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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방영되는 TV 프로그램 중에 '아빠, 어디 가'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아이들 한명 한명 참 귀여운 데다가,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와 노는 게 어색하기만 했던 아빠들이 점점 마음의 문을 열고 아이와 친해지는 모습을 보면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무엇보다도 단 이틀이지만 엄마 없이 아빠와 아이가 단 둘이서 생활하는 기회를 가진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지지난주 방영분에 나온 김성주-민국 부자의 아침 풍경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엄마가 잠도 깨워주고, 짐도 챙겨주고, 아침도 먹여주고, 옷도 입혀주었는데, 이번에는 엄마가 산후조리원에 가고 없어서 아빠와 아이 단 둘이 모든 준비를 해야 했다. 아이 머리를 감길 때에는 물 온도를 어느 정도로 맞춰야 하는지, 아이가 평소에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신발을 신는지도 모르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우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엄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엄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평소에 엄마 한 사람만의 몫을 사는 게 아니라 아빠, 아이들, 이렇게 식구들 전부의 몫을 사는 사람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더 피곤하고 더 힘들고 더 외로울 것이다.
마스다 미리 3부작 중 한 권인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바로 엄마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이제 막 열 살이 된 초등학생 리나. 리나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은 참 이상하다. 이제 막 마흔 살이 된 엄마(미나코)는 나이가 드는 게 싫다고 하지만 왜 싫은지 정작 그 이유는 모른다. 이웃에 사는 독신녀 고모(다에코)는 '되고 싶은 대로 된 사람만 있으면 세상은 북새통이 될 거'라고 말한다. '내 인생에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내가 쉰다고 해도 회사는 어떻게든 돌아'간다고 말한다. 그 모순을 리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리나보다도 리나의 엄마인 미나코가 더 많이 나온다. 미나코는 젊었을 때는 은행에 다녔고, 리나를 임신하게 되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이제 리나도 많이 커서 다시 일을 시작해보려고 하지만 취직이 어렵다. 무엇보다도 일을 하되 '집안일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는 남편의 말과 '나는 정말로 돈이 필요하다'며 미나코를 무시하는 듯한 다에코의 말에 기가 죽는다. 왜 사람들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더 하고 싶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여자의 인생은 결혼과 출산과 함께 끝나버리는 것일까? 미나코의 고민에 나까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나보다도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엄마도 미나코처럼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사셨다. 중간에 일을 잠깐 하신 적도 있지만 집안일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로 그만두셨다. 엄마도 분명히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되고 싶은 모습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엄마 개인의 삶은 포기해야 했다. 물론 포기한 것마저 엄마의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빠가 포기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엄마가 포기한 것이 훨씬 많은 느낌이 든다. 왜 여자는 취업이든 결혼이든 출산이든 더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일까? 해묵은 고민이지만 여전히 답이 안 나온다.
그래서 이 책의 결말이 더 산뜻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미나코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찾아나가는지 더 구체적으로 그렸다면 좋았겠지만, 마지막 장면으로 미루어보아 분명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만족스런 삶을 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주부들, 엄마들, 그리고 그녀들의 남편이거나 자식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가벼운 이야기지만 분명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