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개정판
김훈 지음 / 푸른숲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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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개의 처량해 보이는 표정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반려견을 18년 동안 함께했던 터라 동물이라면 좋아함을 뛰어넘어 책이든 영상물이든 찾아보게 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의 이목을 사로잡은 책이 바로 김훈 작가의 '개'다. 이 책은 2005년 출간된 책이지만 작가가 손봐서 다시 내 놓은 개정판이다.

댐 건설로 물에 잠기기 시작한 마을, 그곳에 태어난 진돗개 '보리'는 수컷이다. 주민들은 하나둘 떠나고 보리의 주인 할머니마저 정든 곳을 떠나야 했다. 그동안 일군 밭을 떠날 수 없었던 할머니는 목놓아 울기까지 했다. 보리는 할머니의 둘째 아들이 사는 바닷가가 있는 곳으로 갔고 할머니는 큰아들이 사는 도시로 가 생활하다 흙 내음을 맡으며 살아야 한다며 보리가 있는 둘째 아들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재빠르고 정확해야 남의 눈치를 잘 살필 수가 있다. 남의 얼굴빛과 남의 마음 빛깔을 살필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있어야 한다.

부드러운 마음이 힘센 마음이다.

글로 만난 보리는 눈치가 빠르고 영리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주인을 섬기는 진돗개다. 옛 주인을 못 잊어 골골하는 개가 아닌 너무나도 현명해 보이는 진돗개의 면모를 지녔다는 느낌이 들었다. 냄새를 통해 인생을 꿰뚫어 보고, 인간의 세계를 잘 알진 못하지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보리 나름대로 뿌듯함도 느낀다.

약하게 태어난 형제 중 하나의 삶을 보리 엄마가 스스로 끝내고 다시 뱃속으로 넣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 엄청 짠하다 느껴졌는데 보리 엄마는 모질다며 할머니에게 매질을 당했다. 그 속을 또 사람이 어찌 알겠는가... 거기다 가혹한 죽음을 맞이 한 흰순이, 보리가 좋아했던 두 번째 주인 할머니의 둘째 아들은 죽음의 강을 건넜고.. 무덤을 파헤치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무덤을 파다 할머니한테 혼나기도 하는데 보리의 마음이 어땠을까.. 짐작이 가 가슴이 너무 아팠다.

개의 관점에서 쓰인 소설이긴 하지만 사람이 쓴 책이다 보니 이게 어디까지나 허구의 이야기임은 사실이지만 동물의 입장에서, 사람의 입장에서, 식물의 입장 등 다양한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려는 보리지만.. 할머니의 선택이 어디에 머물지 끝까지 관심을 가지게 했던 김훈 작가의 소설 <개>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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