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MIDNIGHT 세트로 만나는 레프 똘스또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 대문호 레프 똘스또이. 대표작으로 '부활', '안나 까레니나' 등이 있는데 다행히 대표작 중 한 권은 읽어본 책이라 은근한 자신감이 올라온다. 이 소설은 똘스또이가 존경했던 법관 이반 일리치 메치니꼬프를 모델로 했다고 전해진다. 똘스또이의 중단편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반 일리치의 부고 소식으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그의 사망 소식에 직장 동료들은 그를 대신해 인사이동이 있을 것을 예상하며 한자리 꿰찰 궁리를 했고 이반 일리치의 부인은 보상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없을지 궁리했다. 한 사람의 죽음 앞에 많은 사람들의 속내가 드러나고 있었다.
이반 일리치는 성공한 판사로 노는 것을 좋아했지만 일할 때만큼은 극도로 신중하고 사무적인 사람이었다. 반면 사교적인 자리에서는 장난스럽고 재기 발랄하면서도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그는 다른 지역의 예심 판사로 부임해 간 곳에서 2년 후 아내를 만났고 행복했던 신혼 생활은 아내의 임신 이후 파괴되었다. 근거 없는 질투, 바가지를 긁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아내였다. 그럴수록 그는 자신만의 고립된 일의 세계로 달아나 거기서 즐거움을 찾았다.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새집으로 이사도 했고 직접 단장을 하다 사다리에서 떨어져 창틀 손잡이에 옆구리가 찔리는 사고가 있었지만 금방 괜찮아졌다. 괜찮아졌다 생각했다. 그 후 옆구리가 불편해지더니 점점 악화되었고 병이 되고 말았다. 병원에서도 손쓸 수 없었고 점차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부인하던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주변을 용서하는 이반 일리치다.
이반 일리치를 통해 죽음을 대하는 이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었다. 살다 보면 너무 힘들고 지쳐 일어서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사람들은 쉽게 '죽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내 눈앞에 죽음이 가까이 와 있는 걸 확인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날 때 '참 좋았던 시절이었다'라고 회고할 수 있길 바라며...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