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9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지음, 이혜수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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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이야기』

18세기 영국 사회에서 신분 종교 성별의 제약에 맞서 예술적 성취를 이룬 엘리자베스 인치볼드의 대표작 <단순한 이야기>. 사실 처음 들어보는 작가라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어떤 주제의 이야기를 다룰지 궁금함이 더욱 컸다고 하겠다. 농부의 아홉 자녀 중 여덟째로 태어난 엘리자베스 인치볼드는 혀가 짧은 신체적 약점에도 런던으로 가 극단에서 활동했고 결혼 7년 만에 남편이 돌연사한 후 재혼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고 한다. <단순한 이야기>는 그녀의 절친 시든스 부인의 동생을 모델로 한 작품으로 여성의 욕망과 주체성이라는 주제로 출간 한 달 만에 중쇄를 찍을 만큼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라고 한다.

<단순한 이야기>는 총 4부의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1, 2부는 밀너 양의 이야기가, 3, 4부는 밀너의 딸 머틸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초반 내용을 읽을 때만 해도 가톨릭 신부와 통통 튀는 아가씨의 사랑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연결될 때까지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딱.. 그렇게 기분 좋은 내용만 나를 기다린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이 사랑의 결실을 맺은 이후로 앞서 보였던 모습은 볼 수 없어 경악을 금치 못했던 신부의 행동에 화가 나기도 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밀너 씨는 진실한 우정을 맺었던 가톨릭 사제 도리포스 신부에게 후견인으로 자신의 딸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온화하고 이해심 많은 신부 도리포스는 신중, 정의 용기, 절제의 기독교 4대 미덕을 실천하며 아름다운 밀너 양과 함께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아가씨는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즐거움을 최대한 만끽하려는 것 같다. 걱정이 이어지고 주의를 기울이던 도리포스는 잔소리를 하기에 이르렀고 프레더릭 경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밀너 양을 데리고 시골로 가기에 이르렀다.

시골에서 생활하던 중 프레더릭 경은 그곳까지 찾아왔고 그와 결투를 벌이려는 도리포스 신부를 위해 프레더릭 경을 사랑한다는 거짓 고백을 하는 밀너 양. 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향한 곳은 프레더릭 경이 아닌 도리포스 신부였는데 그가 알 턱이 있나. 자신 때문에 신체적 상처를 입은 도리포스 신부를 위해 그를 떠나 친척의 집에 머물기로 결정한 밀너 양은 도리포스의 사촌 엘름우드 경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고 마음의 병을 얻어 앓아누운 그녀를 찾은 새로운 엘름우드 경을 만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사제직을 내려놓은 도리포스였다. 그렇게 밀너 양과 도리포스의 사랑은 결실을 맺게 되는데...

"도리포스는 매우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의 천성에는 악의 그늘이 있었다."라고 하는 대목으로 알아봤어야 했다. 자상하고 이해심 많았던 도리포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변했고 폭군 그 자체의 엘름우드 경만 존재했다. 밀너 양을 이랬다저랬다 변덕이 심하고 남성들과의 추문의 주인공이라 생각하던 샌퍼드 신부는 밀너 양을 엄청 싫어했지만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준 이가 샌퍼드 신부였다. 뭔가 발랄함이 느껴졌던 초반부를 지나 엘름우드 경과의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난 후엔 우울함이 가득했던 <단순한 이야기>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동정심 많고 감정이 풍부하고 정의로웠던 엘름우드 경의 변화된 모습,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부당한 대우를 묵묵히 받아들였던 딸 머틸다. 엄마 밀너 양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던 딸이 더 가슴 아프게 기억에 남는 <단순한 이야기>는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 순간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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