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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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에 대한 개념은 완전히 새로워졌다. 개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살아 있는 유기체에 대한 연구인 생물학은 살아 있는 유기체 사이 관계에 대한 연구, 즉 생태학으로 전환되었다. 더 중대한 문제는 우리 아는 바가 너무 보잘것없다는 사실이었다.(45)

 

30년도 훨씬 넘었으나 또렷한 기억 속에, 책 한 권을 소개한 친구가 있다. 글쓰기 결이 나와 꼭 똑 같다며 그가 내민 책은 다름 아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다. 이 책을 읽은 뒤부터 나는 쇠귀 선생 저작 거의 모두를 읽었다. 비판은커녕 아예 무시하는 사람도 없지 않으나, 나는 선생의 글을 선생의 글씨에서 비롯해 읽는다. 선생 붓글씨 근본은 관계. 맞은편에는 존재가 있다. 그 존재가 여기 개체. 신영복사상 요체를 이 문맥으로 말한다면 개체에서 관계로. 20년 넘는 수형 경험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개체, 그러니까 인간 자아 개념에서 발단된 실체독립존재는 문명, 특히 근대가 발명한 조형이다. 단단한 입자에 강박적으로 집착한 결과이자 다시 집착을 만들어내는 원인이다. 그렇게 우수마발을 입자로 만든 중에 단연 최강 입자가 바로 돈이다. 돈이 입자임을 증명하는 힘은 물론 이자다. 이자를 군대로 거느리는 한 돈은 금강불괴다. 금강불괴 돈 말고 인간이 아는 바가 너무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인간은 모르고 있다. 왜냐하면 그 돈이 자신을 금강불괴 개체로 만들어 주리라는 믿음 안에서 성령 충만하기 때문이다.

 

돈에 씌운 개체 인간 눈에 관계란 없는 것끼리 하는 품앗이를 넘어 있는 분에게 하는 구걸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구걸하는 것에게 적선하느니 먼저 은혜를 베풀어 기품 있게 보이자는 전략이 noblesse oblige, 익명 독지며, 기부며, 자원봉사다. 이 행위들로는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관계는 쌍방향으로 흘러 서로 녹아드는 사건이다. 엄밀히 말하면 살아 있는 유기체 사이 관계가 아니다. “관계로 살아 있는 사이 유기체. 관계사건을 일으키기 위한 근원조건이 장세계다. 그 방편이 양자다. 꼭 똑 태초에 관계가 있었다.

 

쇠귀 선생을 폄하하는 사람은 마치 경이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난 스승 좇는 총명한 학인과 같다. 알되 서로 떨어진 정보를 잇고 엮어 오늘 여기 생명진동수에 공명하는 산지식으로 구현한 든 스승이 난 스승보다 윗길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그 총명은 다만 우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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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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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식물과 한 덩어리를 이루며 존재했지만, 사실은 동물과 더 가깝다. 곰팡이를 식물에 더 가까이 놓는 일은 곰팡이 한 살이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학자들이 자주 저지르는 분류상 실수다. 분자 수준에서 보면 곰팡이와 인간은 여러 생화학적 혁명을 똑같이 겪었을 정도로 유사하다.(32)

 

분류 습성은 차지고 질기다. 식물 아니면 동물이라는 전제를 곰팡이 우선순위주장하는 이 책 저자조차 불식하지 못하니 말이다. “식물에 더 가까이 놓는 일분류상 실수라면 꼭 동물과 더 가깝다.고 해야 할까? 식물 아니면 그만이듯 동물 아니어도 그만 아닐까? 저자는 다른 곳에서 이리 말했다. “버섯은 열매다.”(106)

 

동물에 가깝다면서? 문맥에 따라서 다르게 표현하는 일이 이치에 더 부합할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식물이냐 동물이냐는 스펙트럼 문제며 상태방정식 문제다. 앞 이야기 식으로 말하면 물체 아닌 과정이다. 실생활에서 버섯 모습 보고 동물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지만, 맛을 보고 고기보다 더 쫄깃하다고 말하는 경우는 많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둘 다든 둘 다 아니든 문제 삼는 인간 문제일 뿐 곰팡이 자신에게는 아무 문제도 아니다. 분류에 편의를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진실을 호도하는 역기능보다 크지 않아서 문제다. 분류와 정체성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 관지를 버려야 있는 그대로 생명에 통짜로 다가갈 길이 열린다.

 

환자한테서 받는 질문 가운데 흔하기로 치면 선생님, 제 체질이 뭔가요?”가 세 손가락 안에 들지 싶다. 4상 얘기다. (이른바 8체질 신봉자는 아예 질문도 없이 자기 체질을 내게 통고한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전형적인 체질은 예외 현상입니다. 모든 사람은 각각 다른 어중이떠중이 잡종체질을 지닙니다.”

 

잡종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4상 경우 특정 체질로 명명된 이외 나머지 특성들도 모든 인간에게 필수적인 생명요소기 때문이다. 필요량과 구성에서 다른 스펙트럼일 뿐이다. 항생제 몇 알에 장 미소생명이 초토화되는 마당에 무슨 불변 체질이 있겠는가. 저자 아버지 당부를 되새긴다. 진실을 향해 곤두박질치듯달려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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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는 대부분 많은 세포가 연결된 네트워크인 균사hyphae를 형성한다. 미세한 관 구조인 균사는 쪼개지고, 포개지고, 서로 얽히면서 무질서해보이지만 매우 섬세한 균사체를 만든다. 균사체는 물체라기보다 과정으로 여기는 편이 더 이치에 맞다. 탐색적이고 불규칙한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28~29)

 

우리말 가운데 아름다운 사례어로 고맙다가 있다. 논란 여지가 없지는 않으나, 그 말은 고마에서 왔다고 한다. 고마는 지신地神이다. 고맙다는 말에는 사례 대상을 신으로 모신다는 극상 의미가 깃들어 있다. ‘감사하다와는 격이 다르다. 한자가 지배언어가 되면서 마치 상하관계처럼 전복되었지만 말이다.

 

천신天神은 그럼 뭐라 했을까? ‘니마. 니마에서 이 왔다. 임을 임에 뒤집어씌운 짓은 국권상실 이후 일제와 매판이 저질렀다. ‘임금니마고마가 줄어서 된 말이다. 통치자를 하늘과 땅을 두루 다스리는 신적 존재로 떠받든 데서 연유한다. 물론 하늘과 땅 또한 상하관계에 있다. 남성가부장적 지배층 시각이 투영되어 있다.

 

고맙다는 말은 있는데 니맙다(두음법칙에 따르면, 이맙다)는 말이 없는 이유가 여기 있지 싶다. 민중 처지에서 보면 높은 하늘에 계신 신한테 은덕 입을 일이 없다. 그 신은 지배층 차지다. 그나마 손에 닿는 신은 고마다. 그마저 임이 빼앗아갔지만.

 

이 일상 차원에서 생겨난 언어 현상학 너머 진실은 또 다른 전복을 일으킨다. 삼라만상 근본으로 거슬러 가면 빛이 나온다. 빛은 입자와 파동 양면성을 지닌다. 입자는 눈에 보이고 파동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둘은 본질 차이가 아니라 파동함수 차이지만 일단 그렇게 구분한다.) 눈에 보이는 입자가 물체고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이 과정이다. 물체는 과정의 일시적 현현양식이다. 이미 바이러스 공부 때 보았듯 바이러스 본질은 입자가 아니고 녹아 있는’, 그러니까 파동이 본질이다.

 

바이러스 진실은 곰팡이에게도 그대로 통한다. 균사체는 물체라기보다 과정이다. 네트워킹이기 때문에 본질상 그럴 수밖에 없다. 과정은 탐색적이고 불규칙한 경향으로 드러난다. 물체 관지에서는 그 자체가 무질서. 질서 세우기에서 권력을 발견한 인간, 특히 서구인은 물체 탐구를 과학이라 명명했다. 결과는 오늘 우리가 목격하는 바와 같다. 하여 바야흐로 전복 시대다. “매우 섬세한무질서, “쪼개지고, 포개지고, 서로 얽히면서생명을 일으키는 그 변화무쌍한 균사운동, 곧 팡이실’hyphaeing 여하에 인류 존망이 걸렸다.

 

지배층이 가짜로 만들어 강탈해간 높이 있어 있으나마나 한 거대 신 니마 아닌, 너와 나 사이 허공인 하늘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작은 신 니마를 민중은 이제 되찾아 온다. 팡이 니마에게 니맙다한다. 팡이 열매 버섯에게 니맙다 한다. 팡이 작품 된장에게 니맙다 한다. 팡이실질 네트워킹에 니맙다 한다. 니마운 세계에서 살아가는 기적에 니맙다 한다. 더불어 글 쓴  너나울도 마니 니마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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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있었던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는드라마틱한 사건 중 많은 수가 곰팡이 활동에서 비롯했다. 식물이 물을 떠나 지상으로 올라온 사건은 겨우 5억 년 전에 일어났다. 그전까지, 그러니까 식물이 스스로 땅속에 뿌리를 내리기 전까지는 곰팡이가 뿌리를 대신해주었다. 오늘날 지구에 존재하는 식물 90% 이상이 균근mycorrhizal 곰팡이에게 생존을 의지한다.......태곳적부터 시작된 이 협동관계에서 모든 생명이 비롯했으며 그 미래도 식물과 곰팡이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24)

 

고백하자면 낭/풀 공부할 때, 내 동공을 흔든 존재는 균이었지 근이 아니었다. 물론 식물이 스스로 땅속에 뿌리를 내리기 전까지는 곰팡이가 뿌리를 대신해주었다.는 사실은 알지도 못했다. 동물, 특히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낭/풀에게로 가는 일에 온통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부지불식간에 식물중심주의”(271) 영지로 몸이 들어섰던 셈이다. 이는 단순한 치우침이 아니다. 부분 오류에 갇히는 유혹을 흔연히 품고 즐긴 감옥이었다. 이 즐거운 감옥이 지닌 치명적인 독이 바로 경이로움이다. 경이중독은 불가피하다. 진실 전경을 한 찰나에 상기하지 않는 한, ‘경지로 좌정해 아라한에 빠져 살게 만든다. 한 소식 접한 수많은 준재들이 여기서 멈춰서고 말았으니 실로 지독한 중독이다.

 

이제와 돌아보니 시생대 낭/풀 경험이 나를 낭/풀 공부로 이끈 긴 인연 한가운데 장 미소생명에 꽂힌 인연이 또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세상에 회자되기 한참 전 나는 이미 장 미생물 상태를 조절해주는 본초 기반으로 한약 처방을 써왔다. 그 감각이 식물중심주의에 빠질 수 있었던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 감각이 인간 생명체human biont ‘감각만은 아닐 터. 감지 못 한 네트워킹이 작동했으리라. 이 네트워킹 덕분에 지금 정색하고 다시 큰 진실과 마주하고 있다. ‘대박고마우니 완전고마워한다.


차분히 들여다본다. “오늘날 지구에 존재하는 식물 90% 이상이 균근mycorrhizal 곰팡이에게 생존을 의지한다.......태곳적부터 시작된 이 협동관계에서 모든 생명이 비롯했으며 그 미래도 식물과 곰팡이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본원적 중요성을 지닌 이야기다. 식물 없는 생명을 생각할 수 없듯, 곰팡이 없는 식물을 생각할 수 없다. 이쯤에서 누구라도 곰팡이중심주의를 떠올릴 만하다. 그러면 곰팡이와 박테리아는 어떤 관계일까? 이때도 곰팡이중심주의가 유지될까? 박테리아중심주의로 바뀔까? 박테리아중심주의로 바뀐다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어떤 관계일까? 이때도 박테리아중심주의가 유지될까? 바이러스중심주의로 바뀔까? 바이러스중심주의로 바뀌면 마침내 거기서 멈출까?

 

식물중심주의를 경계하는 이유는 곰팡이중심주의로 넘어가기 위해서가 아니다. 특정 중심주의가 야기하는 무지를 타파하기 위해서다. 무지 타파는 서로 자기중심이라는 거점을 갈아엎어 타자중심 향해 나아가는 기점으로 삼을 때 시작된다. 거점과 기점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호혜순환스펙트럼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 어디에 설 지는 각자 인연 문제다. 어린 시절 낙엽동산 해체하는 작은 생명들을 향해 곤두박질치듯”(375) 달려들었던 인연 지닌 멀린 셸드레이크와 나는 다른 인연을 지녔다. 나는 내 인연을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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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는 어디에나 있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알아보지 못한다. 곰팡이는 우리 안에도 있고 우리 주위에도 있다. 곰팡이는 우리와 우리 생존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유지해준다. 이미 수십 억 년 전부터 그래왔듯, 독자가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곰팡이는 생명이 생기는 과정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그러나 곰팡이 대부분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며, 곰팡이 종種 90% 이상은 아직 기록으로 정리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다. 곰팡이는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힘든 생명체다.(23)

 

스티브 테일러 자아폭발주해리뷰1<한국어판 서문-거대한 것은 거짓된 것이다>(2019. 1. 9.)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의문이 든다.


거대/위대한 무언가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


각기 다른 영혼 사이의 네트워킹 사건으로서 나를 메신저 삼는 그 무언가는 소소하고 미미하다. 소미하기에 빚어내는 무한한 결과 겹으로 말미암아 천지간 가득해서 크게 여겨진다. 크게 여겨지나 실체로 포착되지 않는다. 실체로 포착되지 않는 상호작용이어서 메시지를 지닌다. 그 메시지를 감지하고 전달하는 메신저를 동아시아 전통에서는 군자라 한다. 중용은 말한다. 군자지도비이은君子之道費而隱. 대우 명제로 바꾸면 명료해진다. 소소하고 미미해서 포착되지 않는 상호작용인 메시지가 아니면 군자가 전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아니, “거대한 무언가, 그것이 질량이든 에너지든 도무지 메시지를 발할 수 없다. 그러므로 거대한 무언가의 메신저를 자처하는 자가 나타났다면 그 메신저도 가짜고 그를 보낸 거대한 무언가도 가짜다.


진실에서도 진리에서도 거대한 실체는 없다. 소미한 실체들의 동시적 군무가 그려내는 찰나적 덩어리 실재로 떴다 사라질 뿐이다. 이 진실, 이 진리를 아는 것이 참 앎이다. 거짓 앎은 거대를 휘감은 질병이며 악이다.


 

물론, 이때 내 사유는 일차적으로 휴먼스케일에, 그 다음엔 직접 경험이 가능한 동물에까지만 미치는 자장磁場 안에 머물렀다. 실로 근 3년 만에 낭/풀과 박테리아, 그리고 바이러스를 돌아 여기, 곰팡이에까지 이르렀다. 이 과정은 원리적 차서를 따랐다기보다 내 공부 인연을 따라 진행되었다. 그 우연이면서도 필연인 출발점을 낭/풀이 놓아주어 놀랍고 고맙다.

 

군자지도비이은君子之道費而隱에서 주어를 곰팡이로 바꾸어 번역하면 그대로 곰팡이는 어디에나 있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알아보지 못한다.가 된다. 알아보지도 못하는 그 곰팡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며,” “우리와 우리 생존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유지해준다.뿐만 아니라, “생명이 생기는 과정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다시 주어를 되돌리면, 군자의 도가 우리와 우리 생존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유지해주고 생명이 생기는 과정에 변화를 일으킨다. 군자의 도와 곰팡이 생명 본성은 불가피하게 일치한다.

 

군자지도비이은君子之道費而隱을 담은 중용12장은 군자의 도는 그 실마리가 부부 사이에서 만들어진다.”는 내용을 당연히 담고 있다. 필부필부匹夫匹婦가 부부 맺어 성을 핵심으로 하는 사랑 행위로써 생명을 창조하고 유지하는 일에서 군자의 도가 비롯한다는 말이다. 곰팡이 실들이 ENTANGLE하여 생명을 창조하고 유지하는 일에서 우주가 비롯한다는 진리를 휴먼스케일로 축소한 말이다.

 

오늘을 살면서 고전 읽기가 필요한 까닭은 딱 하나다. 선현이 자기 맥락에서 통찰한 맥락 너머 보편진실을 오늘 내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내, 다르고 또 같은 진리가 결결이 펼쳐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고전을 고전으로 만든 우파 에피고넨이 역사의 주류가 되면서 고전古典은 고전固典으로 영락했다. 固典이 이른바 경전이다.

 

경전에 고전이 갇히게 된 근본 원인은 우파주류 인간이 인간 자신을 경전으로 받들었기 때문이다. 경전 인간이 이른바 신이다. 이른바 신은 여러 거대 양상영성, 화폐, 예술, 과학, 사상, 문화로 가현한다. 거대가현에 심취해 우주 지름까지 계산해내는 동안 곰팡이 종種 90% 이상은 아직 기록으로 정리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다.결국 같은 지점에서 만날 지식이라며 원론적 여유를 부리기에는 그 쏠림이 치명적이다. 우주 지름에 대한 지식이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기 전에 곰팡이에 대한 무지가 인류 공멸을 초래할 날이 박두하고 있다.

 

곰팡이가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힘든 생명체임이 분명한 이상으로 곰팡이를 알면 알수록 인류 공멸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사실은 더 분명하다. 이해할 수 없는 조그만 생명에게 구원받는 일이 자존심 상한다면 뭐 계속해서 우주가 몇 개인지 세고 있어도 좋다. 나라면 그러지 않겠다. 가늘고 짧은 쇠꼬챙이로 피부 몇 군데를 찌르는데 어떻게 안면마비가 치료되는지 이해하지 못해 툴툴대면서도 한사코 찾아오는 중년 남자사람에게 그 쇠꼬챙이 찔러 완치 팔부능선 넘어선 사실을 확인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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