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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평점 :
박찬일? 처음 듣는 이름인데.. 요즘 쏟아져나오는 요리/여행 에세이류는 잘 골라야 실패가 없다. 잘못 고르면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으면서 영양가 없는, 혹은 재미없는 개인 필담 위주로 되어 있기도 하고. 이 책, 미리보기로 살펴보니 필력이 꽤 있어보였다.
책을 받아보니 부록으로 딸려온 DVD가 꽤 실속있다. 10편의 파스타 요리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의 간단한 요리강습을 눈으로 직접 보니 흥미롭고 따라하기도 쉽다. 이런 걸 보면 창비도 꽤 한다 싶다. 같이 보던 신랑은 "파스타가 저렇게 쉬운 거였어? 마늘을 뽀개는 것만 기술이네. 나도 따라하겠다."란다.
책을 넘기는데 종이가 꽤 두껍다. 값이 올라가는 요소가 되었을 듯. 이런 에세이는 일러스트 빼고 가볍게 제작해서 1만원 정도 매기면 좋을 텐데.
아, 글은 꽤 재미있게 읽었다. 그가 수업한 시칠리아의 레스토랑, 그 주인이나 부주방장 등 주변인물을 그려내는 솜씨나 별로 재미없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꽤 근사하고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필력이 있었다. 뉴욕의 기자 출신 요리사의 고군분투 요리수업을 그린 <앗 뜨거워>와 비슷한 분위기. 그런데 여기 담긴 이야기들은 조금은 앙상하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많았을 텐데 혹시 숨겨둔 거 아냐? 싶을 정도. 때론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기도 하고. 그것 빼고는 한번 읽어볼 만한 글이었다. 소장가치는 높지 않지만.
P.S. 박찬일 쉐프가 얼마 전 홍대 앞에'라꼼마'라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한 번 가봤는데 코스 요리 중심이고 가격 대비 성능이 훌륭했다. 사전 예약을 권장하는, 좀 격식있는 레스토랑이다. 왠지 이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와는 좀더 캐주얼한 파스타 식당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2010.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