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습관 -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이시하라 유미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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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일 1식>이라는 책이 화제다. 일본의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가 쓴 이 책은 하루에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더욱 정확히 알 수 있다. 옛날에는 농업을 비롯하여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움직임이 별로 없는 사무직,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굳이 하루 세 끼를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수명보다 오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균 수명이 늘어나 오래 사는 것이 당연해지면서 늘어난 수명만큼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차피 오래 사는 것, 기왕이면 젊어서부터 건강 관리를 잘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기왕이면 몸에 좋은 음식을 찾고, 몸에 좋다면 입에 맞지 않는 음식도 먹고, 아예 채식이나 단식을 하기도 한다. 운동을 하는 사람도 많고, 최근에는 담배도 끊고 술도 끊은 사람을 많이 본다. 건강과 장수. 어느 쪽도,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이다.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100세 습관>은 이러한 추세에 잘 맞아떨어지는 책이다. 저자 이시하라 유미는 1948년 생으로 나가사키대학 의학부 및 동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의 저명한 의사이자 그루지야공화국 과학아카데미 장수의학회 명예회원이기도 한 그는 스위스, 모스크바 등지에서 장수에 관한 연구를 했고, 장수식 연구를 위해 코카서스 지방의 장수촌에 5회에 걸쳐 방문했으며, 최근에는 자연요법을 기본으로 한 건강법을 대중에게 전파하고 있다. 저자 자신도 연구 결과를 생활에 응용하여 무려 30년 가까이 병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가 각국에서 연구한 장수 비결이 담겨 있다. 먼저 역사상 장수한 사람들과 일본, 코카서스 지방의 장수인들의 비결이 소개되어 있다. 나라마다, 사람마다 식생활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과식을 하지 않고, 운동을 꾸준히 하며, 많이 웃고, 인간 관계를 잘 유지했다는 점은 비슷했다. "코카서스 지방에서는 전통적으로 노인을 공경하는데, 이 점도 장수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대가족 제도하에서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생활하고 기쁘게 지내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장수인들은 남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혼자 사는 사람도 없다." (p.37) 어느 자료에 따르면 우리가 음식을 먹는 이유는 허기를 채우고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시달리고, 가족과 연인, 친구와 적절한 유대관계를 맺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유난히 식생활과 관련된 질환이 많은 이유는 이것이 아닐까?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방법으로 저자는 운동과 식습관, 생활습관 등을 제시한다.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단련하라, 자연식 밥상으로 바꿔라, 소식하며 체온을 높여라 등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팁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저자는 우엉과 사과, 당근, 생강 등 우리가 자주 먹는 채소와 과일이 몸에 매우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리 비싸지도 않고, 조리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니 평소에 꾸준히 먹어야겠다. 생활습관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많이 웃고, 좋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것이 그 어떤 약이나 보양식보다도 몸에 좋다고 한다. 잘 먹고 많이 움직이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즐겁게 살아야지. 병 없이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기.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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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그 비밀노트 - 1000명을 부르는 힘
고영민 지음 / 길벗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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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퍼스널 미디어'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는 알음알음 나모 웹에디터를 배워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중학교 때는 친구들이 고작해야 미니홈피를 만들 때 페이퍼도 발행하고 클럽도 운영했다. 블로그는 대학 때부터 했으려나. 다음에서도 해보고, 티스토리에서도 해보았지만 결국 네이버에 정착했다. 네이버에서도 블로그를 여러번 바꾸었다. 처음에는 일기를 쓰고 사진을 올리는 정도의, 지극히 평범한 개인 블로그를 운영했다. 그러다가 대학교 3학년 때 모 블로거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전문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소위 '파워 블로거'라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저마다 전문 분야가 있는 것은 물론, 글이면 글, 촬영이면 촬영, 프로 저널리스트나 에디터 못지 않은 실력을 가진 그 분들을 보면서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그 분들처럼 '파워 블로거'가 되지는 못해도, 뭔가 나도 전문 분야를 하나 가지고 전념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렇게 해서 다시 시작한 블로그가 바로 지금의 '키치의 책다락'이다.


다음과 티스토리에서 '네오유저(neouser)'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계신 블로거 고영민 님이 지은 <파워블로그 비밀노트>를 읽으면서 그 때의 마음가짐을 다시 떠올렸다. 이 책에는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는 데 필요한 팁부터 블로그를 파워 블로그로 업그레이드하는 방법까지 알찬 정보가 담겨 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 글쓰기 실력? 디자인 감각? 물론 다 필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과 '블로그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미니홈피처럼 개인적으로 기록을 남기고 공유할 공간이 필요해서 블로그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최근에는 스펙 쌓기, 인맥 쌓기, 돈 벌기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블로거가 늘고 있다. 나 같은 경우 처음부터 전문 분야를 가지는 것이 목표였고, 그것을 수련하기 위한 공간으로 블로그를 택했다. 실제로 4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그저 취미에 불과했던 책 읽기가 당당한 특기이자 전문 분야가 되었고, 블로그에 꾸준히 서평을 업데이트 하면서 책도 열심히 읽게 되었고 글쓰기도 연습할 수 있었다. 목적이 정해지면 주제도 쉽게 정할 수 있다. 블로그 주제는 한 번 정하면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고심해서 정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는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뿐 아니라 디자인, 글쓰기 팁도 소개되어 있다. 블로그 디자인, 글 제목, 글쓰기 방법 등에 따라 블로그 유입자 수는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해왔지만 이런 정보는 아무리 읽어도 새롭고, 읽을 때마다 나의 블로그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블로그 디자인도 살짝 바꾸고 폰트도 바꿔 보았다. ^^) 또한 '그냥 블로그'를 '파워 블로그'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필요한 팁도 나와 있다. 유입자 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블로그 자체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메타 서비스와 SNS 서비스, 오픈 캐스트 등을 활용하여 홍보도 해야 하고, 덧글과 안부글을 이용한 인맥 관리도 필요하다고 한다. 이웃이 내 블로그에 덧글을 달아주면 반드시 그 이웃의 블로그에 덧글을 달아주어야 한다는 '덧글 품앗이'. 이제 꼭꼭 실천해야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던 파워 블로그 공동구매 문제와 저작권 문제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다. 블로거로서 이런 문제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참 아프다. 블로그라는 공간은, 잘 활용하면 개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지만, 악용할 경우 무수히 많은 선의의 피해자들을 낳을 수 있다. 블로그의 '파워'를 악용하지 않는 블로거가 진짜 '파워 블로거'가 아닐까? 오늘도 열심히 블로고스피어를 누비며 활동하고 있는 블로거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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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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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3부작 모두 마음에 들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라면 단연 이 책 <주말엔 숲으로>다. 이야기 흐름상 앞서 소개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에 이어 마지막으로 읽으면 좋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처럼 이 책 역시 30대 중반의 여자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프리랜서 번역가인 하아캬와가 도쿄 근교의 시골로 이사를 가면서 시작된다. 하야카와의 갑작스런 결정에 친구 마유미와 세스코는 독신녀가 남자도 없고 일도 없는 시골로 왜 이사를 가느냐며 핀잔을 주면서도 주말만 되면 그녀의 집을 찾는다. 출판사 경리로 일하고 있는 마유미는 화려하고 세련된 분위기고, 여행사 직원 세스코는 마유미보다 소박한 성격이다. 분위기와 성격은 달라도 그녀들 모두 일에 치이고 도시 생활에 지쳐 있던 참이었다. 그런 그녀들에게 하야카와가 사는 시골 마을은 더없이 편한 휴식처가 되었다.

 

친구들이 놀러오면 하야카와는 그녀들을 숲으로 데리고 간다. 사박사박 소리가 나는 흙길을 걸으면서 하야카와는 친구들에게 도시에 살면 볼 수 없는 진기한 자연의 풍경들을 보여준다. 호수에서 보트도 타고, 겨울에는 눈밭에서 소박한 '만찬'을 즐기기도 했다. 숲속을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히 친구들의 고민을 알게 되기 마련이다. 그 때마다 하야카와는 "손끝만 보지 말고 가고 싶은 곳을 보면서 저으면 그곳에 다가갈 수 있어"(p.49), "우주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건 이 숲속에서도 인간뿐이야"(p.62)  같은 말을 들려주며 친구들에게 깨달음을 준다.

 

요즘 힐링이나 치유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데, 사실 인간이 가장 치유 받을 수 있는 공간은 자연이 아닌가 싶다. 산에 가면, 바다에 가면, 아니 그저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잊고 있던 자연성을 회복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주말엔 숲으로>는 바로 이런 자연이 가지고 있는 치유의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거기에 세 여자 친구들의 우정과 소소한 일상이 더해져 읽는 내내 흐뭇한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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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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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영되는 TV 프로그램 중에 '아빠, 어디 가'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아이들 한명 한명 참 귀여운 데다가,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와 노는 게 어색하기만 했던 아빠들이 점점 마음의 문을 열고 아이와 친해지는 모습을 보면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무엇보다도 단 이틀이지만 엄마 없이 아빠와 아이가 단 둘이서 생활하는 기회를 가진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지지난주 방영분에 나온 김성주-민국 부자의 아침 풍경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엄마가 잠도 깨워주고, 짐도 챙겨주고, 아침도 먹여주고, 옷도 입혀주었는데, 이번에는 엄마가 산후조리원에 가고 없어서 아빠와 아이 단 둘이 모든 준비를 해야 했다. 아이 머리를 감길 때에는 물 온도를 어느 정도로 맞춰야 하는지, 아이가 평소에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신발을 신는지도 모르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우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엄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엄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평소에 엄마 한 사람만의 몫을 사는 게 아니라 아빠, 아이들, 이렇게 식구들 전부의 몫을 사는 사람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더 피곤하고 더 힘들고 더 외로울 것이다.

 

마스다 미리 3부작 중 한 권인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바로 엄마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이제 막 열 살이 된 초등학생 리나. 리나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은 참 이상하다. 이제 막 마흔 살이 된 엄마(미나코)는 나이가 드는 게 싫다고 하지만 왜 싫은지 정작 그 이유는 모른다. 이웃에 사는 독신녀 고모(다에코)는 '되고 싶은 대로 된 사람만 있으면 세상은 북새통이 될 거'라고 말한다. '내 인생에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내가 쉰다고 해도 회사는 어떻게든 돌아'간다고 말한다. 그 모순을 리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리나보다도 리나의 엄마인 미나코가 더 많이 나온다. 미나코는 젊었을 때는 은행에 다녔고, 리나를 임신하게 되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이제 리나도 많이 커서 다시 일을 시작해보려고 하지만 취직이 어렵다. 무엇보다도 일을 하되 '집안일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는 남편의 말과 '나는 정말로 돈이 필요하다'며 미나코를 무시하는 듯한 다에코의 말에 기가 죽는다. 왜 사람들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더 하고 싶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여자의 인생은 결혼과 출산과 함께 끝나버리는 것일까? 미나코의 고민에 나까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나보다도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엄마도 미나코처럼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사셨다. 중간에 일을 잠깐 하신 적도 있지만 집안일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로 그만두셨다. 엄마도 분명히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되고 싶은 모습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엄마 개인의 삶은 포기해야 했다. 물론 포기한 것마저 엄마의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빠가 포기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엄마가 포기한 것이 훨씬 많은 느낌이 든다. 왜 여자는 취업이든 결혼이든 출산이든 더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일까? 해묵은 고민이지만 여전히 답이 안 나온다.

 

그래서 이 책의 결말이 더 산뜻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미나코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찾아나가는지 더 구체적으로 그렸다면 좋았겠지만, 마지막 장면으로 미루어보아 분명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만족스런 삶을 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주부들, 엄마들, 그리고 그녀들의 남편이거나 자식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가벼운 이야기지만 분명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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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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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대 여성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일본 최고의 공감 만화가 마스다 미리. 그녀의 만화 세 편이 '마스다 미리 3부작'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다. 그 중 한 권인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그녀의 대표 캐릭터인 '수짱'이 등장하는 만화로, 지난해에는 무려 시바사키 코우 주연의 영화로 제작, 동경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고, 올해 3월 일본 전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는 편인 데다가, 좋아하는 배우인 시바사키 코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원작 만화라고 해서 이 책, 아니 이 시리즈가 국내에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입해서 읽었다. 감상은, 역시 GOOD! 아, 정말 좋다.

 

* 참고로 '마스다 미리 3부작'은 ①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②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 ③ 주말엔 숲으로 의 순서로 읽으면 좋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미혼 여성,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전업 주부에게 추천한다. <주말엔 숲으로>는 미혼 여성이 주로 등장하지만 결혼 여부, 연령에 관계 없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35세의 독신녀 수짱.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적금은 고작 300만엔인 평범하기 그지 없는 여성이다. 그녀는 퇴근길에 들른 요가 학원에서 예전 아르바이트 동료인 사와코를 만난다. 사와코는 40대의 독신 여성으로, 치매에 걸린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수짱의 또다른 친구 마이코는 출산을 앞두고 있다.

 

버석버석해진 발 뒤꿈치, 더 이상 기름종이가 필요 없는 피부 고민을 하는 그녀들의 속마음은 사실 한없이 복잡하고 외롭다. 수짱은 임신을 한 친구를 보면 조바심이 난다. 유언장을 쓰려고 해도 쓸 말이 없다. 사와코는 밝고 싹싹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13년째 연애를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곧 저물어버릴 내 젊음이, 내 몸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코는 곧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 행복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이렇게 내 인생이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 불만스런 마음이 든다. 아직 독신인 친구가 부럽다.

 

그녀들을 보고 있자면 '여성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언젠가 어느 책에서 여성이 원하는 것은 'sovereignty', 즉 주권이나 통치권 같은 권력 또는 힘이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고로 여성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통해 힘을 얻는지, 그것이 사랑인지, 가족인지, 일인지, 취미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이고, 선택할 수 있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수짱의 고민이 '결혼해야 할까?'가 아니라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부정형인 것은, 결혼이 반드시 해야하는 의무나 구속이 아니고, 하지 않을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여성에게도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마이코가 출산을 앞두고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것 역시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독신 여성에게는 애인도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고, 안정된 노후도 없다. 하지만 언제든지 어떤 인생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힘이 있다. 이것이 수천년 동안 갖은 사회적 굴레와 차별, 폭력에 시달렸던 여성들이 후대의 여성들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의 나의 고민과 외로움과 불안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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