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일즈맨의 죽음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평점 :
[아버지가 훌륭한 분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윌리 로먼은 엄청나게 돈을 번 적도 없어. 신문에 이름이 실린 적도 없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그이는 한 인간이야.] p.64
젊었을 때 좋았던 적이 있었지. 하지만 뼈빠지게 일하고 보니 이제 남는 건 없고, 청춘을 바친 회사는 이제 나몰라라 하며,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잘되고, 나와 내 가족은 왠지 패배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햐 할까?
"윌리"는 세일즈맨으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판다. 젊었을 때는 좋았었다. 경기가 호황이었던 시절, 넉넉하게 돈을 벌었고 가족들은 화목했으며 아들들은 훌륭한 사람이 될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급작스럽게 다 꼬였다. 일반적인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다.
"윌리"는 하루에 100킬로미터를 운전하고 돌아다녀도 물건 하나 제대로 팔지 못하고, 제대로 된 월급도 없이 커미션으로만 먹고 살아야 하며, 납부해야 할 보험금과 할부금은 산적해 있으며, 반면 자식들은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 하고 있다. 특히 친구의 아들은 변호사로 잘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옛날 잘나가던 아들의 모습만 기억하고 친구에게 허풍을 떤다. 그러면서 아이러니 하게도 친구에게 돈을 빌린다.
[우습지 않아? 고속도로 여행, 기차 여행, 수많은 약속, 오랜 세월, 그런 것들 다 거쳐서 결국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가치있는 인생이 되었으니 말이야.] p.117
아직도 "라떼는 말이야" 이러고 있는 "윌리", 결국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육체는 허약해 지고, 자신이 만들어 낸 과거와 이야기하게 될 정도로 정신 역시 쇠약해 진다. 그럼에도 "윌리"는 자식의 성공에 대한 희망과 자신에 대한 직장에서의 처우 개선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과연 그와 그의 가족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작품은 정말 잘 읽히고 재미있다. 특히 "윌리"가 정신적으로 분열이 되는 순간이 오면 "윌리"가 만나고 있는 현재의 인물들과의 대화와 "윌리"가 회상하는 과거의 인물들과의 대화가 병렬적으로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조금 햇갈리기도 하지만 이해를 하고 나니 감탄스럽게 진행된다.
무대를 상상해 보자면 "윌리"가 가운데 위치하고 있고, 왼쪽은 '과거'와의 대화가, 오른쪽은 '현재'와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모습?
(내가 편하게 상상한 방식이다...정확한 무대 모습은 아님...)
<세일즈맨의 죽음>은 나이 들어 병들고 지친 가장의 고뇌와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이야기를 희곡이라는 장르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이 작품은 연극으로도 상당히 유명하다고 한다. 이 작품은 희극적인 면보다는 비극적인 면이 강한 작품으로 읽다보면 주인공인 "윌리"가 안쓰러워 진다. 과거의 좋았던 기억만을 가진 채 살아가면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답답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안타까운 감정이 드는 것은 우리의 현실과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정글을 헤치고 나오려면 위대한 사람이라야 하는 법이지. 정글은 어둡지만 다이아몬드가 가득하지. 다이아몬드를 꺼내 오려면 정글 속으로 들어가야만 하지.] p.163
인생은 정글이다. 정글을 헤치고 나오면 영광이 있겠지만, 대다수는 정글속에서 그대로 살아간다. 다이아몬드는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도 슬퍼할 필요는 없다. 그게 인생이니까.
ps. 일주일의 시작은 일요일. 주 1회 희곡 1편 읽기는 이렇게 첫날에 완료함. 왠지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