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은 벌써 84일째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밑에서 어부 일을 배우던 소년도 부모의 만류로 다른 배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로는 여전히 살뜰히 챙기고 있었다. 힘이 넘쳤고 고기도 잘 낚았을 그였지만 세월의 흐름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것 같다. 노인은 소년이 없는 배에서 홀로 고기를 잡으러 나갔고 혼자 이야기하는 습관이 생겼다.
85일째 되던 날 노인은 좀 더 먼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떠났다. 그리고 드디어 혼자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큰 말린(청새치)를 낚데 성공한다. 하지만 혼자 작은 배에 말린을 끌어올려 실을 수도 없다. 말린의 힘을 가늠하기 위해, 그리고 힘을 빼기 위해 며칠 바다 위를 머물며 큰 소리로 말린에게, 새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사투를 벌여가며 말린을 배에 싣지는 못하고 끌고 가는 노인, 피 냄새를 맡고 달려든 상어로 인해 또 한 번 사투를 벌이는 노인이다.
바다 위에선 연약한 한 사람보다 바다에 사는 이가 더 우위에 놓이는 것이 당연한 이치겠다. 상어의 힘을 감당하기 힘든 노인, 처절한 사투를 벌이지만 말린은 뼈만 남고 말았다. 뼈만 안고 돌아온 노인이 느꼈을 허무함이 어느 정도였을까. 노인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말린을 상어에게 놓아주고 일단 내 목숨 먼저 챙기자 했을 것 같은데 끝까지 사투를 벌인 노인이 대단하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