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의 저자 스즈키 루리카의 신작 소설을 만났다. 이전 작품도 잔잔하니 감동을 줬었던 작가라 이번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겠다. 작가 이력을 보면서 어린 나이라 충격이었는데..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작가적인 천재성을 타고난 것이 아닐까 부럽기도 하다. <엄마의 엄마>는 2019년 출간된 세 번째 소설집으로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의 세계관 속에서 다나카 모녀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보통 '엄마'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뭔가 뭉클함이 생겨난다. 모든 이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마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감정은 뭉클함이 아닐까 하는데.. 이 책 속 하나미의 엄마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즐겁지만은 않다. 제목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할머니를 떠올리게 되고, 내 딸이 나의 엄마를 어떤 할머니로 기억할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다나카의 가정이지만 밝음이 뿜어져 나오는 엄마와 반듯하게 살아가고 있는 다나카 하나미다. 재혼 가정의 친구 사치코는 새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동생만 인정해 주는 아빠의 부모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루라도 빨리 그들의 가족이란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치코는 그림 그려서 돈을 좀 벌어볼까 했지만 이상한 일에 휘말릴뻔하고 경찰서 연락을 받은 사치코 엄마는 바쁘다며 데리러 가지도 않는다. 다나카의 엄마와 집으로 돌아가면서 크로켓을 먹고 불 꺼진 집으로 들어가는 사치코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하나미의 할머니,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었던 할머니가 나타났다. 그런데 엄마는 할머니가 반갑지 않고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돈을 받으러 왔다는 할머니는 엄마가 숨겨두었던 돈을 찾아내 침구도 장만하고, 엄마가 손에 돈을 쥐여주자 홀연히 떠나버린다.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었을 사치코의 부모, 조부모의 행동이 보는 독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험한 일 겪고 불 꺼진 집에 들어갈 때의 심정이 어땠을까.. 짐작만으로도 사치코를 안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엄마'라는 사람에게 이용당하고 매질을 겪은 하나미의 엄마, 그 입장이라면 엄마와의 연을 끊을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가족'이 아니라는 걸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위에 소개한 '태양은 외톨이', 신부가 되기로 결심한 하나미 친구의 이야기 '신이시여, 헬프', 기도 선생님의 형 이야기 '오 마의 브라더'까지 각자 다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뭔가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어린 작가의 감성이 어른 독자들의 감성까지 살살 건드리는 필력에 다시 한번 놀랐던 <엄마의 엄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