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낀다는 우리말은 참으로 아름답다. 소중히 여겨 보살핀다는 뜻과 함부로 쓰지 않는다는 뜻을 함께 지니고 있다.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두 의미는 결국 하나다. 아끼기 때문에 아끼는 것이다. 아끼는 것은 내가 사물을 경외하는 한 방법이다.


거품이 일지 않을 만큼 작아져 더는 쓰지 않는 세숫비누 수십 개를 모아 불린 뒤 고르고 곱게 으깨어 저은 다음 물이 다 증발될 때까지 놔두면 쓸 만한 재생(?)비누가 된다. 한의원 세면대에 올려놓았더니 간호사가 버섯을 왜 거기다 두었냐 한다.



세송이 비누. 궁상떨기로 읽힐 수 있는 내 사물 경외법에서 탄생한 비누다. 간호사도 한의원 드나드는 환자분들도 이 세송이 비누를 쓰지 않는다. 얼핏 보면 비누가 아니라 생각되기 때문이거나 비누인 사실을 알면 께름해서일 터. 나 홀로 신났다.


여러 종류의 쓰다 남은 비누가 모였기 때문에 향이 은묘하다. 살짝 호사를 뿌린다면 향이 발효된 느낌이 난달까....... ‘비누 사치’ 부리는 습성과는 비대칭의 대칭을 이루는 이 풍경 속에서 나는 자못 행복하다. 향의 신들을 소미하게 만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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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겨울



꽃 내린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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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나무 덤불이 소담한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줄기 골속이 국수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그 꽃말이 '모정'이라는 사실과 연결해 보면 멀건 국수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우던 가난한 시절의 엄마 이미지를 품은 듯도 하다. 5mm 이하의 앙증맞은 꽃이 향기로 벌나비를 불러들이는 밀원식물이다. 환경오염 지표식물이기도 하다.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참으로 아름답다. 세상 이치도 똑 이와 같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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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한테서 손편지와 카네이션 센티드 카드를 받았다. 편지를 읽으면서 아비로서 미안한 마음을 어찌 전할까 생각했다. 내년 어린이날, 상처받았을 '어린' 딸에게 주는 손편지를 써야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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