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 파라사이언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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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생물을 깊이 연구하는 특별한 치과의사가 썼다. 저자는 공부에서도 임상에서도 일가를 이룬 듯하다. 무엇보다 자세가 기본에서 옹글다. 그가 말했다.

 

내가 만나본 의료인 중에 환자의 건강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의료인들이 배우는 것도, 수련하는 것도, 하루 종일 하는 일도 병을 고치는 일이다.......물론 질병을 치료해야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라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을 만큼 육체와 정신이 온전하고 사회적 관계가 준비되어 있는 상태(a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를 의미한다.......나는 이 책에서 병이 아닌 건강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5~6)

 

저자가 병(고침)과 건강을 선명히 대비시킨 데는 공존이란 개념이 기축 노릇을 했음에 틀림없다. 비단 미생물과 나만 아니라 인간 사회, 그리고 지구생태계 전체가 거대한 공존생명체다. 공존정신이 건강한 인간정신이고, 공존윤리가 건강한 사회윤리다. 건강한 인간정신은 영성으로 발현하고, 사회윤리는 민주정치로 발현한다. 비록 현실과 거리가 멀지라도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반드시 이들 문제를 껴안고 가야 한다. 저자가 이런 진실을 낱낱이 날카롭게 통찰하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인류가 당면한 묵시록적 상황이 요구하는 바다.

 

2016922일 마이페이퍼 <21세기 의사론>에서 나는 말했다.

 

의사는 의사議師이며 의사義士이며 의사儀司이어야 한다.

 

1. 議師란 단지 병만을 고치는 기술자가 아니라 건강한 삶 전체를 함께 의논 또는 숙의하는 스승이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2. 義士란 개인의 문제는 언제나 정치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아 공동체 전체의 의로움을 위해 싸우는 올곧은 선비여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3. 儀司란 생멸의 벼랑 끝에 몰린 인류와 자연을 보듬어 안고 영성적 치유를 행하는 숭고한 사제여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의 여명기에 개인 건강의 지도자와 사회의 정치 지도자, 그리고 영성의 지도자는 하나였습니다. 타락으로서 분리를 겪으면서 개인 건강의 지도자인 의사는 단지 질병을 고치는 기술자가 되어버렸습니다. 21세기 인류는 파멸과 개벽의 기로에 섰습니다. 개벽으로 가는 길에 서려면 의사는 議師이며 義士이며 儀司이어야 합니다.”

 

묵시록적 상황인 만큼 현실은 참담하다. 매판엘리트 정서에 절어 있는 의사들에게 이 이야기는 그야말로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다. 그들을 향해 이 말을 할 정도로 남아도는 오지랖이 아니다. 과도한 의료화로 수탈당하고 있는 의료민중이 건강주권 되찾기를 바라면서 울리는 꽹과리 소리다. 의료민중이여, 스스로 議師이며 義士이며 儀司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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