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 까칠한 글쟁이의 달콤쌉싸름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1
빌 브라이슨 지음, 김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팔자에 없는 줄 알았던, 영국 배우 팬질을 시작하면서 구입한 책이다(뭐든 일단 시작하면 책부터 사고 보는 나란 인간...). 저자 빌 브라이슨은 미국 아이오와 주 출신의 미국인으로, 젊은 시절 유럽에서 배낭여행을 하다가 잠깐 들른 영국이 마음에 들어 아주 정착해버렸다. 이후 23년을 영국에서 살고 현재는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 책은 저자가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영국 생활을 정리하며 영국의 최남단부터 최북단까지 구석구석 여행한 기록을 담고 있다. 


빌 브라이슨의 책이 대체로 그렇듯이 유머와 조롱, 풍자와 냉소가 가득하다. 낯선 영국 지명과 영국식 농담이 잔뜩 나오는데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빌 브라이슨의 재치 넘치는 이야기 덕분이다. 영국에 관한 깨알 같은 정보도 많다. 가령 어떤 영국인이 경, 백작, 공작이라는 호칭으로 불린다고 해서 그가 정말 그런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 사용되는 작위는 4만 개나 되지만 실제 귀족의 숫자는 120명 이하이며, 이는 영국 인구 전체의 0.2퍼센트에 불과하다. 몇몇 작위는 여자 후손들에게 승계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매년 평균 네다섯 개의 귀족 작위가 사라지며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귀족 제도의 세습은 2175년에 완전히 사라진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인은 강렬하고 즉각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반면, 영국인은 소소하고 지속적인 행복을 추구한다. 이를테면 미국인은 끊임없이 입속으로 술이나 담배, 마약 등을 넣으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반면, 영국인은 따뜻한 밀크티와 달콤한 비스킷 한 조각에 행복을 느끼는 식이다. 미국 사람인 저자는 영국 사람들의 이런 면을 답답하고 지루하게 여겼지만, 어느 비 오는 날 밀크티를 마시고 비스킷을 먹으며 행복을 음미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어느새 나도 영국 사람 다 되었군!'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영국을 몹시 사랑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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