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
이희준 지음 / 별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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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

강아지가 총을 들고 다니고, 천사 날개를 단 사람이 날면서 포를 쏜다. 사람 모습도 보이는데.. 이 책, 무슨 내용을 담고 있길래 다양한 모습의 생명체가 총을 들고 있는 걸까 궁금해진다. 2020년에 추리, SF, 스릴러를 결합한 장편소설 '로봇 교사'를 출간한 작가 이희준의 신작 <하현>은 주인공의 이름이다.

다양한 종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황제 치하의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인간을 비롯하여 도깨비, 요정, 천사, 시민묘, 시민견 등 다양한 종족이 생활하며 노예제도가 존재하는 곳이다. 김하현은 이발사인 아빠와 단둘이 사는 고등학생인데, 아빠는 도깨비다. 어느 날 민주정을 요구하는 시위 소리에 궁금해 가게 밖으로 나왔다 웬 화물차에서 내린 사람들의 무차별 공격에 당하며 실려가는 것을 목격한 하현. 이 차는 무법 지대인 초열구로 향했고 경찰도 조사할 수 없는 구역이라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었다. 시민에게 도움이 되어야 할 경찰은 골치 아파질 상황을 피하고 싶기만 한 듯하다. 도움은커녕 어린 것이 따진다며 윽박을 지르거나 자신들 영역 밖의 일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 아빠를 찾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하현은 초열구 안으로 끌려간 아빠를 무사히 구출할 수 있을까?

지금은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거인 도깨비 만월은 바구니에 담긴 채 한강을 떠내려 오던 걸 발견한 인간 부모가 키운 아이다. 세상 밖으로 내놓지 않으려 꽁꽁 숨겨 키워봤지만 점점 커지는 체격은 어쩔 수 없었다. 더 이상 숨길 수 없이 커지는 만월은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순한 성격 때문에 친구들의 괴롭힘을 당해야 했지만 선희는 그런 만월을 도와주는 친구였다. 만월의 치유 능력을 알고 찾아드는 사람들을 피해 황립연구소로 보내졌지만 인류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만월을 연구하고, 그의 능력을 이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하현은 민주화 시위의 피해자인 선희의 아들이었고, 화염에 휩싸인 집에서 구출해 낸 하현에게 마력을 나눠주고 살려낸 아이 하현은 이제 아빠 만월을 구하려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왜 이리 답답할까 했는데 민주화 운동이 일었던 '광주'가 떠올라서였다. 민주화를 이뤄내기까지 많은 이들이 희생당하고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우리의 현실을 담은 책 <하현>. 인류를 위한 목적으로 나누어진 아빠의 마력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노예제,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건물을 지키려면 담을 쌓아야 하지만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담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장벽은 허물기 위해서 쌓은 것이고 문은 열기 위해서 존재하는 겁니다. 세상을 막기 위한 게 아니라 세상으로 문을 여는 게 아저씨가 비로소 해야 할 일입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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