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지난 일 년은 낭/풀에 바쳐진 시간이었다. /풀 관련 책 약 40, 그중 4권에 대한 주해리뷰 약 140개가 헌정을 증언하는 주된 자취로 남았다. 교보 식물 코너에 가도 읽어야겠다 싶은 책이 이제 더는 없다 싶었던 어느 날, 홀연히 내 가슴에 꽂힌 깨달음은 미생물까지 가야 공부가 끝나겠구나!’였다. 박테리아, 무엇보다 바이러스를 남긴 채 낭/풀에서 멈추면 낭/풀이 지구생태계에서 과연 누구인가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네트워크 메시지가 전해진 덕분이다. 나는 향모를 땋으며마지막 주해리뷰 <고요히 뒤흔들리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깨침은 물적 변화다. 물적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는 낭/풀 공부는 낭/풀 본성에 반한다. /풀 본성이 내 몸 가득 채워지기를 빌고 빈다.

 

이 소원 여정은 거대한 나무에서 시작해 잡초를 거쳐 이끼(선태류)에 닿고, 더 나아가 지의류, 조류, 균류(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 /풀이라는 중용 또는 중도로 돌아오기 위해 낭/풀 경계를 넘어 극한으로 간다. 심지어 생명과 비 생명의 가장자리 사건인 바이러스까지 다가간다.”

 

연거푸 책 3권을 읽었다: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김혜성, 2019) 좋은 균, 나쁜 균, 이상한 균(류충민, 2019) 바이러스의 비밀(다케무라 마사하루, 2020)

 

책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들은 전문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대중서다. 내 공부 목적과 현실 삶 스케일을 고려할 때 천착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선택이다. 진실이 제시하는 전경을 보고 내가 몸으로 감응할 수 있는 경계선을 가늠해야 하니 말이다. 이 책들이 간직한 문제의식이 쉽고 재미있지만은 않아서 매우 혁명적인 발상으로까지 나아가거니와, 거기 공감하고 동의는 하되 나는 임상의로서 감각이 닿는 데다 몸 놓을 작정하고 읽기 시작했다. 이제 그 세 책 이야기를 차례대로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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