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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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여인의 초상>으로 헨리 제임스의 책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유럽 문명을 바라보는 예리한 관찰력과 분석력,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구조와 문체, 소설 이론의 선구적인 고찰에 있어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헨리 제임스. <여인의 초상>은 한 여인이 시대의 인습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이상을 좇아 보낸 몇 년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드워드 6세 시절에 지어졌고 무수히 많은 시간을 거친, 런던에서 멀리 떨어진 템스 강변 시골 마을에 이름과 역사가 있는 저택이 있었다. 저택은 미국 은행가였던 터치트 씨의 소유가 되고, 30년 전 런던으로 온 노신사가 된 터치트 씨, 별거로 인해 일 년에 한 번 정도 보는 아내, 병약한 아들 랠프 터치트가 이 저택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런 터치트 씨 저택에 별거 중인 아내와 그녀의 조카 이사벨이 등장했다. 젊고 아름답고 지적인 미국 여성인 이사벨 아처, 아버지를 여의고 이모의 제안으로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할 계획을 가지고 오게 되었다. 그런 그녀를 본 랠프의 친구 워버턴 경은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당당하고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이사벨에겐 그녀 못지않은 친구 헨리에타 스택폴이 있다.

헨리에타 스택폴은 '인터뷰어' 여성 기자였고 이사벨이 있는 곳에서 기삿거리를 찾고 있었다. 터치트 씨와 그의 저택에 관한 기사를 쓰고 싶었지만 거절당했고 미국에선 보지 못했던 귀족을 만나길 바랐다. 그녀는 미국과 영국을 비교하며 개방적인 듯 보이기도 했지만 랠프에게 결혼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칠 때엔 개방적인 게 맞는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이사벨을 향한 사랑을 쟁취하고 싶었던 워버턴 경은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거절당한다. 미국에서부터 알고 지냈던 캐스퍼 굿우드 역시 그녀의 상대는 아니었다. 귀족, 사업가.. 그녀에게 전혀 뒤질 것 없어 보이는 두 남자의 청혼을 거절한 자유로운 영혼 이사벨.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었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던 이사벨은 여행을 시작한다. 어지간한 여인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해 줄 워버턴 경도 거절하고 굿우드 역시 거절한 이사벨은 이모부인 터치트 씨로부터 유산을 일부 받았고 재력까지 겸비하게 되는데..

미모와 재력까지 겸비하게 된 이사벨 앞에 등장하는 마담 멀과 오즈먼드 씨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권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여인의 초상> 상권에서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재미가 있다. 귀족다움의 상징인 워버턴 경, 통통 튀다 못해 어디로 튈지 모를 두 여성 이사벨과 헨리에타, 유산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고수해 온 이미지를 여전히 유지 중인 이사벨이 앞으로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뭇 남성들 앞에서 당당함을 잃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이사벨에게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다음 권을 빨리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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