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MIDNIGHT 세트로 만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이름만 익히 알아오던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다. '인간 실격' 이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날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신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말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제대로 된 '인간'은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이를 말하는 건지 궁금해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오바 요조의 세 장의 사진에 대한 설명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원숭이처럼 볼썽사나운 주름을 지으며 웃고 있는 열 살 전후의 사진, 어딘가 모르게 괴담 같은 불길한 것이 느껴지는 청년 시절 사진, 표정도 인상도, 특징할 것 없는 흉측하고 불길한 냄새가 나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마지막 사진까지 뭔가 느낌이 평범하진 않다.
어렸을 때부터 병약해 누워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배고픔이란 감각을 느끼지 못했고, 이웃이 겪는 고통 역시 가늠하지 못했다.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이 컸지만 그렇다고 멀리할 수도 없었다. 요조는 광대 짓을 통해 인간과 이어질 수 있는 길을 택했다. "나는 무(無)다, 바람이다, 허공이다." 이런 생각들이 커져 광대 짓으로 가족을 웃기고, 주변인들에게까지 광대 짓을 해야 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자신만의 광대 짓이란 '가면'을 쓰고 다녔고 깔끔하고 밝고 뒤끝 없이 살고 있는 인간을 이해하지 못했다.
중학생이 되며 집을 떠나 학교를 다녔고 남들과 같은 생활을 하지 못했다. 삶에 대한 공포,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요조. 그는 마약에 손을 댔고 자살을 시도했다. "나는 인간에 대한 공포감에 늘 버들버들 떨면서, 또 인간으로서의 자기 언행에 조금도 자신감을 갖지 못한 채 온갖 고뇌를 가슴속 작은 상자에 숨기고, 그 우울과 긴장감을 기를 쓰고 감추며, 오로지 천진난만한 낙천성을 가장하면서 점차 광대 짓만 하는 기괴한 사람으로 완성되어 갔습니다." 술, 매춘부, 마약.. 그리고 수차례 자실 시도. 요조의 모습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정신 병원에 갇히며 스스로 '인간 실격'이라 명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공부도 잘했던 다자이 오사무는 왜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을까? '인간 실격' 속 요조는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라 말한다. 그는 인간 실격을 완성한 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하는데 자신을 무(無)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건 아닌지 가만히 짐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