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라의 비밀 약방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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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의 비밀 약방』

가끔 뉴스를 보거나 드라마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을 볼 때마다 얼마나 독해야 사람을 죽일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힘든 사건을 겪은 이들이라면 누군가를 향한 '살인 의지'가 불끈 불끈할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여기 1800년 대 은밀히 숨어 독을 제조한 약제사가 있다. 그녀도 처음부터 독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오직 여성들에게만 열리는 약방,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18세기, 엄마가 운영하시던 약방을 이어 받아 운영 중인 넬라는 공식적인 약방 안쪽으로 은밀한 공간에서 독약을 제조한다. 간단한 사연을 담은 편지가 도착하면 그에 맞는 독약을 제조하고 넘겨준다. 여성들의 복수에 사용하는 이 독약은 여성을 향할 수는 없었다. 곰 그림이 그려진 유리병에 채워지는 독약을 받아 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조용히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고 있었다.

현재의 캐롤라인은 역사학자를 꿈꿨지만 남편과의 결혼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부모님 농장에서 일을 하며 아이를 낳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결혼 10주년을 맞이한 여행에서 준비한 선물도 전해주며 행복한 한때를 꿈꿨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남편의 외도 소식이었다. 그렇게 혼자 떠나게 된 여행지, 템스 강 근처 진흙 뒤지기에 참여하게 된 캐롤라인은 곰 그림이 그려진 18세기 것이라 추정되는 유리병을 발견하게 된다. 약병으로 사용되었을 거라 추측하던 캐롤라인은 진흙 뒤지기 진행자의 딸 게이너의 도움을 받아 조사를 시작한다.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았던 넬라와 엘리사가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엘리사가 일하고 있는 암웰 가의 안주인의 일을 돕다가 암웰 부인이 사용하고 싶은 독 달걀을 받으러 오면서부터다. 독 달걀을 사용해 암웰 주인님을 성공리에 살해한 날 엘리사는 생리를 시작했지만 사람을 죽인 두려움에 암웰 주인의 유령으로 인해 자신이 피를 쏟는다고 생각했다. 두려움을 안고 다시 찾은 넬라의 약방에서 복수하고 싶은 여자에게 쓸 최음제를 만들어 달라는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넬라와 엘리자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을까?

18세기의 넬라와 엘리자, 현재의 캐롤라인을 오가며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진다.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평범한 약방에서 독을 제조하는 넬라의 사연을 만날 수 있고, 세 여성이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복수를 위해 만들기 시작했던 독약이 자신의 숨통을 조여왔던 넬라의 이야기 속에서 제일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부분은 약을 사간 여성들의 이름을 기록한 장부에 대한 이야기였다. 단순한 장부가 아닌 넬라 자신의 인생을 말해주는 증거였고 역사가 지워버릴 그녀들의 이름이 적힌 장부의 흔적이었다.

연쇄 독살 사건이 되어버렸지만.. 여자들만 살 수 있는 독약을 판매하는 백 엘리 3번가의 약방, 넬라와 엘리자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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