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순수의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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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순수함을 의미하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표지가 예뻐 보였다.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이디스 워튼은 '버너 자매'를 통해 먼저 알게 되었는데 그 후 그녀의 작품 중 '석류의 씨'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순수의 시대>는 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1870년대 뉴욕 상류층 사회를 배경으로 그 시대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여성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이는 뉴런드 아처, 발언은 그렇게 했음에도 그는 뼛속까지 뉴욕 사회의 규범과 그 틀에 갇힌 사람이다. 순종적이고 관습에 얽매인, 뉴욕 상류 사회의 '순수'한 여성의 기준에 부합하는 아름다운 여성 메이 웰런드는 아처와 약혼한 사이다. 이런 이들 사이에 엘런 올렌스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처와는 어렸을 적 친구였던 엘런은 올렌스카 백작 부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남편과 별거 상태로 뉴욕으로 돌아왔다.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분방해 보이는 엘런은 뭇 남성들뿐만 아니라 아처에게도 흔들림의 대상이었다.

메이와 다른 모습의 엘런에게 점차 빠져드는 아처는 위험함을 느끼고 메이와의 결혼을 서두른다. 하지만 뉴욕의 관습대로 약혼 날짜는 줄어들지 않았고 아처는 변호사로써 엘런의 이혼 사건을 담당하며 엘런을 향한 아처의 마음을 깨닫는다. 메이와 헤어질 결심을 하는 아처, 결혼을 서두르려 할 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결혼을 승낙하는 메이. 엘런을 가슴에 품은 채 메이와 결혼한 아처는 메이와의 결혼 생활이 즐거울 리 없었다.

이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당시 사회 규범에 맞게 올렌스카 백작 부인 역시 이혼을 포기했고 엘런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아처의 모습을 보며, 마침 돌아오라는 올렌스카 백작의 편지에 엘런을 떠나보내려는 사교계와 메이였다. 메이는 자신의 임신 소식을 엘런에게 전하며 아처를 향한 그녀의 마음을 끊어놓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엘런은 금전적 지원을 끊겠다는 백작의 편지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곁을 떠나긴 했지만 독립적인 삶을 살아간다. 엘런을 가슴에 묻고 메이의 남편으로, 그리고 아버지로 살아간 아처는 메이를 먼저 떠나보낸 후 엘런과 재회할 기회가 생기지만 끝내 돌아서고 만다.

"미국 사회의 건전한 분위기를 잘 그려내고, 최고의 습속과 남성상을 잘 묘사한 작품이라야 한다."는 당시 선정 기준에 부합했기 때문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이 작품 안에 녹여낸 당시 상류 사회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처를 사랑하지만 사촌 동생의 행복을 위해 떠나는 엘런, 자신의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엘런을 적극적으로 쫓아낸 메이,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려 했지만 아내의 임신 소식에 사랑을 가슴에 묻어버린 아처. 묘하게 모두가 다 이해되고 순간순간 아슬아슬함을 느낄 수 있었던 <순수의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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