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초상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31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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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하)』

통통 튀는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던 이사벨은 자유의지를 한없이 드러내며 런던 귀족 워버턴 경과 미국 사업가 캐스퍼 굿우드를 차례로 뻥~ 걷어찼다. 결혼에 대한 의사가 없었고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싶어 하던 그녀였다. 그랬기에 반듯한 청년처럼 보이던 워버턴 경과 굿우드의 청혼을 거절했을 땐 아쉬움이, 의도가 뻔히 보이는 애 딸린 이혼남 길버트 오즈먼드는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다.

수녀원에서 교육을 맡아 하고 있던 길버트 오즈먼드의 딸 팬지가 등장했고, 길버트 오즈먼드에게 재산이 갑자기 많아진 이사벨을 잡으라고 권하는 마담 멀. 마담 멀과 오즈먼드 사이에 뭔가 있어 보이는 껄끄러움을 던질 수 없었던 이야기 속에서 역시나.. 하고 이마를 턱~ 치게 만드는 장면에선 화가 치밀어 오르기까지 했다. 오즈먼드 접근은 이사벨의 재산을 노리는 것이라 생각하는 그녀의 이모 터치트 부인과 아들 랠프 터치트. 이사벨에 대한 사랑보다는 뭔가 다른 목적을 가진 이의 접근은 달갑지 않았고, 그녀를 위한 조언은 사랑에 눈이 먼 상태라 당연히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길버트 오즈먼드를 선택한 이유는 그가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 아무래도 이사벨에겐 오즈먼드에 대한 모성본능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그녀가 그에 대해 모르는 무언가는 있었으니.. 나중에 알고 난 후에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독자들도 함께 가슴 아파하며 지켜봐야 하는 문제였다. 오즈먼드와 이사벨의 결혼 생활은 크게 좋아 보이진 않았다. 자신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듯한 집안 인테리어 하며, 팬지의 장래 반려자에 대한 언급 자체에 발언권이 없어 보이는 이사벨의 모습, 안 그런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오즈먼드 가족 사이에 끈적하게 녹아 있는 것 같은 마담 멀 등.. 이해하려고 해도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던 <여인의 초상>이다. 제발 아니길 바랐던 그녀의 결혼 생활이 갑작스레 진행되고 병색이 완연히 짙어진 랠프의 모습을 보면서 이사벨과 더불어 독자 역시 안타까운 마음이 컸을 거라 생각된다.

많은 부분 억압된 상태로 생활하는 이사벨을 보면서 랠프를 처음 만났던 당시 당돌해 보이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랠프가 세상을 떠나던 순간, 그의 곁으로 가려는 이사벨을 통제하는 오즈먼드가 너무 미웠다. 모진 수모를 겪으며 랠프에게 향했지만 모든 이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오즈먼드에게로 향하는 이사벨의 발걸음을 막고 싶었던 마음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랠프 터치트, 터치트 부인, 마담 멀, 워버턴 경, 캐스퍼 굿우드, 헨리에타 등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너무 확실하게 드러나 읽는 재미를 더했던 것 같다.

조금만 더 남들과 일반적인 선택을 했더라면, 아니 조금 더 영악한 선택을 했더라면 그런 생활은 없었을 것 같은 이사벨이 안타깝기만 했던 <여인의 초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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