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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네 멋대로 해라]의 작가 김현진의 도발적 문제작이라는 문구에 끌려 보게 된 책이다. 좀 오래된 드라마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보는 동안 좋았다는 생각에 작가의 연작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더랬다. '상처받은 한국 여자의 이야기, 감당할 수 있겠어요?' 이 대목에서는 글쎄... 라는 대답이다. 이 소설 속 이야기는 뭐랄까.. 7-80년 대에 나왔더라면 좀 더 공감할 수 있었을 내용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찌질해 보이지만 알뜰하게 살아가려는 건호와 하룻밤의 만남으로 임신을 하게 된 정아,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건호는 자신의 아이라 생각하며 낙태를 권하고 눈물을 흘리는.. <정아>, 7년간의 고시공부 뒷바라지를 했지만 고시 합격 후 태도가 달라지는 남자 쪽 사람들. 많이 나은 조건의 여자를 만나는 전 남자친구에 대한 분노로 가득한 정정은 씨의 찌질한 화풀이.. <정정은 씨의 경우>, 유부남 거래처 남자와의 만남, 유부남인 걸 몰랐냐며 별거 아니란 태도를 보이던 불륜남. 권투를 배우며 점점 달라져 가는 영진의 이야기를 담은.. <아웃파이터>, 흔히 말하는 '용모 단정'과 거리가 멀었던 조금 많이 통통한 윤정화와 착실한 수리점 직원 김병권, 일탈이 불러온 참혹한 현실과 맞닥뜨린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공동생활> 등 <누구세요?>, <부장님 죄송해요>,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나요>, <이숙이의 연애>까지 총 여덟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여러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연작 소설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은 흔히 드라마 소재로 많이 쓰였던 내용들이었던 이야기라 '이런 삶을 산 여자들이 있었지, 은혜도 모르고 군화를 거꾸로 신어?' 등등 공감 포인트가 있기는 하지만 올드 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듯하다. 자신의 주장을 뚜렷하게 밝히기도 하고,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소위 '요즘 시대' 여성들에게는 공감을 자아내기 힘든 소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소설 속 여자와 남자 같은 이들이 있으니 가볍게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