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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 파라사이언스 / 2019년 7월
평점 :
나는 몇 해 전부터 내게 맞는 규칙적인 생활을 찾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약하면 다음 네 가지다.
첫째, 하루 한두 번 샤워하고, 세 번 이 닦고, 가능한 아침에 변을 누려 한다.
둘째, 하루 두 끼만 먹는다.
셋째, 1주일에 2~3회 산행을 하고, 3회 이상 피트니스를 한다.
넷째,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출근하기 전 나만의 공부 시간을 갖는다.(7쪽)
저자는 타고난 자신의 생명 상태에 대한 경험적 관찰과 건강하게 살기 위한 학문적 탐색을 결합해 자기 조건에 맞춘 ‘건강 이야기’ 모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열거 아닌 예시다. 그가 따르는 이치에 동의하고 각자 조건에 맞게 실천하는 일은 독자 몫이다.
저자가 제시한 키워드는 시종일관 미생물과 공존을 어떻게 최적화할까에 맞춰져 있다. 비누 쓰지 않고 샤워하기, 계면활성제 든 치약 쓰지 않고 이 닦기, 양은 적게 식이섬유는 많게 먹고 똥 잘 누기, 근육 단련하는 운동하기, 공부하기 모두가 미생물과 함께 통으로 건강해지는 생명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다. 가령 이런 대목은 타성에 젖은 우리 생각을 깨뜨리는 죽비소리다.
“우리 몸 건강에 필요한 미생물이 있다면, 그것은 절대 약으로 다룰 수 없고 오직 음식을 통해서만 관리 가능하다.”(9쪽)
몸에 문제가 생기면 대뜸 약부터 떠올리는 과잉 의료화 사회 소비자 심리로는 공감·동의·수용하기 어려운 말이다. 약 먹는 일을 제의로 여기든 자랑으로 여기든 화학합성물질에 기대 생명을 호도하는 일에 인류는 너무 깊숙이 침륜되어 있다. 식이섬유 풍부한 좋은 음식 잘 먹고 좋은 똥 잘 누는 일이 얼마나 거룩한지 대부분 무시한다. ‘매련없는’-꼴이 말이 아닌,이라는 뜻을 지닌 강원도 사투리- 이 상황에서 다음 말은 어떨까.
“공부하면 내 몸속 미생물도 변한다. 뇌 활동이 미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11쪽)
그나마 관심 있는 소수 사람들에게 장 미생물이 정서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정도는 알려져 있다. 토양박테리아인 미코박테리움 바케가 세로토닌을 생산한다는 사실이 대표적인 예다. 그 사실에 놀란 나머지 거꾸로 인간 두뇌활동이 장 미생물을 변화시킨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음 또한 사실이다. 주고받는 정보량이 1:9 정도로 기울기는 하지만, 공부가 장 미생물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까지도 분명하다.
장 미생물이 뇌에게 긍정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도 미치듯 공부 여하에 따라 장 미생물도 달리 영향을 받을 테니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다.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저자 생각을 모르므로 내 생각을 간단히 말한다. 장 미생물 간 균형이 잘 이루어져 행복한 상태가 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치를 역으로 적용하면 뇌가 행복한 상태를 만들어주는 공부가 장 미생물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뇌는 경이로움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경이로움은 새로움을 지상으로 대하는 몸 느낌이다. 새로움을 열어가는 지적 작용이 바로 공부다. 공부는 매크로 세계가 마이크로 세계에 가 닿는 방편이다. 이 방편을 거두면 내 뇌만 죽지 않고 장 미생물도 죽는다. 함께 살기 위해 열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