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야상곡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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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야상곡>은 일본의 추리 소설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제2권에 해당한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제1권 <속죄의 소나타>를 읽고 관심이 생긴 작가인데, 얼마 전에 읽은 <세이렌의 참회>도 좋았고 이번에 읽은 <추억의 야상곡>도 좋아서 신작이 나올 때마다 계속 찾아 읽게 될 것 같다.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이후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일본 추리 소설 작가를 만나서 기쁘다. 


미코시바 레이지는 조직폭력배나 사기꾼 등 돈 많고 질 낮은 범법자들을 변호하는 악질 변호사로 유명하다. 미코시바의 진짜 얼굴을 아는 사람은 몇 명 안 되는데, 미코시바의 진짜 얼굴이란 그가 26년 전 열네 살 때 같은 동네에 사는 여자아이를 잔인한 방법으로 죽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자 '시체 배달부'라는 것이다. 살인을 저지른 미코시바가 소년원에서 어떤 교도관을 만나 사법고시에 도전해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속죄의 소나타>에 자세히 나온다. 


<추억의 야상곡>에서 미코시바는 남편 살해 혐의로 재판 중인 한 주부의 변호를 넘겨받는다. 남편과 두 딸을 둔 서른다섯 살 여성 쓰다 아키코는 실직 후 주식 거래를 한다는 핑계로 집에만 처박혀 있는 남편 대신 회계 사무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경찰은 쓰다가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이 폭력까지 휘두르자 견디다 못해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고 보고 있다. 언론과 대중 역시 쓰다가 계획적으로 남편을 살해했다고 보고 있는데, 미코시바만은 쓰다가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하지도 않았고 애초에 범인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돈 많은 범법자들만 상대하는 미코시바가 가난한 주부가 피고인, 그것도 승산이 아주 낮은 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걸 이상하게 여긴다. 미코시바는 '유명해지고 싶어서'라고 하지만 미심쩍다. 


미코시바는 쓰다가 무죄임을 증명하기 위해 쓰다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베, 후쿠오카까지 간다. 이 과정에서 쓰다가 오랫동안 숨기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와 가족의 일면이 드러난다. 사건의 진상이 하나씩 밝혀질 따마다 충격을 받은 나와 달리 미코시바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는 진작에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초연한 모습을 보인다. 처음엔 미코시바가 살인 전과가 있는 데다가 워낙 성격이 무심하고 비정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사건을 맡은 '진짜 목적'이 따로 있었다는 걸 알고 전율했다. 이후 미코시바가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나 궁금해서 제3권 <은수의 레퀴엠>도 바로 주문했다. 어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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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 까칠한 글쟁이의 달콤쌉싸름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1
빌 브라이슨 지음, 김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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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에 없는 줄 알았던, 영국 배우 팬질을 시작하면서 구입한 책이다(뭐든 일단 시작하면 책부터 사고 보는 나란 인간...). 저자 빌 브라이슨은 미국 아이오와 주 출신의 미국인으로, 젊은 시절 유럽에서 배낭여행을 하다가 잠깐 들른 영국이 마음에 들어 아주 정착해버렸다. 이후 23년을 영국에서 살고 현재는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 책은 저자가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영국 생활을 정리하며 영국의 최남단부터 최북단까지 구석구석 여행한 기록을 담고 있다. 


빌 브라이슨의 책이 대체로 그렇듯이 유머와 조롱, 풍자와 냉소가 가득하다. 낯선 영국 지명과 영국식 농담이 잔뜩 나오는데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빌 브라이슨의 재치 넘치는 이야기 덕분이다. 영국에 관한 깨알 같은 정보도 많다. 가령 어떤 영국인이 경, 백작, 공작이라는 호칭으로 불린다고 해서 그가 정말 그런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 사용되는 작위는 4만 개나 되지만 실제 귀족의 숫자는 120명 이하이며, 이는 영국 인구 전체의 0.2퍼센트에 불과하다. 몇몇 작위는 여자 후손들에게 승계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매년 평균 네다섯 개의 귀족 작위가 사라지며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귀족 제도의 세습은 2175년에 완전히 사라진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인은 강렬하고 즉각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반면, 영국인은 소소하고 지속적인 행복을 추구한다. 이를테면 미국인은 끊임없이 입속으로 술이나 담배, 마약 등을 넣으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반면, 영국인은 따뜻한 밀크티와 달콤한 비스킷 한 조각에 행복을 느끼는 식이다. 미국 사람인 저자는 영국 사람들의 이런 면을 답답하고 지루하게 여겼지만, 어느 비 오는 날 밀크티를 마시고 비스킷을 먹으며 행복을 음미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어느새 나도 영국 사람 다 되었군!'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영국을 몹시 사랑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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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저니 마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소설 시리즈
스티브 비흘링 지음, 김지윤 옮김, 김종윤(김닛코) 감수 / 아르누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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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개봉에 맞춰 '마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소설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한 권은 인피니티 스톤의 유래와 역사를 다룬 <인피니티 스톤의 비밀 1>이고, 다른 한 권은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사이 히어로들이 어떻게 지냈는지를 다룬 <히어로즈 저니>인데, 마블 팬으로서 <인피니티 스톤의 비밀 1>은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던 반면 <히어로즈 저니>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히어로즈 저니>는 토니(아이언맨)와 해피의 일상이 펼쳐지는 가운데 나타샤(블랙 위도우), 헤임달, 웡, 네뷸라의 서사가 삽입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닥터 스트레인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마블 시리즈의 인기 영화를 중심인물이 아닌 주변 인물의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타샤, 헤임달, 웡, 네뷸라 모두 영화에서 내면이나 감정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지 않은 인물들인데 이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다. 


영화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깨알 같은 정보도 많다. 몇 가지만 적어보자면, 첫째, '자비스'라는 이름은 하워드 스타크를 대신해 토니(아이언맨)를 키우다시피 한 집사 에드윈 자비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둘째, 나타샤는 어릴 때 동화처럼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 셋째, 비전은 토르의 망치 '묠니르'를 들 수 있다. 넷째, 스티븐(닥터 스트레인지)은 의학박사 학위와 철학박사 학위를 동시에 땄다(그래서 그렇게 빨리 마법을 습득한 걸까). 다섯째, 타노스에게는 가모라와 네뷸라 말고 다른 자식이 더 있다. 나머지는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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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계속해주세요 - 한일 젊은 문화인이 만나다
문소리 외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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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젊은 문화인 10인이 둘씩 짝지어 대담을 나눈 기록을 담은 책이다. 영화배우 문소리,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카, 소설가 김중혁, 일러스트레이터 요리후지 분페이, 건축가 안기현, 건축가 고시마 유스케, 소설가 정세랑, 소설가 아사이 료, 사진작가 기슬기, 연극 연출가 오카다 도시키 등이 참여했다. 


이런 식으로 여러 사람이 참여한 인터뷰집이나 대담집을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순위를 매기게 된다. 가장 좋았던 대담은 정세랑과 아사이 료의 대담이다. 정세랑은 전부터 좋아하는 작가이고 아사이 료는 새롭게 알게 된 작가인데, 정세랑 작가가 전부터 아사이 료의 팬이라고 해서 어떤 소설을 쓰는 분인지 궁금해졌다(무려 1989년생). 두 번째로 좋았던 대담은 문소리와 니시카와 미와의 대담이다. 문소리의 영화감독 데뷔작 <여배우는 오늘도>가 막 개봉되었던 시기에 대담을 나눈 것 같다. 연기에서 연출로 영역을 넓힌 문소리 배우의 설렘과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좋았다. 영화도 한 번 봐야겠다. 


김중혁과 요리후지 분페이의 대담은 김중혁 작가의 신들린 인터뷰 스킬과 친화력에 새삼 놀랐고(역시 방송인), 안기현과 고시마 유스케, 기슬기와 오카다 도시키의 대담은 잘 모르는 분야에 관한 것이라서 상대적으로 덜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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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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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소설은 남성 작가의 작품 위주로 읽었다. 남성 작가를 편애했던 건 아니고, 유명한 작가들이 대부분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남성 작가의 작품보다 여성 작가의 작품을 훨씬 많이 읽는다. 정이현, 김애란, 황정은, 정세랑, 조남주, 최은영, 김혜진 등등 좋아하는 한국 여성 작가 목록이 끊임없이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세랑은 단연 상위권이다. <피프티 피플>을 읽고 내가 느낀 전율과 흥분이란! 


얼마 전에 읽은 <보건 교사 안은영>도 <피프티 피플> 버금가게 좋았다(가장 좋아하는 정세랑의 작품은 여전히 <피프티 피플>이지만 <보건 교사 안은영>도 못지않게 좋다). 안은영은 평범한 이름과 달리 결코 평범하지 않은 보건교사다. 그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아온 퇴마사이자 심령술사다. 환자들이 내뿜는 '호러호러'한 기운보다 학생들이 내뿜는 '에로에로'한 기운이 더 낫다는 이유로 간호사에서 보건교사로 전직한 그는 사립 M고등학교 안팎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기묘한 일들을 해결한다. 발에는 통굽 슬리퍼를 신고. 손에는 플라스틱 칼과 비비탄 총을 들고. 


어떻게 보면 판타지 문학 같기도 하고 청소년 문학 같기도 한데, 작가가 그런 장르 구분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신나게 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안은영이 어느 학교에나 있는 평범한 보건교사처럼 보여도 실은 위험에 빠진 학교를 지키고 아이들을 구하는 '히어로'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이런 여성 히어로 작품은 더 많이 쓰이고 읽히고 알려져야 한다!). 이런 소설을 읽으면 여성 혐오 정서가 깊게 밴 (줄도 모르고) 남성 작가의 소설을 읽었던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정세랑 작가님, 부디 더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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