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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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2017년 신작 <기린의 날개>는 니혼바시 다리 위 조각상을 모티프로, 그 다리 위에서 죽은 중년 가장의 이야기를 그린다. 가족들과 별 교류가 없이 직장 내 인간관계가 다였던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었을까, 좋은 사람이었을까.
추리소설로 분류되나 추리적인 요소가 약해서 휴먼 드라마 정도로 봐도 무방할 듯. 반전의 결말에 이르면 왜 눈물을 흘리는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그런 신파 요소도 있다. 요즘 본 영화 '신과 함께'도 주호민 작가의 만화 원작과 180도 다르게 만들고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신파를 잔뜩 버무렸던데.
효율적이고 기계적으로 플롯을 잘 짜는 작가라고 평소 생각하는데 가끔 그런 소설이 읽고 싶어진다. 그건 히가시노 게이고밖에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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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콘스탄틴, 마지막 패리시부인 : 다른 사람의 부유한 인생을 훔치려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대중적 문법으로 그린 스릴러.
카렌 디온느, 마쉬왕의 딸 :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키워진 딸이 아버지를 추격하는 미국 스릴러.
나카야마 시치리,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 : 제목이 엽기적인데 '심신상실자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소설이라고.
히가시노 게이고, 기린의 날개 : 워낙 다작인 작가라 자 챙겨읽지는 못해도 가끔 하나씩은 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신파지만 잘 읽힌다.
오스틴 라이트, 토니와 수잔 :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의 원작으로 부부 간의 갈등을 그린 미국 스릴러물.
아키요시 리카코, 성모 : 모성애와 아동 살해 사건을 다루었는데 반전이 대단하다는 평.
히라노 게이치로, 투명한 미궁 : 난해한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단편집은 대중적 필치로 그렸대서 궁금.
마이 셰발/페르 발뢰, 로재나 : 북유럽 경찰소설의 원점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1권. 가끔 고전추리물도 읽어줘야지.

겨울이라 그런가.
장르소설이 불현듯 몰아 읽고 싶던 어느 날, 알라딘에서 주문하고 스누피 밀크머그 2개를 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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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쓰여 있었다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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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에세이집 <그렇게 쓰여 있었다>의 표지에는 흐린 글씨로 이렇게 써있다.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왠지 이 책의 성격을 잘 설명해주는 문구라고 생각한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더 애정하긴 하지만  에세이도 나쁘지 않다, 정도의 감상.

 

어른.
‘어른이 되면 반드시 마음이 더러워진다.‘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기에 나는 절대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잘 모르겠다. 나도 결국 더러워진 걸까?
(중략)
그렇다. 언제라도 내게는 내가 있다. 더러워진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 사실을 한밤중에 확인하고, 그만 자기로 한다.
1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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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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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신작 만화 <오늘의 인생>은 매일매일의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것들을 담았다. 때로는 소중한 걸 안타까이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약간은 냉소적으로 꼬아보기도 하는 40대 중반의 여자 주인공의 시각으로. 작가 자신일까, 아마도 자전적인 에피소드들일 것 같다.
2컷에서 20컷 넘는 만화까지 자유로운 분량에, '오늘의 인생'이라는 소제목을 손글씨로 매번 다르게 쓴 점이 귀엽다. 표지는 넓은 띠지 포함  3중이고 내지를 분홍, 연두, 하늘색의 색지로 디자인하였다.

 

개인의 행복.
다른 사람은 모른다.
그 사람이 어떻게 행복한지는
그 사람만 안다.
그렇기에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누군가의 행복을 가볍게 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 오늘의 인생.
1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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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듯 저물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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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의 마지막 날은 에쿠니 가오리, <저물 듯 저물지 않는>을 읽으며 평화롭게 보냈다. 부모가 물려준 재산으로 유유자적하는 중년의  미노루는 책을 좋아하는데 늘 책을 읽으며 그쪽 세상을 편하다고 여긴다. 나기사와의 결혼 같으면서 아닌 결혼 생활은 파탄이 났고,  나기사는 평범한 직장 후배 남자와 재혼한다. 미노루와의 사이에서 낳은 하토(비둘기)라는 딸을 데리고. 미노루의 누나 스즈메(참새)는 독일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다가 가끔 귀국해 동생과 만난다.
이외에도 미노루의 친구이자 세무사인 오타케, 세입자이자 이웃인 치카와 사야카 커플, 미노루 소유의 아이스크림 숍 아르바이트생 유마와 아카네 등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온다. 요즘의 에쿠니 가오리가 선호하는, 모든 인물을 거의 등가로, 병렬적으로 늘어놓는 방식으로.
미노루가 읽는 소설이 '책 속의 책'으로 소설 중간에 계속 끼어드는데, 미스터리 장르의 그 소설 내용에는 집중이 잘 안 되었지만, 책 속으로 빠져들어 버리는 미노루의 상태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 미노루 같은 사람이 곁에 있으면 분명히 소외감을 느끼리라. 특히 혈연은 상관없겠지만 아내라든가 하는 위치에서는. 하지만 다른 결혼을 찾아 떠난 나기사는 그 '평범한 행복'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여러 의미에서 결혼이란 참 어려운 것이긴 하다.
에쿠니 가오리는 음식이나 술자리의 묘사를 참 잘하는데, 작가 자신이 상당한 취향의 소유자임이 분명하다.

 

책을 읽고 있을 때면 미노루는 거기에 있으면서 없는 사람 같았다(더구나 늘 그는 책을 읽었다).
38p

이것은 그런 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있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이라고 형용하는 가족의 단란한 순간, 먼 훗날이 되어서야,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때는 행복했다‘고 깨닫는 유의 순간이다. 그런데 왜, 때로 자신은 도망치고 싶어지는 것일까.
175p

맥주 다음으로 주문한 시원한 정종을 마치 물처럼 꿀꺽꿀꺽 마시면서 말했다.
"멋대로 내놓지 말라고 해."
스즈메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다. 마침 은어 튀김이 나온 참이었다. 이 계절이면 치카가 즐겨 하는 요리 중 하나라서 미노루는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누나에게는 맛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메뉴판을 달라고 해서 스즈메는 토마토 샐러드와 은대구 된장구이를 주문했다.
180p

"증권회사에서 온 포트폴리오와 파일 정리해놓았으니까, 나중에 무슨 주식인지 이름과 금액이라도 봐둬."
미노루는 알았다고 대답했다.
"말리백호, 금계홍차, 동정오룡차, 그리고 이름은 모르겠지만 벚꽃찰떡 향이 나는 차도 있는데, 뭐로 할래?"
276p

지금 좀 긴박한 장면이라서, 이 장이 끝날 때까지 읽지 않으면 궁금해서 안 될 것 같아."
"그건 또 뭔 소리야. 지금 왜 책을 읽는 건데."
오타케는 볼멘소리를 했지만,
"금방 읽을게"
하고 단단히 약속한 미노루는 다시 침대의자에 누워 책을 펼쳤다.
3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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