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평범했던 일상 속.. 정차 중이던 운전자가 갑자기 눈이 먼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를 도와주는 한 남자, 그는 갑자기 눈먼 남자를 직접 운전해 집까지 데려다주고 그의 차를 훔친다. 처음 눈이 먼 남자는 아내의 도움으로 안과 진료를 받으러 가고 진료를 맡은 안과 의사는 이상 증상이 없음을 확인해 준다. 눈먼 남자는 모든 것이 캄캄하게 변하는 실명이 아닌 우유 속에 들어간 듯 세상이 하얗다. 일명 백색 실명에 걸린 이 남자를 시작으로 하나 둘 눈이 멀어간다. 안과 의사는 보건당국에 전화를 걸고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소리 없이 감염되어 번지는 백색 실명에 대한 조치로 그들을 빈 정신병원에 수용하고 밖은 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게 했다. 눈먼 이들이 지켜야 할 사항들은 매일 스피커를 통해 반복해 들려줄 뿐 이들을 도우려는 사람은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들과 함께하는 이 중 온전한 눈을 가진 사람이 함께한다는 것이다. 안과 의사의 아내가 바로 온전한 눈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녀의 도움으로 병원 내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고 매일 군인들이 가져다준 음식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눈이 멀기도 하고 눈이 멀까 두려웠던 군인은 병원 문밖으로 나와 음식을 가져가게 했고 점차 늘어나는 수용 인원에 병원 내부도 정신 없어지는 와중에 새로운 그룹이 생겨났다. 악당 같은 짓을 일삼으며 보급된 음식 박스를 차지하고 소지하고 있는 금품을 가지고 와 교환해 가라고 하질 않나 여성들을 성 노예로 전락시키기까지 하는 그들..
그들에 의해 사망하는 사람도 생기고, 여자들이 몸 바쳐 가지고 온 음식을 먹으면서도 당연하게 여기는 남자들.. 그런 악당 두목에게 유일하게 앞을 볼 수 있는 여자는 복수의 칼을 꽂는데.... 무섭게 번져 백색 실명에 고통받는 이들은 다시 세상을 볼 수 있을까.
사람들이 갑자기 눈이 멀면서 자신들을 이끌어줄 앞이 보이는 이를 찾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것이 많아지고 원하는 것 또한 많아진다. 많은 이들을 이끌고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의사 아내, 끝까지 함께했던 이들은 그룹 속에서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 더 많이 등장했다. 공황상태에 빠진 사람들 가운데 악당 짓을 일삼는 무리들, 자신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이기주의적인 사람들을 보면서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하는 우리들이.. 이들과 다르다 말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가볍게 읽기 시작했던 책인데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눈먼 자들의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