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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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가끔 내가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해 본 적 없으세요? 어렸을 적에 누구나 투명인간, 공간이동 등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법한 것들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을 거예요. 저 역시 그랬거든요.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만약 내가 투명인간이 된다면 난 무엇을 할까 등등 신나게 상상하고 상상 속에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투명인간> 속 투명인간은 본인이 원해서 남들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으니 더 기쁘고 신나는 일들만 있었겠다 싶은데 진짜 그랬을까요?

어느 겨울, 세찬 눈보라를 뚫고 아이핑의 '역마차'에 이방인이 묶게 됩니다. 흰 붕대로 동여맨 머리, 기괴한 고글을 쓴 사내는 외투 깃을 높이 세우고 챙이 큰 모자를 써 자신을 최대한 가린 모습입니다. 그리고 사람들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외면한 채 어둑하게 만든 숙소에 숨죽여 지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주민들의 눈에 이상한 모습으로 비치는 이방인과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옷은 입었는데 빈 소매를 목격하거나, 목사관에서 돈이 사라지고, 가구들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등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던 어느 날, 이방인의 본모습이 공개되죠.

숙박비를 밀리며 독촉에 시달리던 이방인은 몸에 감았던 붕대와 옷을 벗어버리고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목소리만 들리는 이 투명인간은 성격도 고약하네요. 모두가 투명인간을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고, 제 뜻대로 좌지우지하려던 자에겐 자신의 연구노트를 빼앗긴 상황. 유능한 물리학자인 투명인간 그리핀은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켐프를 찾아가고 자신이 그간 겪은 일을 이야기하며 캠프가 자신의 조력자가 되어주길 바라는데...

그리핀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후 자신을 몰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하여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싶어 했습니다. 보이지 않을 뿐 여전히 보통 인간과 똑같은 생활을 해야 했던 그리핀이 과연 처음부터 악한 마음을 가졌을까요? 투명인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를 악하게 몰아간 것은 보이는 사람들 아니었다 생각됩니다. 남들과 똑같은 삶을 다시 살고 싶었던 그리핀, 투명인간에서 남들과 평범하게 보이는 몸을 가지고 싶었던 그는 끝내 자신의 소망을 '죽음'을 통해 이루게 됩니다. 나쁜 짓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었는데 조금만 도왔더라면, 그가 '그리핀'이란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알았더라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생각하게 합니다.

아직도 편견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몰아가고, 그럴 것이라는 추측으로 변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어요. 최소한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해선 귀 기울여 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투명인간>을 읽으며 처음 괴팍한 모습을 보였던 투명인간의 성격이 참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진짜 '악한 이'는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핀의 행동 역시 달랐어야 하는 것 아닌가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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