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식 만화 / 마당 씨의 식탁

마당 씨의 식탁 - 개정판 ㅣ 사계절 만화가 열전 15
홍연식 지음 / 사계절 / 2020년 12월

마당 씨의 식탁

『불편하고 행복하게』, 『마당 씨의 식탁』으로 문화체육부 장관상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한 만화가 홍연식. 고양이로 형상화한 '마당 씨'라는 캐릭터를 통해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전달한다. 첫 편으로 읽어본 마당 씨의 식탁에는 건강한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마당 씨의 식탁'에서는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가족을 위해 건강한 밥상을 뚝딱뚝딱 차려 내시던 어머니, 어머니가 해 주시는 밥상을 맛있게 받았던 마당 씨와 동생, 썩 기억에 좋게 남지 않은 마당 씨의 아버지.. 어릴 적엔 엄마 품처럼 좋은 게 또 있을까? 엄마가 해 주시는 음식, 엄마의 손길.. 뭐 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소중하다. 그런 철없는 아이였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들이 만든 울타리 밖으로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 치는 자식들이다.

​마당 씨는 아들 완이와 함께 서울을 살짝 벗어나 서울 외곽으로 이사를 했다. 한적한 시골 같은 그곳에서 텃밭을 일구며 자기만의 영역을 이루고 그 안에서 안정된 삶을 살고 싶다. 건강한 식탁을 차리고 직접 빵을 굽는다. 어머니를 도와 직접 김장을 하고 땅을 파고 장독을 묻어 김장 김치를 저장한다. 집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나물을 캐 먹고 동네 분들과 교류를 하며 이사한 곳에서 정착을 꿈꾸는 마당 씨. 그렇게 그들의 세계를 만들고 지켜나가고 있다.

​지병이 있으신 어머니는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 보인다. 누워 생활하다시피 바닥과 일체 된 모습을 많이 보이지만 손자 완이 사랑이 지극한 할머니다. 지하방에서 생활하며 별별 벌레들을 다 만나고 병원 갈 때마다 점점 건강이 안 좋아지는 어머니. 약은 더 늘어가고 어떻게 해서든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겨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돈 들어오는 것보다 나갈 일이 더 많은 그들이기에 같은 검사를 패스하고 조금이라도 아끼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죄책감도 커져간다. 끝끝내 지상으로 올라오지도 못하시고 삶의 끈을 놓아버린 어머니.. 그렇게 마당 씨와 어머니의 이생에서의 끈이 끊어져 버렸다.

어릴 적 마당 씨의 모습을 회상할 때, 약봉지 늘어가는 엄마의 모습을 그려낸 장면들, 엄마가 차려주신 든든한 밥상, 자식은 떠나려 발버둥 치지만 엄마는 언제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들이 나의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공감도 하고.. 가슴이 아팠다가 끝내 눈물을 뚝뚝 흘리게 했다. 언제나 내 곁에 한없이 계실 것 같던 엄마는 어느새 흰머리가 많이 늘고 여기저기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몸이 많이 약해지셨다. 아이를 낳고 나니 나의 울타리도 소중하지만 그전에 내가 속해 있었던 울타리 속 가족들의 안위가 더 걱정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가족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해 준 마당 씨의 식탁에 이어 마당 씨의 좋은 시절 속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