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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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 <세피아빛 초상>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 이사벨 아옌데. 4대에 걸친 가족사를 다룬 그녀의 첫 작품 '영혼의 집'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완벽한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후 '운명의 딸', '세피아빛 초상'을 발표하며 여성 3부작을 완성했다. 전작을 만나보지 못한 상태에서 3부작 중 마지막 편을 읽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 없었고 이전 작품도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커진 작품이라 하겠다.

샌프란시스코와 발파라이소 항구를 공통적인 공간으로 삼고 있는 여성 3부작은 19세기 후반 미국 서부로 이주한 칠레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운명의 딸'에 반해 <세피아빛 초상>에서는 칠레로 역이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줄거리 상으론 '운명의 딸' - '세피아빛 초상' - '영혼의 집' 순서라고 하니 아직 이 작품을 접하지 못한 분들이라면 참고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소설은 아우로라 델 바예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친할머니 파울리나 델 바예와 외조부모 엘리사 소머스, 타오 치엔, 어머니 린 소머스, 세베로 델 바예, 니베아 등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소설 초반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가계도를 계속 들춰보며 읽는 수고로움도 있었다~^^;) 파울리나 델 바예는 남다른 사업 수완으로 가정을 갑부 반열에 올려놓은 여장부다. 그녀의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아들 마티아스는 친구들과의 내기로 한 여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사라져버린다. 

중의 타오 치엔과 그의 아내 엘리사 소머스는 훌륭한 인성을 갖춘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생활하는 그들을 파울리나는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타오 치엔의 수입은 가난한 중국인 일용 노동자들이 병들거나 불행을 당했을 때 도와주거나 매춘부 여자아이들을 비밀리에 빼내는데 쓰였다. 자연스럽게 엘리사 소머스는 케이크 가게를 꾸려가며 살림에 보탬이 되었다. 이들 사이에 태어난 아들 럭키와 딸 린 소머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제일 예쁘다고 소문날 정도였고 예술업계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 마티아스를 알게 되었고 그는 하룻밤 상대로, 린은 진심이 담긴 사랑의 대상으로 그에게 안겼다. 이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바로 주인공 아우로라 델 바예다. 

아우로라를 낳고 과다출혈로 세상을 떠난 린, 자신의 아이를 임신 시켰지만 책임지지 않고 떠나버린 마티아스, 마티아스의 아이를 임신한 린을 사랑해 숫총각으로 아이 아빠를 자청한 세베로 델 바예, 세베로의 사촌이자 약혼녀 니베아. 이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 시대상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진취적인 여성들의 모습도 만나게 된다. 특히 니베아가 기억에 남는데 여성참정권에 대한 발언을 하던, 깨어 있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줘 이런 여성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피아빛 초상>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다른 작품도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될 정도로 그녀의 이야기는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캘리포니아 황금 열풍, 차이나타운 아동 성매매, 증기선, 칠레 내전 등 서평에서 미처 다 언급하지 못했던 많은 사건을 담고 있는 <세피아빛 초상>을 통해 이사벨 아옌데의 흡입력 있는 문장들을 꼭 만나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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