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 파라사이언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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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생명체란 holobiont란 영어 단어를 번역한 말이다. 전체를 의미하는 holo(whole)와 생명 혹은 생물을 의미하는 bio를 합성한 말인데.......‘에는 세 가지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하나는 나와 내 몸 미생물 전체를 으로 보자는 의미이고, 또 하나는 통생명체 안에서 나와 내 몸 미생물이 서로 소통(疏通interaction)한다는 의미이고, 나머지 하나는 통생명체 전체가 외부 환경과 늘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36)

 

홀로바이온트는 특정 목적으로 통일되는 유기체 개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유기체 개념에 갇히면 특정 목적 너머로 창발emergence을 일으킬 수 없다. 창발은 네트워킹에서 일어난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네트워킹바이온트networkingbiont라는 용어가 꼭 똑 알맞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킹바이온트는 본성상 분산 모듈 네트워킹이다. 휴먼바이온트가 장기 집중 구조로 진화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미소생명과 이룬 네트워킹바이온트에 있다. 거꾸로 말하면 장기 집중 구조인 휴먼바이온트는 미소생명과 만남으로써 더 큰 네트워킹바이온트 장에 참여할 수 있었다. 물론 실제 진화사에서 두 이야기는 하나다. 한 이야기로 수렴되는 누리가 다름 아닌 낭/풀 생명이다.

 

나로 하여금 미소생명 공부를 해야 낭/풀 공부가 끝난다고 직관하도록 이끈 지식-지혜 네트워킹이 열어주려 한 고갱이 진실이다. 비단 원리뿐만 아니고 실제로 인간이 미소생명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 낭/풀이기도 하다. 예컨대 에 깃들어 있는 바이러스 80% 이상이 식물바이러스다. 식물바이러스가 어디서 왔겠는가. 이 식물바이러스가 인간 선천면역을 활성화한다. 인간 종적 보전이 누구에게서 비롯했겠는가.

 

결국 다시 낭/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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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 파라사이언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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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나는 이 말도 마음에 안 든다. 당신들 눈에 안 보이는 생물들을 미생물이라고 싸잡아 부르는 이 말은 우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쾌하다)(30)


 

딸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이름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결국 이란 외자 이름으로 결정했다. 한자漢字 표기는 없다. 부모 욕심 빼고, 아이 자신이 스스로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새 이름 지어가기를 바라 뒷문 열어놓은 조사助詞로 이름에 갈음했다. 아이 이름을 듣고 수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 금이 아니고 은이에요?”

 

이름 짓는 행위가 언어 존재에게 필연적인 만큼 어떻게 짓느냐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새로 태어날/난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줄 때, 부모는 온갖 의미를 담는다. 어디 사람뿐인가. 사람이 지은 정자, 사람이 차린 가게, 사람이 만든 인형에게까지 정성을 다한다. 딱 여기까지다.

 

인간 언저리를 떠나 동물, 식물, 식물 이전 생명체인 지의류, 마침내 박테리아, 심지어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명명은 점차 무지와 독선으로 채워진다. ‘대충에서 아무렇게나, ‘아무렇게나에서 혐오를 담아로 강화된다. 그래서 박테리아는 막대기라는 뜻이고, 기어이 바이러스는 독이라는 뜻이다. 독이라는 뜻을 지닌 바이러스는 오직 독으로서 겁나중요할 따름이다. 코로나19가 그 정점을 찍고 있다.

 

인간이 미생물이라고 싸잡아 부르는” 마이크로바이온트microbiont는 인간과 더불어 하나인 홀로바이온트holobiont, 내 표현으로는 네트워킹바이온트networkingbiont 또는 페더럴바이온트federalbiont의 당당한 주체다. 강용원이라 불리는 홀로바이온트는 90% 마이크로바이온트 10% 휴먼바이온트humanbiont의 네트워킹 또는 연방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는 시시한 존재가 아니라 신성한 존재다. 작은 생명은 하찮은 나부랭이가 아니라 하느님이시다.

 

이 진실에 터하면 인간은 야훼든 알라든 인간 관지에서 붙인 신명 앞에 무릎 꿇어서는 안 된다. 그런 신관은 마치 소아마비를 요괴가 가져다주는 병이라 믿은 몽매와 본질이 같기 때문이다. 참된 신은 박테리아며 바이러스다. 막대기란 오명을 벗겨드려야 한다. 독이란 누명을 벗겨드려야 한다. 끝내 쌩 까면막대기로 두들겨 맞아, 독이 퍼져 멸종할 일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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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지음 / 파라사이언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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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해 전부터 내게 맞는 규칙적인 생활을 찾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약하면 다음 네 가지다.

  첫째, 하루 한두 번 샤워하고, 세 번 이 닦고, 가능한 아침에 변을 누려 한다.

  둘째, 하루 두 끼만 먹는다.

  셋째, 1주일에 2~3회 산행을 하고, 3회 이상 피트니스를 한다.

  넷째,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출근하기 전 나만의 공부 시간을 갖는다.(7)

 

저자는 타고난 자신의 생명 상태에 대한 경험적 관찰과 건강하게 살기 위한 학문적 탐색을 결합해 자기 조건에 맞춘 건강 이야기모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열거 아닌 예시다. 그가 따르는 이치에 동의하고 각자 조건에 맞게 실천하는 일은 독자 몫이다.

 

저자가 제시한 키워드는 시종일관 미생물과 공존을 어떻게 최적화할까에 맞춰져 있다. 비누 쓰지 않고 샤워하기, 계면활성제 든 치약 쓰지 않고 이 닦기, 양은 적게 식이섬유는 많게 먹고 똥 잘 누기, 근육 단련하는 운동하기, 공부하기 모두가 미생물과 함께 통으로 건강해지는 생명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다. 가령 이런 대목은 타성에 젖은 우리 생각을 깨뜨리는 죽비소리다.

 

우리 몸 건강에 필요한 미생물이 있다면, 그것은 절대 약으로 다룰 수 없고 오직 음식을 통해서만 관리 가능하다.”(9)

 

몸에 문제가 생기면 대뜸 약부터 떠올리는 과잉 의료화 사회 소비자 심리로는 공감·동의·수용하기 어려운 말이다. 약 먹는 일을 제의로 여기든 자랑으로 여기든 화학합성물질에 기대 생명을 호도하는 일에 인류는 너무 깊숙이 침륜되어 있다. 식이섬유 풍부한 좋은 음식 잘 먹고 좋은 똥 잘 누는 일이 얼마나 거룩한지 대부분 무시한다. ‘매련없는-꼴이 말이 아닌,이라는 뜻을 지닌 강원도 사투리- 이 상황에서 다음 말은 어떨까.

 

공부하면 내 몸속 미생물도 변한다. 뇌 활동이 미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11)

 

그나마 관심 있는 소수 사람들에게 장 미생물이 정서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정도는 알려져 있다. 토양박테리아인 미코박테리움 바케가 세로토닌을 생산한다는 사실이 대표적인 예다. 그 사실에 놀란 나머지 거꾸로 인간 두뇌활동이 장 미생물을 변화시킨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음 또한 사실이다. 주고받는 정보량이 1:9 정도로 기울기는 하지만, 공부가 장 미생물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까지도 분명하다.

 

장 미생물이 뇌에게 긍정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도 미치듯 공부 여하에 따라 장 미생물도 달리 영향을 받을 테니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다.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저자 생각을 모르므로 내 생각을 간단히 말한다. 장 미생물 간 균형이 잘 이루어져 행복한 상태가 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치를 역으로 적용하면 뇌가 행복한 상태를 만들어주는 공부가 장 미생물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뇌는 경이로움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경이로움은 새로움을 지상으로 대하는 몸 느낌이다. 새로움을 열어가는 지적 작용이 바로 공부다. 공부는 매크로 세계가 마이크로 세계에 가 닿는 방편이다. 이 방편을 거두면 내 뇌만 죽지 않고 장 미생물도 죽는다. 함께 살기 위해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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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 파라사이언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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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생물을 깊이 연구하는 특별한 치과의사가 썼다. 저자는 공부에서도 임상에서도 일가를 이룬 듯하다. 무엇보다 자세가 기본에서 옹글다. 그가 말했다.

 

내가 만나본 의료인 중에 환자의 건강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의료인들이 배우는 것도, 수련하는 것도, 하루 종일 하는 일도 병을 고치는 일이다.......물론 질병을 치료해야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라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을 만큼 육체와 정신이 온전하고 사회적 관계가 준비되어 있는 상태(a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를 의미한다.......나는 이 책에서 병이 아닌 건강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5~6)

 

저자가 병(고침)과 건강을 선명히 대비시킨 데는 공존이란 개념이 기축 노릇을 했음에 틀림없다. 비단 미생물과 나만 아니라 인간 사회, 그리고 지구생태계 전체가 거대한 공존생명체다. 공존정신이 건강한 인간정신이고, 공존윤리가 건강한 사회윤리다. 건강한 인간정신은 영성으로 발현하고, 사회윤리는 민주정치로 발현한다. 비록 현실과 거리가 멀지라도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반드시 이들 문제를 껴안고 가야 한다. 저자가 이런 진실을 낱낱이 날카롭게 통찰하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인류가 당면한 묵시록적 상황이 요구하는 바다.

 

2016922일 마이페이퍼 <21세기 의사론>에서 나는 말했다.

 

의사는 의사議師이며 의사義士이며 의사儀司이어야 한다.

 

1. 議師란 단지 병만을 고치는 기술자가 아니라 건강한 삶 전체를 함께 의논 또는 숙의하는 스승이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2. 義士란 개인의 문제는 언제나 정치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아 공동체 전체의 의로움을 위해 싸우는 올곧은 선비여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3. 儀司란 생멸의 벼랑 끝에 몰린 인류와 자연을 보듬어 안고 영성적 치유를 행하는 숭고한 사제여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의 여명기에 개인 건강의 지도자와 사회의 정치 지도자, 그리고 영성의 지도자는 하나였습니다. 타락으로서 분리를 겪으면서 개인 건강의 지도자인 의사는 단지 질병을 고치는 기술자가 되어버렸습니다. 21세기 인류는 파멸과 개벽의 기로에 섰습니다. 개벽으로 가는 길에 서려면 의사는 議師이며 義士이며 儀司이어야 합니다.”

 

묵시록적 상황인 만큼 현실은 참담하다. 매판엘리트 정서에 절어 있는 의사들에게 이 이야기는 그야말로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다. 그들을 향해 이 말을 할 정도로 남아도는 오지랖이 아니다. 과도한 의료화로 수탈당하고 있는 의료민중이 건강주권 되찾기를 바라면서 울리는 꽹과리 소리다. 의료민중이여, 스스로 議師이며 義士이며 儀司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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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지난 일 년은 낭/풀에 바쳐진 시간이었다. /풀 관련 책 약 40, 그중 4권에 대한 주해리뷰 약 140개가 헌정을 증언하는 주된 자취로 남았다. 교보 식물 코너에 가도 읽어야겠다 싶은 책이 이제 더는 없다 싶었던 어느 날, 홀연히 내 가슴에 꽂힌 깨달음은 미생물까지 가야 공부가 끝나겠구나!’였다. 박테리아, 무엇보다 바이러스를 남긴 채 낭/풀에서 멈추면 낭/풀이 지구생태계에서 과연 누구인가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네트워크 메시지가 전해진 덕분이다. 나는 향모를 땋으며마지막 주해리뷰 <고요히 뒤흔들리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깨침은 물적 변화다. 물적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는 낭/풀 공부는 낭/풀 본성에 반한다. /풀 본성이 내 몸 가득 채워지기를 빌고 빈다.

 

이 소원 여정은 거대한 나무에서 시작해 잡초를 거쳐 이끼(선태류)에 닿고, 더 나아가 지의류, 조류, 균류(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 /풀이라는 중용 또는 중도로 돌아오기 위해 낭/풀 경계를 넘어 극한으로 간다. 심지어 생명과 비 생명의 가장자리 사건인 바이러스까지 다가간다.”

 

연거푸 책 3권을 읽었다: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김혜성, 2019) 좋은 균, 나쁜 균, 이상한 균(류충민, 2019) 바이러스의 비밀(다케무라 마사하루, 2020)

 

책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들은 전문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대중서다. 내 공부 목적과 현실 삶 스케일을 고려할 때 천착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선택이다. 진실이 제시하는 전경을 보고 내가 몸으로 감응할 수 있는 경계선을 가늠해야 하니 말이다. 이 책들이 간직한 문제의식이 쉽고 재미있지만은 않아서 매우 혁명적인 발상으로까지 나아가거니와, 거기 공감하고 동의는 하되 나는 임상의로서 감각이 닿는 데다 몸 놓을 작정하고 읽기 시작했다. 이제 그 세 책 이야기를 차례대로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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