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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평점 :
하루키의 에세이는 늘 읽을 만하다. 여행기도 그러하고.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제목을 보고 가졌던 기대감과 달리
올 여름에 나온 이 여행기는 세계 전역을 체류하거나 여행한 것을 옴니버스 식으로 묶은 것이서서,
집중도가 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책의 타이틀인 라오스나, 보스턴, 그리스에 대한 글들은 너무 느슨하게 느껴졌다.
'타임머신이 있다면-뉴욕의 재즈클럽', '하얀 길과 붉은 와인-토스카나', '소세키에서 구마몬까지-구마모토' 편이
가장 읽을 만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예전 여행기 <먼 북소리>, <우천염천>의 열띤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번 여행기는 좀 아쉬웠다.
옛날 브롤리오 성의 주인이었던 베티노 리카솔리 남작은 이탈리아왕국의 총리까지 지낸 역사적 인물인데, 와인 양조에도 상당히 진지하게 열정을 불태워, 1872년 "앞으로 키안티 지방의 와인은 모두 똑같은 배합으로 만든다"라는 중대 결정을 내렸다. 그의 용단 덕분에 키안티 와인이 오늘날 같은 명성을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산조베제 70퍼센트, 카나이올로 20퍼센트, 마지막으로 화이트와인의 원료 말바지아 탤 키안티가 10퍼센트, 이것이 바로 바로네(남작)가 정한 비율이다. 그로 인해 산조베제 특유의 강한 탄닌이 적절하게 누그러지고 프루티한 맛이 더해져 목 넘김이 부드러워졌다. 212p
부인이 남편의 그런 열정적인, 때로는 희미한 광기마저 느껴질 법한 토피어리 제작에 대해 오랜 세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물어볼 수 없었다. 장사할 군옥수수를 만드느라 바빠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투에서는 은근히 `좋아서 열심히 하는 거고 딱히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니니 괜찮지 않은가`란 기색이 전해졌다. 테오와 고흐의 관계 같은 헌신과 숭배의 자세까지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비판적인 뉘앙스 역시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실제로도 피해를 주기는커녕 토피어리가 늘어선 광경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차를 세우고, 내친김에 가게에 들러 옥수수를 사먹는 관광객이 한둘이 아니니 영업 면에서도 토피어리 무리는 아주 유익하다고 단언해도 좋은 것 같다. 이것을 `예술`이라고 부르기는 아마 어렵겠지만, 적어도 `성취`라고 부를 수는 있을 것이다. 2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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