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착한 가게 -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런던의 디자이너-메이커 13인
박루니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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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의 이익을 보전하면서 소비자에게도 만족을 선사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디자인을 개발한다는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 또한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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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착한 가게 -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런던의 디자이너-메이커 13인
박루니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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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착한 가게>는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 런던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13인의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 박루니는 패션지 피처 에디터 출신으로 현재는 런던에서 자유 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저자가 만난 13인의 디자이너는 공정무역 운동부터 디자인, 제작 등 다양한 형태의 일을 하지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목표로 한다는 점은 같다. 여기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란 환경과 사회, 경제 중 무엇 하나 해치지 않으면서 지속해 나가는 것을 추구하는 대안 경제의 한 형태로, 런던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같은 취지의 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실제로 나는 대학 시절 모 비영리조직에서 다양한 형태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경험한 바 있다. 이 책에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의 범주로 공정무역과 재활용, 디자이너-메이커, 소규모 산업, 공유경제가 나오는데, 이 중 공정무역과 재활용, 공유경제를 체험한 바 있으며,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현재는 한 디자이너-메이커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비영리조직에서 나온지 한참 된 터라 지금 하는 일이 그 때 했던 일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지 전혀 몰랐는데 이렇게 연결이 되다니 놀랍다. 그 시절에 했던 일을 현재 하는 일과 연결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겠다. 



여기서는 장인이나 공예가라는 호칭 대신 '디자이너/메이커'라고 한다. 디자이너이자 메이커란 뜻이다. 전처럼 스승에게 도제식으로 훈련된 게 아니라 대학에서 커리큘럼에 따라 강의식 수업으로 교육받은 디자이너라서다. 태생적으로 디자이너는 메이커, 즉 생산자와는 별개의 직업이었다. 그러나 디자인 학교에서 디자이너를 과잉 배출하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잉여의 디자이너들이 생계를 위해 직접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에 퍼진 기성품에 대한 염증과 수공예품에 대한 향수가 현대판 장인을 배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p.124)



정치와 경제에 대한 관심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이어진 인물의 사례도 흥미로웠다. 그 인물은 바로 공정무역 양탄자 '메이드 바이 노드'의 설립자 크리스 호튼. 미술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인도 여행을 떠난 그는 나오미 클레인의 <노 로고>라는 책을 읽고 거대 기업들의 브랜드 마케팅이 어떻게 세계를 망쳤는가에 대해 알게 된다. '누구는 북반구에서 태어나 평생을 큰 걱정 없이 천하태평하게 살고, 누구는 남반구에서 태어나 굶주림에 시달리다 길에서 죽는 현실을 타고난 운명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 그는 공정무역을 공부하고 공정무역 조직에서 일하며 헌신했다.



크리스의 믿음은 게임 이론과 소프트 파워 이론이라는 두 가지 과학적 이론에 기반한다. 게임 이론이란 게임 참가자들이 각자 내리는 결정이 서로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카드 게임을 비롯해 대부분의 세 상사가 그렇다) 참가자들이 어떻게 의사 결정을 내리고,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응용한 연구 사례가 너무 많아 해석하기 나름인데, 크리스는 서로가 믿고 협력하는 전략을 사용하면 의심하고 비협조적인 전략보다 이윤이 증대한다고 해석한다. 소프트 파워는 물리적 힘인 하드 파워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교육, 학문, 예술 등 인간 이성과 감성의 힘이다. 즉, 강제력이나 명령이 아니라 문화나 가치, 도덕적 우위를 통해 자발적인 동의를 얻는 능력이다. 이 두 가지 이론으로 판단하면 공정무역은 가장 많은 이의 동의를 얻기 쉽고 장기적으로 승률이 가장 높은 전략이다. (p.159)



크리스가 입문(?)했을 당시 공정무역 상품은 공정한 생산가를 지불하는 것 외에 다른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포기한 듯 보였다 .실제로 그가 공정무역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공정무역으로 제작되는 많은 수공품이 아름답지도 않고 쓸모도 없어 소비자들에게서 외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른 공정무역 관련자들과 달리, 그는 기계로 만든 물건이나 디지털 문명을 전혀 꺼림칙해 하지 않고 수공품에 대한 환상도 별로 갖고 있지 않다. 수공업을 지지하는 이유는 기계로 대량생산하는 것보다 소량 제작이 가능하고 제작 과정이 유연해 변화에 대처하기 쉽기 때문이다. 단지 손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어처구니없는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물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공정무역 상품에 디자인을 입히는 것은 대중성에 대한 그의 믿음 때문이다. 옳고 그른 것은 권위기 아니라 사람이 결정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느냐에 공정무역의 성공과 실패가 달렸다고 그는 말한다. (p.169)



대학 시절 배운 게임 이론과 소프트 파워 이론을 이 책에서 볼 줄이야. 수많은 정치학, 경제학 전공자들이 이론으로만 아는 것을 신념으로 삼고 행동으로 실천한 그가 놀랍다. 공정무역 제품에 대한 그의 생각에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값비싸고 디자인이 아름답지 않은 제품이 오로지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된 제품이라는 이유로 팔릴 것이라는 믿음은 너무 무르다. 생산자의 이익을 보전하면서 소비자에게도 만족을 선사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디자인을 개발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 또한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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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 - 인구감소로 연쇄붕괴하는 도시와 지방의 생존전략
마스다 히로야 지음, 김정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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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 경쟁률이 100:1에 달하는 유치원이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런 유치원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정원 미달인 유치원은 전국적으로 58%에 달한다고.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유치원 원아 모집 양극화 현상은 도농 간 인구 격차 탓이며, 농어촌 지역에서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한 유치원 경쟁률 쏠림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애는커녕 시집도 안 갔지만, 서울에 사는 사람으로서 심히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교롭게도 오늘 읽은 <지방소멸>이라는 책이 위와 같은 문제를 다룬다. 저자 마스다 히로야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3기에 걸쳐 이와테 현 지사를,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총무장관을 역임한 행정관료 출신이며, 2009년부터는 노무라 종합연구소 고문과 도쿄대학 공공정책대학원 객원 교수 등으로 재직하고 있는 공공행정 전문가다. 그의 저서 <지방소멸>은 2008년을 정점으로 인구 감소세에 들어선 일본이 앞으로 본격적인 인구 감소 시대에 들어갈 것이며, 대도시권을 제외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가 이미 현실의 문제로 다가와 있다는 것을 설명하여 2014년 일본 최대 베스트셀러 경제서, 2015년 신서대상 1위에 올랐으며, 최근에는 KBS 다큐 <100세 사회의 경고>에 소개되기도 했다.



일본의 인구 감소는 지방에서 대도시권(특히 도쿄권)으로의 '인구 이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일본 전체가 똑같은 비율로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은 인구가 격감하지만 대도시는 지금보다 더 인구 집중이 진행될 것이다. (중략) 도쿄가 인구를 유지하는 이유는 지방에서 인구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는 출산율이 매우 낮아서 인구 재생산력이 저조하다. 지방의 인구가 소멸하면 도쿄로 유입되는 인구도 사라져 결국 도쿄도 쇠퇴할 수밖에 없다. (pp.12-3) 



논리는 간단하다. 지방에서 대도시권으로 인구가 유입되면 지방 인구는 줄고 대도시 인구는 늘어난다. 이 상태에서 출산율이 줄고 지방에서 도시로의 인구 유입률이 늘어나면 언젠가는 지방 인구가 사라지고 도시 인구도 증가 추세에서 감소 추세로 변화, 결국에는 사라지게 된다. 이는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앞에 예로 든 유치원 문제다. 농어촌 지역에서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농어촌 지역의 유치원은 정원 미달, 대도시 유치원은 100:1의 경쟁률이라는 양극화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지방소멸 문제는 지방 사람들만이 아니라 도시 사람들에게도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 도시 인구가 늘면 일자리, 주거, 육아 등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인해 결혼, 출산, 주택 구입, 소비 등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밖에 베드타운 신도시가 위험하다, 노인의 연금에 의존하던 지방 편의점과 주유소가 줄줄이 도산한다, 대도시는 지방의 젊은이를 빨아들여 저임금으로 쓰고 버리는 인구의 블랙홀이다, 지방 경제를 지탱하던 의료, 복지 분야 일자리가 축소된다, 인구감소를 멈추려면 많은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 성장과 개발을 이야기하는 정치가를 멀리하라 등 충격적인 내용이 많다. 이 책을 읽고나서 한국 뉴스와 일본 뉴스를 보니 보이는 것이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 확실히 일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인 대상의 복지나 개호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는데 최근에는 이민으로 포커스가 옮기려는 듯 하다. 한국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하며 어떻게 대처할까. 많은 것을 생각케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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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MBA - 비즈니스 성공의 불변법칙, 경영의 멘탈모델을 배운다!
조쉬 카우프만 지음, 이상호.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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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전공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최근들어 경영학 개론이라도 한번 들어둘 걸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취업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정치외교학과나 경제학과보다는 경영학과에서 배우는 지식이 필요한 때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경영학과로 편입을 할 건 아니고, MBA를 할 것까지도 아니다 싶던 차에 <퍼스널 MBA>라는 책을 만났다.



저자인 조쉬 카우프만은 MBA가 없다. 대학 재학 중에 세계적인 대기업 P&G에 입사한 그는 동료나 상사 중에 MBA 학위가 있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미 직장에서 일을 잘 하고 있는데 고가의 자격증을 얻는 것을 무의미하게 느꼈다. 마침 상사로부터 "MBA를 마치기까지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만큼을 회사일 잘하고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는 데 쏟아 붓는다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조언을 받고 비즈니스 스쿨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경영 공부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수년에 걸쳐 수천 권이 넘는 경영 서적을 탐독했고, 수백 명의 경영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그 결과 MBA 학위 없이 직장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었고, 사업도 시작했다. 



MBA가 가지는 필터링 효과는 실제적이며 한 개인이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영 컨설턴트, 국제 재정전문가 혹은 포춘 50위 기업에서 승진가도를 밟는 것이 꿈이라면, 15만 달러짜리 면접 기회를 구매해야 할지 모른다. 이 과정을 밟는다면 지원하기 전에 정확히 이것이 당신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단 인생을 저당 잡히고 나면 빚 때문에 나중에 이 결정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중략) 일류 MBA 과정에 합격할 만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면 그리고 졸업 후에도 학벌과 상관없이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경영대학원을 가지 않고 경영에 대한 근본 원리들을 혼자 습득하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서 얻는 것이야말로 당신 인생을 좌우할 가장 현명한 판단이 될 것이다. (pp.58-9)


 

조쉬 카우프만은 MBA에 가는 대신 독학으로 배운 경영 지식을 이 책에 정리했다. 책의 주요내용은 실제로 사업을 운영하는 방법, 효과적으로 창업하는 방법, 기존에 하고 있던 사업을 더 잘 되게 하는 방법, 경영 기술을 활용해 개인적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성과를 내는 방법 등이며, 저자는 각각의 내용을 248개의 키워드로 정리해 가치 창조, 마케팅, 영업, 가치 전달, 재무와 회계, 인간의 마음, 자신과 일하기, 다른 사람들과 일하기, 시스템의 이해, 분석, 개선 등의 장에 나누어 소개한다. 저자 자신이 혼자서 공부한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해 다시 전달하는 성격의 책인 만큼, 글 한 편의 길이가 짧고 문장과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책이 두꺼워도 읽기는 쉽다.



저자가 혼자 연구하고 분석한 내용도 나온다. 저자는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위해 가치 창조, 마케팅, 영업, 가치 전달, 재무와 회계 같은 기존의 경영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비즈니스의 대상이며 원리이기도 한 '사람'과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인지 심리학 등을 공부하며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배웠고, 시장은 물론 산업, 사회, 그리고 개인의 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개선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한 사람이 다년간 공부하고 경험을 통해 확인하기까지 한 지식을 책 한 권을 통해 배울 수 있다니. 공부하는 사람, 책 읽는 사람, 성공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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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의 철학 - 미루는 본성을 부정하지 않고 필요한 일만 룰루랄라 제때 해내기 위한 조언
카트린 파시히.사샤 로보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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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책상서랍을 정리해야지' 하고 마음 먹은 지 한 달째다. 서랍을 열 때마다 펜이며 메모지며 포스트잇 같은 자질구레한 것들이 뒤엉켜 있는 것을 보면 기분까지 엉망이 되는데도, 막상 정리를 하려니 엄두가 안 난다. 일단 뭐라도 버려야겠고, 생활용품점에서 정리용품을 사와야 할 것 같고, 애초에 책상서랍이 작은 듯 하니 책상서랍을 바꿔야 할 것 같고, 그럴 거면 책상을 바꾸고 싶고, 가구, 방배치, 아니 방 자체를 바꿔야 겠다 싶고... 이렇게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정리고 뭐고 다 미루게 되고, 엉망인 기분으로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틀렸다면? 독일 베를린 소재의 디자인 에이전시 ZIA의 대표 카트린 파시히와 사샤 로보가 공저한 <무계획의 철학>에 따르면 '힘들게 자기 삶을 바꾸지 않고도 예전보다 더 기분 좋게' 사는 일은 가능하다. 미루기의 고수인 저자들에 따르면, 일상은 물론 일에 있어서도 제때에 맞춰, 계획적으로, 완벽하게 임하는 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불필요하다. 업무와 의무에 얽매이지 않고도 충분히 돈을 벌고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으며,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사례도 널려 있다.



노련하게 미루는 프로들은 종종 훌륭한 업적을 남긴다. 리누스 토발즈는 컴퓨터 운영체제 리눅스를 개발하느라 전산학과를 졸업하는 데 8년이나 걸렸다. 아이작 뉴턴은 책을 읽느라 어머니가 시킨 농장 일을 게을리했다. 로베르트 슈만은 전공인 법학 공부는 하지 않고 피아노만 쳤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궁정 화가로서 맡은 업무를 제때 끝내지 못했다. 기하학이 훨씬 더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 형제가 (1991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톤 핑크>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던 것은 <밀러스 크로싱> 시나리오 작업에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p.90)



저자들은 무계획의 삶을 그저 예찬하고 옹호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속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그 중에 가장 좋았던 건 '모든 걸 동시에 시작하기'다. 이는 일반적인 멀티태스킹의 개념과는 살짝 다르다. 멀티태스킹이 많은 일을 동시에 함으로써 최단시간에 처리하는 것이라면, '모든 걸 동시에 시작하기'는 일단 여러 가지 일을 저질러 놓고 그때 그때 관심이나 호감이 생기는 일을 하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에 비해 일의 진척이 상당히 느리지만(마무리되지 않는 일도 더러 있지만), 한 번에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게 힘들거나 완결을 못 지을 게 두려워 좀처럼 시작을 못 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제럴드 와인버그라는 작가는 이를 통해 수많은 책을 쓰기도 했다.



"나는 하나의 원고를 끝내고 다음 원고를 쓰기 시작하는 법을 모른다. ...... 지금 작업 중인 원고들, 즉 현재 진행 중인 작품 목록을 보면 대략 이렇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원고를 비롯해 30개가 넘는 원고들이 마무리 단계 혹은 미완성 단계다. 그리고 매달 한 편씩 써야 하는 칼럼에 필요한 글이 36개, 다양한 매체와 약속되었거나 아직 게재할 곳이 정해지지 않은 글이 27개나 된다. 뿐만 아니라 어디에 필요할지 모르지만 메모처럼 기록하고 있는 개괄이 불가능한 수많은 짧은 글들이 뒤죽박죽 쌓여 있다. 언젠가는 이것들의 용도를 찾게 될 것이다. 아닐 수도 있고," (p.98)



나는 책을 읽을 때 '모든 걸 동시에 시작하기'를 실천한다. 요즘 나는 <행복해질 용기>, <마더 나이트>,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책 먹는 법>, <벚꽃, 다시 벚꽃>, <대성당> 등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다. 한 달 넘게 읽고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무계획의 철학>처럼 몇 시간만에 후딱 읽은 책도 있다. '모든 걸 동시에 시작하기'는 읽기 시작한 책이 재미가 없어도 빨리 읽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부담 없이 조금씩 읽어나가도 죄책감이 안 들고, 그때 그때 기분이나 흥미, 관심사에 맞춰 읽는 책을 정하거나 읽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는 책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 업무에 있어서도 이 방법을 실천해 봐야겠다.



그나저나 책상서랍 정리는 언제 하나. 일단 <무계획의 철학>에 나온대로 미룰 수 있을 때까지는 미뤄봐야겠다. 어쩌면 그 사이에 책상을 바꾸거나 이사를 가는 일이 생길 수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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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9-07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게 필요한 책 같아요. ㅎㅎ
모든 걸 동시에 시작하기,가 해답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