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와의 정원
오가와 이토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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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와의 정원

뭔가.. 행복하고 예쁜 이야기만 가득할 것 같은 표지의 책이다. 흡사 빨강 머리 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의 집이랄까? 그리 크지 않아도 아담한 주택에 나무와 꽃이 심겨 있는 작은 정원을 가진 집.. 내가 꿈에 그리는 나의 집이다. 딱 이 표지 같은 집에서 알콩달콩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은 어렸을 적부터 가졌던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예쁘기만 할 것 같은 토와의 정원은 예쁜 추억만 가져다 주진 않은 것 같다.

'달팽이 식당', '츠바키 문구점'으로 유명한 오가와 이토의 신작 <토와의 정원>은 소소하고도 보잘것없는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전하는 소설이다. 잔잔한 울림을 주는 오가와 이토의 전작을 읽은 기분이 좋았던 터라 이번 작품에도 기대가 컸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토와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엄마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엄마가 읽어주는 책으로 세상을 상상하고 살아가는 힘을 가지는 토와다. 배움에 대한 열정도 있어 엄마로부터 글자를 배우고 단어를 익히며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언어를 습득했다. 토와에겐 수요일 아빠가 있었는데, 토와의 집에 필요한 생필품을 수요일 아빠가 매번 채워주었다. 새의 지저귐으로 계절과 하루의 시작, 끝을 알고 수요일 아빠로 인해 한 주의 시간을 알 수 있었다.

정원에서 불어오는 수많은 향기, 엄마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주는 음식 등 앞을 보지 못하는 토와는 소리와 향기로 많은 것을 가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열 번째 생일을 맞이한 토와는 엄마와 기념 촬영을 위한 사진관으로 첫 외출을 시도한다. 그날의 외출은 소음이 너무 큰 충격으로 다가와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겠단 결심까지 하게 된다. 사진관에 도착해서도 한참 동안 엄마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린 토와는 제대로 사진이나 찍었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렇게 마친 첫 외출의 트라우마로 토와는 점점 더 집에 갇히지 않았나 한다.

토와와 함께 생활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말하는 엄마는 토와에게 잠자는 숲속의 공주 약을 먹이고 밤을 이용해 일을 나간다. 잠에서 깨어나면 언제나 토와 곁에 엄마가 돌아와 있다. 첫 외출 후 침대에 쓰러져 있던 엄마는 삼일 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그 후 일하러 나갔다가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엄마, 한참 동안 생필품을 대주던 수요일 아빠마저도 시간이 지나고 집에 쓰레기가 쌓일 때 걸음을 끊었다. 이제 먹을 것도 없고, 쓰레기는 쌓여가고, 새와 나무는 노래도 말도 하지 않는다. 계절이 몇 번이 흘렀을까..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마음에서 놓은 토와는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내딛는데.. 과연 토와는 세상 속에 녹아들 수 있을까?

그렇게 사라질 거면 세상 살아가는 방법이라도 좀 알려주지.. 몇 년 몇 월 며칠에 태어났는지 정도라도 알려주지.. 엄마가 토와 곁에 있어주지 못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도만이라도 알려줬으면 그 오랜 시간 동안 쓰레기가 쌓여가는 곳에서 힘들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낯선 이가 오면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인기척을 내지 말라고 우리는 알려주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것만이 최선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상황에 따라서 손을 내밀 줄 알아야 함을 알려줬더라면 토와은 좀 더 빨리 세상에 나올 수 있었겠지?

최근 TV에서 빈번히 나왔던 신생아와 아동에 관련된 이야기가 눈앞에 그려졌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나 했던 토와가 주변의 도움으로 일어서는 모습에 더 힘차게 살아가라고 응원하게 된다. 비록 우리가 알고 있는 부모의 범주에서 살짝 벗어났지만 '엄마'를 그리워하는 토야가 안쓰러웠고 앞날을 응원하게 되는 <토야의 정원>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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