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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2 - 만화로 떠나는 벨에뽀끄 시대 세계 근대사 여행 ㅣ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2
신일용 지음 / 밥북 / 2019년 11월
평점 :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시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한 각종 전쟁과 테러, 학살, 혐오 범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때가 바로 20세기다. 그런데 20세기 동안 적어도 유럽에서는 아무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던 시기가 있다면 믿어지는가. 프러시아와 프랑스 간의 전쟁이 끝난 1871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14년까지의 약 40년. 역사가들은 기적처럼 평화로웠던 이 시기를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La belle epoque)'라고 부른다.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는 작가 신일용이 특별히 애정하는 이 시대의 일들을 만화로 기록한 책이다. 1권에선 나폴레옹 3세의 등장부터 파리 코뮌 붕괴 직후까지를 그렸다. 최근 출간된 2권에선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유행한 아방가르드 미술과 당시 사교계를 뒤흔들었던 명사들, 혁명가들, 그 유명한 드레퓌스 사건과 영국 빅토리아-에드워드 시대의 최후를 그린다. 유럽사라는 어려운 소재를 만화로 풀어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고, 역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상식, 야사, 비화 등도 담겨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시기의 예술은 오늘날의 영화나 텔레비전 같은 대중매체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미술에선 인상주의가 대세로 떠올랐다. 인상주의가 나타나기 전까지 프랑스 미술은 왕립 아카데미와 그들이 주관하는 '쌀롱전'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들은 자신들과 다른 화풍을 인정하지 않았고, 다른 화풍을 추구하는 화가들은 주류의 반열에 오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러다 마네의 '올랭피아'가 쌀롱전에 걸리며 센세이션이 일어났고, 이후 세잔, 피사로, 모네, 르누아르, 고흐, 고갱 같은 새로운 화풍을 추구하는 화가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이 시기의 명사, 흔히 말하는 셀럽(celeb) 역시 지금과는 달랐다. 저자는 이 시기를 대표하는 셀럽으로 사라 베르나르, 오스카 와일드, 쉬잔 발라동을 소개한다. 이러한 예술가들이 이 시기의 낭만과 사랑을 보여준다면, 크로포트킨, 말라테스타, 라바숄, 바이양 같은 아나키스트들은 이 시기의 모순과 폐단을 보여준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산업혁명이라는 미명 아래 사람답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도록 일만 해야 했던 노동자들의 참혹했던 현실을 알려준다.
드레퓌스 사건은 19세기 말 유대인 사관 드레퓌스가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종신 유형을 선고받자 프랑스 사회가 둘로 분열되어 치열하게 싸운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프랑스 사회가 큰 혼란을 겪었으며, 국제 사회로부터는 프랑스 사회의 반지성, 반유태주의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며 빈축을 샀다. 사건의 발단과 경과, 의미에 대해서는 학교에서도 배우고 책으로도 읽은 적이 있는데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드레퓌스가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랐다. 이 책에 자세한 이야기가 나오니 읽어보시길. 진실을 추구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