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 동양철학과 선불교를 위한 뇌과학 교과서
크리스 나이바우어 지음, 김윤종 옮김 / 불광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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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크리스 나이바우어는 미국 톨레도 대학교에서 인지 신경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과학자다. 그런 저자가 과학과 동떨어져 보이는 동양의 선불교에 심취한 계기는 아버지의 죽음이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그동안 공부해 온 신경심리학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서양의 그 어떤 학문이나 종교도 당장의 고통을 해소해주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선불교를 만나게 되었고, 선불교의 가르침이 전공인 신경과학과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책은 그러한 깨달음으로부터 비롯된 학습 및 연구의 결과물이다.


이제까지 서양의 학문이나 종교는 '나' 또는 '자아'라는 생각이 당연하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선불교와 신경과학을 동시에 공부하는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나' 또는 '자아'라는 생각은 좌뇌로부터 창조된 허상에 불과하다. 인간의 좌뇌는 일종의 해석 장치 기능을 한다. 인간이 어떤 일을 겪었을 때 그 일에 대한 해석을 하고, 그로부터 얻어진 생각이나 감정을 진실이라고 믿게 하고, 그러한 작업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실재하는 존재로 믿게 한다. 다시 말해서, 내가 '나' 또는 '자아'라고 믿는 존재는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좌뇌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이다.


'나' 또는 '자아'라고 믿는 존재가 허상임을 깨닫고 좌뇌가 만들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해하면 힘든 상황이나 안 좋은 감정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책에는 이런 사례가 나온다. 저자의 친구는 직장 동료들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연히 직장 생활이 즐겁지 않았고 출근하기가 점점 싫어졌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모든 게 자신의 착각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 친구는 자신의 좌뇌가 얼마나 허풍쟁이인지 알게 되었고, 그 후로는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만으로 결정하거나 행동하지 않게 되었다.


좌뇌가 만드는 거짓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으로 저자는 '규칙적인 명상'을 추천한다. 단 몇 분 만이라도 생각을 멈추고 몸과 호흡에 의식을 집중하면 머릿속이 개운해지고 신체 기능까지 원활해진다. 저자는 또한 우뇌를 개발하라고 충고한다. 좌뇌가 이성적인 판단을 담당한다면, 우뇌는 감정적 또는 직관적인 판단을 담당한다. 우뇌를 개발하려면 글쓰기, 그림 그리기 같은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좋고, 여행이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같은 참신한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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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2 - 만화로 떠나는 벨에뽀끄 시대 세계 근대사 여행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2
신일용 지음 / 밥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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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시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한 각종 전쟁과 테러, 학살, 혐오 범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때가 바로 20세기다. 그런데 20세기 동안 적어도 유럽에서는 아무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던 시기가 있다면 믿어지는가. 프러시아와 프랑스 간의 전쟁이 끝난 1871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14년까지의 약 40년. 역사가들은 기적처럼 평화로웠던 이 시기를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La belle epoque)'라고 부른다.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는 작가 신일용이 특별히 애정하는 이 시대의 일들을 만화로 기록한 책이다. 1권에선 나폴레옹 3세의 등장부터 파리 코뮌 붕괴 직후까지를 그렸다. 최근 출간된 2권에선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유행한 아방가르드 미술과 당시 사교계를 뒤흔들었던 명사들, 혁명가들, 그 유명한 드레퓌스 사건과 영국 빅토리아-에드워드 시대의 최후를 그린다. 유럽사라는 어려운 소재를 만화로 풀어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고, 역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상식, 야사, 비화 등도 담겨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시기의 예술은 오늘날의 영화나 텔레비전 같은 대중매체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미술에선 인상주의가 대세로 떠올랐다. 인상주의가 나타나기 전까지 프랑스 미술은 왕립 아카데미와 그들이 주관하는 '쌀롱전'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들은 자신들과 다른 화풍을 인정하지 않았고, 다른 화풍을 추구하는 화가들은 주류의 반열에 오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러다 마네의 '올랭피아'가 쌀롱전에 걸리며 센세이션이 일어났고, 이후 세잔, 피사로, 모네, 르누아르, 고흐, 고갱 같은 새로운 화풍을 추구하는 화가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이 시기의 명사, 흔히 말하는 셀럽(celeb) 역시 지금과는 달랐다. 저자는 이 시기를 대표하는 셀럽으로 사라 베르나르, 오스카 와일드, 쉬잔 발라동을 소개한다. 이러한 예술가들이 이 시기의 낭만과 사랑을 보여준다면, 크로포트킨, 말라테스타, 라바숄, 바이양 같은 아나키스트들은 이 시기의 모순과 폐단을 보여준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산업혁명이라는 미명 아래 사람답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도록 일만 해야 했던 노동자들의 참혹했던 현실을 알려준다.


드레퓌스 사건은 19세기 말 유대인 사관 드레퓌스가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종신 유형을 선고받자 프랑스 사회가 둘로 분열되어 치열하게 싸운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프랑스 사회가 큰 혼란을 겪었으며, 국제 사회로부터는 프랑스 사회의 반지성, 반유태주의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며 빈축을 샀다. 사건의 발단과 경과, 의미에 대해서는 학교에서도 배우고 책으로도 읽은 적이 있는데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드레퓌스가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랐다. 이 책에 자세한 이야기가 나오니 읽어보시길. 진실을 추구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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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써먹는 심리학 - 실험실을 나온 괴짜 교수의 기발한 심리학 뒤집기, 개정판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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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을 때 '치즈'라고 말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실컷 성질을 부려도 화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을 알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괴짜 심리학>의 저자 리처드 와이즈먼의 신간 <지금 바로 써먹는 심리학>을 펼쳐보길 바란다. 이 책에는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 또는 습관도 고칠 수 있는, 제목 그대로 '지금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심리학의 기술이 담겨 있다.


사진 찍을 때 '치즈'라고 말하는 이유는 웃는 표정을 짓기 위해서다. 웃는 표정을 지으면 실제로 웃음이 난다. 사람들은 흔히 웃음이 날 때 웃는 표정을 짓고 울음이 날 때 우는 표정을 짓는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 반대도 성립한다. 실험 결과, 피실험자 대부분이 웃는 표정을 지을 때 기쁜 감정이 들고 우는 표정을 지을 때 슬픈 감정이 들었다. 저자는 몇 년 전 위 실험에서 착안한 '범국민 행복감 높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매일 '행복하다고 생각하기'를 실천한 그룹보다 '매일 웃는 표정 짓기'를 실천한 그룹의 행복감 수치가 더 높았다.


실컷 성질을 부려도 화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잠재된 공격성까지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심리학계에는 오랫동안 분노의 원인과 치료법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프로이트는 분노를 분출해야 줄일 수 있다고 본 반면, 제임스는 분노를 분출하면 더 큰 분노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제임스의 이론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분노가 많은 사람은 공격성을 자극하는 게임이나 스포츠 등을 피하고 공격성을 누그러뜨리고 마음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는 취미를 가지는 것이 좋다.


심리학을 알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샤흐터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주로 두 가지 신호에 따라 음식을 먹는다. 하나는 몸이 보내는 신호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보내는 신호다. 단순히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는 경우에는 살이 많이 찌지 않는다. 어느 정도 포만감이 느껴지면 그만 먹게 된다. 음식점 앞을 지나가다 혹은 먹방을 보다 허기를 느끼고 음식을 먹는 경우에는 눈앞에 보이는 음식이 없어질 때까지 먹게 되고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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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독재부터 촛불까지,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8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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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과 그 이후에 열린 2016~2017 촛불집회를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국정 농단을 계기로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적극적으로 정치를 감시하지 않으면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조차 국민의 눈을 속이고 무단으로 국정을 우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촛불집회를 계기로 한국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도 열심히 지켜보고 있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의 책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은 한국 정치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대통령, 선거, 정당, 민주화를 제시하고 각각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나라가 공화정을 택한 건 대한민국임시정부 시절부터다. 그전까지 우리나라는 왕이 있는 군주정 국가였다. 조선이 일본에 강제병합되고 왕조가 무너지면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군주정 대신 공화정을 택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내에서 대통령제를 택할지 국무총리제를 택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을 때 이승만은 대통령제를 택했고 스스로 초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대통령제와 국무총리제(내각제)를 둘러싼 갈등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지금도 가끔 수면 위에 오른다.


대통령제를 택하면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 즉 '제왕적 대통령'이 나타난다는 우려가 있지만, 한국의 대통령이 실제로 그렇게 '제왕적'인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과거 독재 국가 시절의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녔지만, 문민정부 이후의 대통령은 여당이 국회의 다수파가 아닌 경우(즉 여소 야대의 상황이 되면) 대통령이 원하는 법안이 통과되기 힘든 문제를 겪는다. 게다가 5년 단임제라 정권 초기에만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강한 통치력을 발휘할 수 있고, 집권 3년 차를 고비로 지지율이 낮아지고 통치력이 저하되는 레임덕 현상을 보인다. 이로 인해 5년 단임제를 미국처럼 4년 연임제로 바꾸자는 의견이 종종 나온다.


최근 뉴스에서 자주 듣게 되는 단어 중 하나가 '선거 제도 개혁'이다. 선거 제도는 왜 중요하며 어떻게 개혁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일단 현재 한국에서 채택한 선거 제도는 다수제 혼합형 선거제도다. 다수제란 한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후보자 1인이 당선되는 제도다. 혼합형 선거제도란 지역대표와 비례대표를 함께 선출하는 것을 뜻한다. 다수제의 문제점은 사표가 많이 발생해 민의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가 득표수에 비례해 의석 수를 결정하는 비례대표제다. 비례대표제를 택할 경우 소수정당에 유리하고 다수 정당에 불리하다. 현행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과 정당 명부에서 얻은 의석을 단순 합산한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투표가 의석 배분의 기준이 되고 그 안에서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게 된다.


촛불집회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정치 개혁을 소망했지만 현재로서는 진행 속도가 더디다. 그 원인으로 저자는 '공감대 부족'을 든다. 정치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 정치의 기득권 세력이다. 기존 정치의 기득권 세력이 그대로 남아 있는 현재로서는 새로운 정부가 아무리 새로운 정치 개혁안을 들고 나와도 강력한 반발과 저항에 부딪혀 그 뜻을 이루기가 어렵다. 결국 정치 개혁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뜻임을 내세우는 전략이 가장 효과적인데, 수백, 수천 가지의 생각을 지닌 국민들의 뜻을 모으기가 워낙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한국 정치의 발전으로 나아가는 데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소망에 나도 마음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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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뇌 - 무엇이 남자의 행동을 조종하는가
루안 브리젠딘 지음, 황혜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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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단순하고 여자는 복잡하다? 미국의 신경정신과 의사 루안 브리젠딘의 책 <남자의 뇌>는 이러한 생각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는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호르몬이다. 임신 8주부터 남자의 뇌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여자의 뇌에서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옥시토신 호르몬이 작용하는 것처럼, 남자의 뇌에서는 테스토스테론, 바소프레신, 뮬러관억제물질(MIS) 같은 호르몬이 작용한다. 이 같은 호르몬의 작용으로 남자의 뇌 회로와 신경 체계가 각기 다른 특징을 보이게 된다. 호르몬의 영향은 일생 동안 똑같지 않고 계속 변한다. 또한 같은 남자끼리도 사람마다 다르다.


아동기의 남자의 뇌는 경쟁에 집착하고 공격성이 증가한다. 본능적으로 '남자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남자끼리 경쟁하는 것을 즐긴다. '여자애 같다'라는 말을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어느 시기부터는 여자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린다. 청소년기의 남자의 뇌는 성적인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부모를 피하고 권위에 도전한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손에 넣을 수 있는 성적인 정보란 정보는 모조리 수집해 또래들끼리 공유하며 그것으로 자신의 권위를 인정받고 지위를 확인한다.


남자들은 왜 감정적인 문제에 대해 느낌이 아니라 논리로 대응할까. 저자에 따르면 이 또한 성호르몬이 문제다. 과학자들은 남자와 여자의 뇌에 다른 성의 호르몬이 주입되었을 때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실험해봤다. 그 결과 여성 호르몬을 주입받은 남자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향상되었고, 남성 호르몬을 주입받은 여자는 정신적인 집중력이 향상되었다. 같은 남자(여자)끼리도 호르몬의 양이나 구성 정도에 따라 보이는 특징이나 성격이 다를 수 있다.


어떤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고 또 어떤 남자는 남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동성애자 남자의 뇌는 이성애자 남자보다 이성애자 여자의 뇌와 비슷하다.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반만 똑같은 이란성 쌍둥이보다 성적 지향을 공유할 확률이 더 높았다. 성적 지향은 타고난 것이며, 후천적 또는 인위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 통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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