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보수 일기 - 영국.아일랜드.일본 만취 기행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온다 리쿠의 여행기라, 무척 기대가 되었다. 그동안 소설만 국내에 번역되었지 에세이류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영국, 아일랜드를 방문한 여행기가 200페이지 가량 주를 이루고, 나머지는 보너스처럼 일본 맥주 공장들(기린, 삿포로, 오리온)을 방문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제목이 여행기로서는 좀 의아한데,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 이브 몽땅 주연의 '공포의 보수'라는 옛날 프랑스 영화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무시무시한 비행기를 타는 '공포의 보수(대가)'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의미 정도로 보면 된다.  

온다 리쿠의 유머 감각이 살아 있는 이 유쾌한 여행기는, 작가의 소설 발상이나 작법에 대한 고민도 엿볼 수 있어서 온다 리쿠의 팬이라면 흐뭇하게 읽을 수 있다. 어딜 가도 술을 끼고 다니는 것 같은 작가의 음주 사랑에 웃음도 난다. 개인적으로 영국, 아일랜드 편보다는 일본 맥주 공장 방문기가 더 흥미로웠다.  

온다 리쿠 소설은 많이 낸 북폴리오에서 나왔는데, 여행기 치고 편집이 좀 단조롭다. 사소한 거지만 사진들이 틀 안에 들어가 있어 답답하고 작아 보인다.

   
 

이튿날 우리는 삿포로로 돌아왔다.
서점에서 책을 산 뒤, 드디어 K양과도 헤어질 시간이다. 그녀는 공항으로 가고, 나는 물론 이번에도 기차를 타고 도쿄로 가는 것이다.
드디어 혼자가 되었다.
북두성에 승차해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얼어붙은 창밖에 설경이 떠오른다.
펍 타임에 식당차로 가보니 완벽하게 혼자 온 남자 승객뿐이었다. 혹시 나도 철도 오타쿠로 보일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를 마셨다. 일품요리로 시킨 연어는 두툼하고 큼직한 것이 상당히 득 본 기분이었다.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을 좋아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내가 철도를 좋아하는 것은 연속되는 감각이 좋기 때문이다. 
평소 일상은 이어져 있는 것 같으면서 실은 이어져 있지 않다. 우리의 생할은 항상 중단되고 얼기설기 기워지고 누군가에게 시간을 빼앗긴다.
하나의 선을 이동하는 철도 여행은 자신의 인생이 연속된 한순간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흔치 않은 기회다. 차창 밖 풍경에는 온갖 이미지가 숨어 있고, 평소 쓰지 않는 뇌의 부분을 자극한다. 밤의 차창에는 자신의 솔직한 맨얼굴이 비친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그런 생각을 하며 방으로 돌아와 책을 읽었다.
야간열차에는 외국 미스터리가 잘 어울린다. 데이비드 모렐의 <도시 탐험가들>, 패트릭 틴의 <악녀 퍼즐>, 들고 온 책은 모두 재미있었다. 
-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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