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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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대 여성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일본 최고의 공감 만화가 마스다 미리. 그녀의 만화 세 편이 '마스다 미리 3부작'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다. 그 중 한 권인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그녀의 대표 캐릭터인 '수짱'이 등장하는 만화로, 지난해에는 무려 시바사키 코우 주연의 영화로 제작, 동경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고, 올해 3월 일본 전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는 편인 데다가, 좋아하는 배우인 시바사키 코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원작 만화라고 해서 이 책, 아니 이 시리즈가 국내에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입해서 읽었다. 감상은, 역시 GOOD! 아, 정말 좋다.

 

* 참고로 '마스다 미리 3부작'은 ①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②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 ③ 주말엔 숲으로 의 순서로 읽으면 좋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미혼 여성,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전업 주부에게 추천한다. <주말엔 숲으로>는 미혼 여성이 주로 등장하지만 결혼 여부, 연령에 관계 없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35세의 독신녀 수짱.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적금은 고작 300만엔인 평범하기 그지 없는 여성이다. 그녀는 퇴근길에 들른 요가 학원에서 예전 아르바이트 동료인 사와코를 만난다. 사와코는 40대의 독신 여성으로, 치매에 걸린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수짱의 또다른 친구 마이코는 출산을 앞두고 있다.

 

버석버석해진 발 뒤꿈치, 더 이상 기름종이가 필요 없는 피부 고민을 하는 그녀들의 속마음은 사실 한없이 복잡하고 외롭다. 수짱은 임신을 한 친구를 보면 조바심이 난다. 유언장을 쓰려고 해도 쓸 말이 없다. 사와코는 밝고 싹싹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13년째 연애를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곧 저물어버릴 내 젊음이, 내 몸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코는 곧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 행복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이렇게 내 인생이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 불만스런 마음이 든다. 아직 독신인 친구가 부럽다.

 

그녀들을 보고 있자면 '여성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언젠가 어느 책에서 여성이 원하는 것은 'sovereignty', 즉 주권이나 통치권 같은 권력 또는 힘이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고로 여성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통해 힘을 얻는지, 그것이 사랑인지, 가족인지, 일인지, 취미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이고, 선택할 수 있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수짱의 고민이 '결혼해야 할까?'가 아니라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부정형인 것은, 결혼이 반드시 해야하는 의무나 구속이 아니고, 하지 않을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여성에게도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마이코가 출산을 앞두고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것 역시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독신 여성에게는 애인도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고, 안정된 노후도 없다. 하지만 언제든지 어떤 인생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힘이 있다. 이것이 수천년 동안 갖은 사회적 굴레와 차별, 폭력에 시달렸던 여성들이 후대의 여성들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의 나의 고민과 외로움과 불안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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