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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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훈이가 하늘로 갔지만 아이 키우는 비용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쓰자. 그래서 혼자 있는 아이, 할머니가 돌보고 있는 아이 몇 명에게 지원하는 걸 신청했어요. 그러던 게 계속 늘어나서 이제는 얼마가 나가는지도 모르게 됐어요. 참사를 겪으면서 힘든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겠다, 내 위주의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자, 소중한 사람을 잃은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방향전환을 한 것 같아요.(300쪽-김제훈 엄마 이지연)




높지막이 날 세워

저마다 쪼개고 밀치다

잃어져

서로 포개고 기댄다

나지막이 납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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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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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거기는 안 가요.”

“왜요?”

“아 글쎄, 안 간다니까요. 잠깐만요. (전화 걸면서) 아니, 왜 손님 목적지가 분향소라고 얘길 안 했어요?”


저는 분명히 분향소 간다고 말했거든요. 우리 반 당직이라서, 분향소 가자고 대리 불렀는데 기사가 안 간다는 거예요. 분해서분해서 살 수가 없었어요.(298쪽-정예진 엄마 박유신)


세계의과대학명부WDMS라는 책을 펴내는 세계의학교육협회WFME라는 단체가 있는 모양이다. 이 단체는 지난 2012년에 한의대를 삭제했고 올해 중의대를 삭제했다고 한다. 한국의 양의사 모임인 대한의사협회는 ‘세계 의학계에서 한의학과 중의학 등 전통의학을 현대의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식과 평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대변인을 내세워 ‘객관적,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전통의학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오래돼서 검증된 것이라는 억지가 국제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정부도 더 이상 근거가 부족한 한방에 대한 일방적 우대정책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을 멈춰야 하며, 한방행위 전반에 대한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출처: 메디칼트리뷴)


양의사가 세계의학계, 국제사회를 들먹이며 주장을 펼치는 태도는 대리기사의 “분향소? 거기는 안 가요.” 하는 태도와 본질이 같다. 이 태도는 프레임으로 전제된 외부권위에 편승해 자기가 정당하거나 타인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허위의식에서 나온다. 자기준거에서 출발할 줄 안다면 결코 지닐 수 없는 태도다.


양의사가 자신의 의학을 객관적,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학문이고 한의학은 오래돼서 검증된 것이라는 억지라고 폄훼하는 말은 대리기사가 막무가내로 하는 “아 글쎄, 안 간다니까요.”라는 말과 지향이 같다. 이 말은 자신만의 진리성에 갇힌 일극구조에서 나온다. 비대칭의 대칭구조인 세계진리를 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말이다.


양의사가 한방에 대한 일방적 우대정책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며 정부를 비방하는 행위는 대리기사가 “(전화 걸면서) 아니, 왜 손님 목적지가 분향소라고 얘길 안 했어요?” 하는 행위와 품격이 같다. 이 행위는 자신의 반도덕성을 은폐하기 위한 사이비 도덕성에서 나온다. 협잡으로 얻은 도덕성은 끝내 제 발등을 찍는다는 진실을 안다면 결코 지을 수 없는 행위다.


어떻게 하류층 대리기사는 상류층 양의사와 태도·언어·행위에서 같을 수 있는가? 쉽다. 자기 계급을 배반하면 된다. 더 쉽다. 자기보다 하류를 만들어 상류 코스프레 하면 된다. 더더욱 쉽다. 상류가 만들어준 프레임에 쏙 빠지기만 하면 된다. 사실 양의사도 세계체제에서 보면 하류다. 저들이 한 짓을 내국화하면 ‘대리기사’를 다량 복제할 수 있다.


복제품이 넘쳐나는 식민지 사회에서 사람이 사람이라면 “분해서분해서 살 수가 없”는 게 맞다. 분하게 살해되고 분하게 불가촉천민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어찌할까? 길길이 뛰다 제풀에 스러지는 것은 분에 못이긴 아이가 하는 짓이다. 분에 감응하는 어른은 칼을 간다. 칼을 가는 동안 기억을 다진다. 다 갈아진 칼을 팔의 일부 삼아 늘어뜨리고 선다. 앞에 서 있는 놈은 김식뿐만이 아니다. 그 뒤에 최형기가 있다. 최형기를 베어야 한다. 벨 것이다. 벤다. 베었다. 마감동416의 전미래는 250위 수호령과 함께 이루는 네트워킹이다. 꿈꾸는 장길산의 나라는 버려진 자들의 감각이 버린 자들의 판단을 이길 때 열린다. 그 개벽의 날을 기다리며 정예진 엄마 박유신이 칼을 늘어뜨리고 선 저 모습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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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 은화 사진 들고 ‘세월호 인양하라’ 피켓 들고 서 있었거든요. 지나가던 사람이 자기는 의료사고로 아이를 잃었는데, 시끄러운 거 싫어서 참고 산다고 하는 거예요. 그 당시에 아무 말도 못하고, 울지 않으려고 턱이 아플 정도로 참고 있었어요. 그 다음날 가족증명서를 떼다 벽에다 딱 붙였어요. 준영이 사망신고를 안 했거든요. 진실을 알기 전에는 안 보낸다. 아직 내 가슴에 묻을 수 없다. 그때는 그런 걸로 버텼어요. 집 이곳저곳에 노란리본 다 붙이고, “난 세월호 엄마야, 세월호 엄마야” 나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면서 풀고 살았어요.(296쪽-오준영 엄마 임영애)


시끄러운 거 싫어서 참고 산다”는 말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맞으면서도 참고 사는 엄마 입에서 나옴직한 얘기다. 참 평화가 아님은 둘째 치고 그 과정에서 자신과 자녀들이 시시각각 죽어간다는 사실을 은폐함으로써, 참고 사는 것은 참담한 살인방조가 된다. 시끄러운 거 싫어서 죽음의 진실을 묻어둔 채 체념애도를 선택함으로써 자기 아이 다시 죽이는 엄마의 길을 어찌 남에게 요구하는가.


더 참람한 것은 세월호‘사건’이 의료‘사고’와 같다고 여기는 무지다. 그 무지는 개인 탓이 아니다. 불의한 국가권력과 사이비 언론의 속임수에서 비롯했다. 하지만 속임수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자기 아이 죽음을 가볍게 생각하듯 세상일을 어정뜨게 대하는 태도에 있다. 1시간 동안 12번이나 단원고 아이들만 콕 찍어 ‘가만있으라.’ 명령하고 구조하지 않은 것이 어떻게 의료사고와 같은가.


416가족은 물론 시민도 416의 정치적 고의성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안전사고나 노동 탄압도 넓은 의미에서 불의한 지배층이 피지배층 약자를 함부로 대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기는 마찬가지지만 사회적 사건이다. 416은 단도직입으로 국가권력이 정치적 목적으로 조직 또는 개입한 학살사건이다. 아이들의 입장으로 보면 이는 분명히 “항쟁”이다. 총 들 수 없었을 뿐 518이 왜 아닌가.


오준영 엄마 임영애는 오늘도 거리에 서 있다. 온 몸을 노랑으로 휘감은 채 항쟁을 계속하고 있다. SNS에 올릴 사진을 찍어도 되겠나 물었더니 흔쾌히 허락한다. 돌아서 가다가 다시 찾아 혹시 건강에 문제 생기면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건네고 왔다. 이런 인사가 대부분 일회성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오준영 엄마 임영애만큼은 연락주기를 여생 내내 기다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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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이 사장 부인인데 자꾸 시비를 거는 거예요. 그 전에는 이런 트러블이 없었는데 이상했어요. 알고 보니 아들 장례를 치르는 사이에 경찰관이 회사에 다녀갔다고 하더라고요. 경찰이 유가족 동향을 살피려고 왔던 거죠.·······사장이·······얘기를 하더라고요. 실장이 같이 일 못 하겠다 한다고.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알았다고 했죠. 나올 때도 실장하고 대판 싸우고 나왔어요.(296쪽-건우 아빠 김정윤)


검찰국가의 드물지 않은 살풍경 하나가 건우 아빠 김정윤이 사회적으로 살해당하는 이 사건과 겹쳐진다. “기업인 ㄱ은 경쟁 업체가 눈엣가시다. 지인을 통해 검사 ㄴ을 소개 받는다. ㄴ은 그 경쟁사를 내사한다. 거래 업체를 죄다 쑤셔 놓는다. 당연히 그 기업은 망한다. ㄱ이 헐값으로 인수하면서 상당 지분을 ㄴ에게 준다. 경우에 따라서는 ㄴ이 아예 그 기업을 인수한다.”


경찰은 대체 무슨 이유로 416유가족 동향을 살폈을까? 경찰한테 무슨 말을 들었기에 사장은 건우 아빠 김정윤을 쫓아냈을까? 식민지 시절 왜놈 경찰도 아니고 토착왜구 부역자도 아닌데·······아니, 아니다. 겉모습만 다를 뿐 저들은 여전히 왜놈 경찰이고 여전히 토착왜구 부역자다. 아베 총독이 호언한 노예교육 너머 미군정이 온존시킨 식민지 체제의 힘이다. 쫀쫀하다.


식민지체제의 쫀쫀함을 친일 연구의 선구자였던 임종국 선생은 “알게 모르게 일상을 파고들어 우리 주체성을 완전히 마비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이 임종국 선생 30주기였는데 우리사회는 아직도 주체성이 마비된 채 매판이 짜 놓은 프레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연일 쏟아내는 공정 또는 평등 담론이 매판에 부역하는 것이란 사실을 아는 이가 드물다.


쫓겨나면서 건우 아빠 김정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내 안타까움과 걱정이 전해지기야 할까만 이렇게 익명성에 저항하며 소리치기라도 해야 알게 모르게 틈을 내지 않겠나. 항일무장투쟁의 혈통으로서는 퍽 부족하지만 결결이 외쳐보는 소이다. 식민지체제의 쫀쫀함을 내 쫀쫀한 방울방울로 뚫어버리는 꿈을 꾸면서 지치지 말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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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전에는 교회가 삶의 중심이었어요. 모든 활동들이 교회가 시작점이었는데 이젠 완전히 단절된 거죠. 애들은 좋은 곳에 갔으니까 이제 마음에 묻어라, 이런 말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비치는 게 있어요. 제가 마음이 상했던 건 교회 안에서 세월호 얘기를 안 한다는 거예요. 가끔 말을 할 때가 있는데, 예를 들어 부흥회를 한다면, “세월호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 기도 많이 해야 합니다”라고 부흥회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세월호가 언급돼요. 세월호가 주가 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걸 보니까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생각의 차이가 너무 컸던 거죠. 그들이 세월호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자기들이 의도한 생각 속에 우리를 집어넣으려고 하니까 그게 싫은 거죠.(293~294쪽-시찬 아빠 박요섭)


세월호학살을 보는 종교단체 빅3의 시선은 이렇게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개신교 간판스타인 어느 목사는 하나님이 아이들을 죽였다고 설교했다. 천주교 추기경은 교황이 노랑리본을 달고 다니자 떼어주기를 청했다. 불교조계종총본산은 왕생극락하시라는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대체 인간에게 종교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회의에 찬 의문에 종교라면 적어도 죽음 아니 죽은 자 문제만이라도 근원과 실재에 가 닿는 답을 제시해야 한다. 빅3 어느 한 곳도 세월호사건 진실에 단도직입의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가장 많이 노출된 종교인 개신교는 일부 극소수를 제외하면 부정 일색의 반응이었다. 비열하게도 자기들만의 하나님 뒤로 숨었고, 희생과 피해를 왜곡·폄훼했으며, 도리어 박근혜를 감쌌다. 이 태도는 지금까지 견지되고 있다. 보수교단 소속이면서도 개신교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한 장로는 ‘현재 한국 개신교는 기독교 역사상 가장 타락한 상태’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우리사회 거대한 부패 카르텔에 개신교가 전방위·전천후로 개입되어 있다. 우리 앞에 놓인 개혁 과제 가운데 필경 가장 중대한 것이 종교개혁이리라. 가장 기생적이면서도 가장 끈질긴 실재악의 본진이기 때문이다. 영성 없는 교회와 불성 없는 절을 모조리 때려 부수지 않으면 이 땅은 종당 종교좀비의 생지옥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만방의 신불이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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