는 것이.. 자신도 원했던 일이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인데 단순히 꾐에 넘어가 순진하게 '나는 아무것도 모르오~' 하며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 "죄가 그대를 망쳐 버리기 전에 죄를 버리라."라고 했다는 하느님의 말씀이 있었다고 해도 내가 비르기니우스였다면 나는 그대를 교수형에 처하게 그냥 두리오~

'면죄부 판매인의 이야기'에서는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덕목들을 이야기하는가 싶었는데 결국엔 죄 사함 받기 위해 면죄부를 구입하라는 이야기로 끝난다. 이해하기 힘든 운문 이야기로 토파스 경 이야기를 들려주던 초서는 숙소 주인으로부터 면박을 당한 후 오랜 원수로부터 부인과 딸이 치명상을 입고 복수의 칼날을 가는 멜리비에게 그들을 용서할 것을 권하는 아내 프루던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멜리비 이야기를 들려준다. 딸까지 위험한 상황에 처할 만큼 큰 상처를 입었는데 어떻게 그들을 용서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이해 불가지만 원수도 끌어안을 수 있어야 진정한 승리자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한 것은 아닐까.

당시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고 시대상이 어떠했는지,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특히 하나님의 말씀이 엄격했을 거라 생각했던 그 시대에 면죄부를 판매했다니.. 믿을 수 없었지만 종교 개혁 이전의 이야기라면 가능한 것이라 그렇게 또 이해하고 넘어간다. 종교적인 언급이 많이 되는 하권은 종교인이 아니라면 쉽고 재밌게 읽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각각의 화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흥미 있고 재밌었지만 때론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도 만나고 사이가 같은 발언을 하며 감초 같은 역할을 했던 숙소 주인이 기억이 남는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