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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특별판) ㅣ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평점 :
구미호 식당
'수상한 시리즈'와 '어느 날 가족이 되었습니다' 등 다수의 작품을 출간한 박현숙 작가. 수상한 시리즈는 괜히 챙겨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면 어느 날 가족이 되었습니다는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구미호 식당 역시 이미 2년 전에 읽었지만 새롭게 성인판으로 나오면서 다시금 읽게 되었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던지며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를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지 않았을까 한다.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 이미 죽은 사람이라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말하는 구미호 '서호'. 천 명의 피를 얻어 불사조를 꿈꾸던 서호는 뜨거운 피를 얻는 대신 사십 구일 동안 이승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어차피 살아날 확률은 먼지와도 같은 확률! 이승에 미련이 많아 보이는 아저씨는 함께 이승에 머물자고 설득한다. 특별히 삶에 미련이 남은 것은 아니었지만 서호에게 피를 주기로 하고 이승에서의 사십 구일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아저씨와 나, 도영이다.
전직 유명 호텔 셰프였던 아저씨 이석민, 구미호 서호에게 사십 구일 이승에 머무는 동안 있을 식당을 하나 부탁하고 '구미호 식당'이라 이름 붙여진 그곳에서 '크림말랑'이라는 메뉴를 만들며 오매불망 서지영이란 여자가 나타나길 기다린다. 한편 친구의 치킨집 스쿠터를 훔쳐 타다 사고를 당해 죽음에 이른 왕도영은 구미호 식당에서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형을 알바생으로 만나게 되고 자신에게 모진 말을 서슴지 않았던 할머니에 대한 원망도 생기는 도영이다.
서지영을 찾던 아저씨 앞에 서지영과 관련된 이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하고, 고운 시선 한번 준 적 없던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도영.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는 말 한번 해 본 적 없는 친구 수찬이와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껄렁껄렁한 변함없는 모습으로 구미호 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또 몰래 잠입해 돈을 훔치려던 형의 숨은 사연까지... 아저씨의 이야기는 알면 알수록 놀랍고 도영이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당신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라는 띠지 속 질문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데, 본래 자신의 모습이 아닌 얼굴로 식당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는 신세였지만 그동안의 삶을 정리할 수 있었던 아저씨와 도영은 행운아라고 해야 하는 걸까? 이 역시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던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하루하루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책 <구미호 식당>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