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설탕 절임 - 에쿠니 가오리 첫번째 시집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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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시들은 마치 '그녀 소설의 부스러기' 같다고 느껴진다. 작가는 계집아이의 재재거리는 소리 같은, 별사탕처럼 투명하고 부서지기 쉬운 언어로 흥얼거린다. 시들은 쉽게 읽히고 살짝 여운을 남긴다. 본격적인 시 수업을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이것도 시냐' 하고 반문할 만도 하다.  

어릴 적 추억을 노래한 시들과, 결혼생활에 대한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그걸 즐기는 시들이 에쿠니 가오리가 쓰는 소설들의 연장선상에서 읽힌다. 그러니, 시의 완성도를 떠나서 에쿠니 가오리의 팬이라면 소장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컬러를 참 잘 쓴 것 같다. 짙은 하늘색과 제비꽃의 푸른빛 도는 보라색을 믹스하여 표지부터 내지의 목차에까지 아름답게 적용하였다. 황정하의 일러스트도 참 마음에 든다. 꾸미지 않은 듯한 그림이 시와 어울린다.

공감했던 시 두 편을 기록해 둔다. (행갈이는 하지 않고 옮긴다)

   
 

놀이공원 

캐러멜에 붙어 있는 남자아이용 사은품 같은 당신과 여자아이용 사은품 같은 내가 사랑을 했더니 갑자기 세계가 놀이공원이 되었지 문 닫는 시간 따위 누가 신경이나 쓴대? 오래도록 놀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20p 

 
   

 

 

 

진실 

아침에 혼자서 마시는 커피 비 내리는 날에는 비 맛이 나고 구름 낀 날에는 구름 맛이 나고 눈 오는 날에는 눈 맛이 나고 맑게 갠 날에는 환한 햇살 맛이 나고 오직 그 한 잔의 커피를 위해 살고 있는 기분  -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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