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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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쓰메 소세키의 책은 이번에 읽은 <마음>이 처음이다. 작가 이름은 굉장히 유명하고 '고양이로소이다'의 저자인 것까지만 알고 있었다. 유명세를 치르는 그의 작품, 그래서 너무 궁금했던 작가였고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다. 내가 처음 접한 그의 소설 <마음>의 전체적인 느낌은 '잔잔하다'였다. 크게 자극적인 내용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하지만 뭔가 허를 찌르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갈팡질팡, 이랬다저랬다 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가지게 된 잔혹하게 변해버린 '마음'은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솔직하지 못했음에 속이 상하기도 했더랬다.

<마음>은 '나'라는 화자가 '선생님'을 가마쿠라의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왕래하며 친분을 쌓고, 절반가량의 분량은 선생님의 과거 이야기를 전하는 편지가 주를 이룬다. 접점이 없어 보이는 선생님을 우연하게 만난 후 나이 차이도 좀 나는 선생님에게 끌리게 된 것일까? 도쿄로 돌아온 후 선생님 집을 찾아가는 화자에게선 선생님으로부터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한발 다가섰다 생각되면 두세 발은 멀찍이 뒤로 물러서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느낌이다. "인간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에 들어오려는 사람을 팔 벌려 껴안아 주지 못하는 사람, 그게 선생님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을 이렇게 표현했나 보다. 능력도 있어 보이는 선생님은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 사연 있어 보이는 누군가의 묘를 찾아가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궁금한 '나'.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병환으로 대학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간 나는 선생님께 일자리 주선 편지를 부모님의 강요로 보내게 된다. 이런 문제로 답장을 하지 않을 선생님인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답장이 없으니 내심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다 도쿄로 와 달라는 전보를 받지만 때마침 위독하신 아버지를 두고 갈 수 없었다. 점점 기력이 쇠해진 아버지, 그리고 날아든 두툼한 선생님의 편지, 궁금한 마음에 잠시 열어 본 편지 마지막 장엔 이미 이 세상에 자신이 없을 거라 말하는 선생님.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당황한 나는 그길로 도쿄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편지 속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부모님, 부모님이 상속한 재산을 맡아 관리하던 작은아버지의 배신, 남은 재산을 정리하고 도쿄에서 하숙집을 구하고 하숙집 아주머니와 딸과 차츰 친해져가는 이야기, 친구 K와 K를 하숙집에 들이게 된 사연 등 한 사람의 전기가 진행된다. K가 하숙집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하숙집 아주머니의 만류를 들었더라면 두 사람의 인생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숙집 딸을 사랑하게 된 후 하숙집으로 들어온 K는 누군가와 어울려 살만한 친화력이 없었다. 그런 그가 변해가는 모습이 보였던 것은 같은 사람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었다. K의 고백을 들은 나는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기회를 놓쳤지만 솔직하게 말했어야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속에서 자기혐오로 괴로워하는 '선생님'은 그 무게가 무거워 끝내 친구를 따르는 선택을 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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