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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의 모험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6
마크 트웨인 지음, 강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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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명작 동화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읽었던 <톰 소여의 모험>을 다시 읽어볼 마음을 먹은 건 기무라 타쿠야 때문이다. 기무라 타쿠야가 언젠가 어느 방송에서 소년 시절 TV 애니메이션 <톰 소여의 모험>을 보고 톰이 뗏목 타고 모험을 떠나는 모습에 자극받아 따라 했다가 어른들한테 걸려서 크게 혼이 났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준 적이 있다. '타쿠야 소년'이 엄청난 개구쟁이였던 건 알았지만 뗏목 타고 모험을 떠나는 위험천만한 일을 따라 할 정도였을 줄이야. 호기심 왕성하고 모험심 가득한 타쿠야 소년을 자극한 <톰 소여의 모험>이 대체 어떤 작품인지 원작으로 만나보고 싶었다. 


<톰 소여의 모험>을 읽어보니 씩씩하고 활발한 소년이 자기 이야기인 양 감정 이입할 만한 작품이다. 부모님 없이 이모 슬하에서 자라는 소년 톰은 장난이 심해서 이모와 선생님에게 혼나기 일쑤다. 물론 톰이 혼날 만한 짓을 해서 혼이 날 때도 있지만, 이따금 톰이 저지르지 않은 잘못 때문에 혼이 나거나, 저지른 잘못에 비해 너무 심한 벌을 받을 때가 있어서 안쓰럽고 짠하다. 어른들이 뭐라고 꾸짖든 간에 톰은 소년다운 왕성한 호기심과 끝을 모르는 모험심으로 마을 이곳저곳을 누비며 온갖 사고를 친다. 그러다 실종이 되기도 하고 도둑들을 목격하기도 하고 범죄에 휘말리기도 한다. 백인인 톰이 흑인인 허클베리 핀과 만나 친구가 되고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는 출간 당시만 해도 엄청나게 센세이셔널한 일이었다고 한다. 


어디선가 듣기로는 마크 트웨인의 자전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일들도 '실화'인 걸까. 틈만 나면 어른들 속을 뒤집었던 문제아 소년이 훗날 자라서 미국 사회의 모순을 꼬집는 대단한 작품들을 몇 편씩 썼다고 하니 신기하게도 느껴지고 당연하게도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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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한 팀이 된 여자들, 피치에 서다
김혼비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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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관한 기억이라고 하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친구들과 광화문 광장으로 거리 응원을 하러 갔던 날의 기억이 끝이다. 그 후로 월드컵이 열리든 아시안게임이 열리든 'NO관심'이었는데(국민 대다수가 열광하며 지켜본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 대 독일 전도 안 봤다), 김혼비의 책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읽고 아주 오랜만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마침 모레가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그것도 한일전이다! 꼭 이기길!!). 


저자 김혼비는 축구 좋아하는 남자들도 잘 안 보는 K리그를 보러 다닐 만큼 열성적인 축구 덕후, '축덕'이다. 어느 날 저자는 축구를 보기만 하는 건 아쉽다, 직접 드넓은 운동장을 달리며 축구공을 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터넷에서 여자 축구팀 회원 모집 공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아유, 괜찮아요. 일단 한 번 와 보시라니까요. 와 보세요, 일단." 축구화도 없는 초짜 중의 초짜인 자신을 넙죽 받아주는 게 이상하고 수상했지만, 그로부터 일 년여의 기간 동안 여자 축구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저자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저자가 그동안 흠모한 축구선수들처럼 예리하게 패스하고 시원하게 골을 넣... 지는 못했지만(당연하다), 힘들게 연습한 롱패스를 성공시키기도 하고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나의 축구', '김혼비만의 축구'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저자가 속한 축구팀에는 저자와 달리 축덕이 아닌 사람도 많고, 학창 시절에 운동을 잘 못했거나 싫어했던 사람도 의외로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남자들은 학교에서도 축구를 하고 군대에서도 축구를 하고 사회인이 되면 조기 축구회에서도 축구를 할 수 있지만, 여자들은 축구를 할 기회가 거의 없고 끽해야 피구나 발야구 정도 할 뿐이다. 어쩌다 축구를 좋아하게 되어도 여자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축구 선수 얼굴 보고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나 듣고, 여자 앞에서 아는 척하고 싶은 남자들의 맨스플레인 세례를 받게 된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축구를 좋아하는 여성으로 살면서, 직접 축구를 하면서 겪은 어처구니없는 상황, 사회적 편견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축구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남자들이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여자도 축구합니다. 그것도 아주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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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과 안생
칭산 지음, 손미경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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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원작 소설 <칠월과 안생>이 실린, 중국의 젊은 여성 작가 칭산(필명 : 안니바오베이)의 책. 장편 소설인 줄 알았는데 작가의 초기 단편 소설 열 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표제작 <칠월과 안생>은 13살에 처음 만나 서로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고받은 두 소녀 칠월과 안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칠월은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집안 환경도 좋은 전형적인 모범생이다. 안생은 학교에서 평판이 좋지 않고 가정 형편도 나쁜데, 대조적인 성격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마음이 잘 맞아 단짝으로 지낸다. 칠월에게 가명이라는 남자 친구가 생기고, 서로 다른 학교에 진학하고 다른 도시에 살게 되어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간다. 


소설은 칠월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칠월은 안생을 친자매처럼 아끼면서도 동정한다. 칠월에게는 다정한 가족과 안정된 직장, 나만을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남자 친구가 있다. 반면 안생은 가족도 없고 직장도 없고 한 남자에게 정착하는 법도 없다. 칠월은 자기가 가진 것을 안생에게 조금 나누어줘도 괜찮다고 여기지만, 가진 걸 다 나누어줘도 절대 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칠월은 곰 인형은 둘이서 가지고 놀 수 있지만 다른 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만약 저들이 나눠 가질 수 없는 어떤 것을 같이 원하게 된다면, 과연 두 아이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p.51) 


칠월과 안생만큼 애틋하진 않았다 해도, 한때 둘도 없는 친구가 있었고 서로 다른 학교에 진학하고 다른 직업을 가지거나 서로에게 연인 또는 가정이 생기면서 사이가 멀어진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내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고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기에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안생도 내 친구도, 이젠 부디 편안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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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그리는 맥주 일기
최승하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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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저자의 꿈은 할머니가 되면 독일에서 소시지와 맥주를 먹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되어 이룰 수 있는 꿈을 20대인 지금 이루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그래서 저자는 2015년 8월 유럽 맥주 여행을 떠났고, 2016년 8월 미국 맥주 여행을 떠났다. 의지할 것은 자전거 한 대와 튼튼한 두 다리뿐. 돈도 없고 동행도 없고 외국어 실력도 서툴지만, 오로지 맛있는 맥주를 맛보겠다는 일념이 저자의 등을 쑥 밀었다. 


처음엔 여자 혼자 자전거 타고 유럽과 미국 대륙을 여행한다는 게 무모하고 위험한 도전으로 여겨졌는데, 책을 읽을수록 저자가 부러워서 견디기 힘들었다. 맥주를 좋아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맥주가 좋아서, 더 많이 마셔보고 싶어서, 더욱 다양한 맛을 즐겨보고 싶어서 맥주의 본고장을 여행한다는 생각은 꿈에라도 해본 적 없다. 저자에게 영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미국은 그곳에서 맛본 맥주의 맛으로 기억될 터. 저자의 맥주 여행기를 읽으며 나의 '맥주'는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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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 것이었던
앨리스 피니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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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큰 사고를 당해 의식은 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면, 그런 상태로 남편과 여동생이 불륜 관계인 걸 알게 된다면 어떨까. 엘리스 피니의 장편 소설 <원래 내 것이었던>은 크리스마스 당일 원인 불명의 사고를 당해 의식은 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고 눈도 보이지 않게 된 주인공 엠버 레이놀즈가 자신에게 일어난 사고의 원인은 무엇인지, 누군가 자신을 살해할 의도로 일부러 일으킨 사고라면 대체 범인은 누구인지 추리하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 소설이다. 


소설은 3가지 시점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엠버가 코마 상태에서 의식을 찾은 '현재', 엠버가 코마 상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짚는 '그때', 엠버의 어린 시절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예전'이다. 각각의 시점에서 드러나는 엠버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방송국 리포터였던 엠버는 결혼을 계기로 잠시 일을 그만두었다가 방송국에 복귀, 인기 라디오 쇼 '커피 모닝'의 보조 진행자로 채용된다. 바쁘지만 보람찬 나날을 보내던 엠버는 어느 날 PD에게 청천벽력 같은 통지를 받는다. '커피 모닝'의 진행자이자 간판인 매들린 프로스트가 엠버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니, 이대로 매들린에게 계속 밉보이면 크리스마스 전후로 엠버를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나쁜 상사에게 찍혀 경력이 단절될 위기에 놓인 가엾은 엠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여동생과 사랑에 빠진 남편에게 버림 받을 위기에 처한 엠버. 하지만 잇달아 벌어지는 사건들은 엠버가 지닌 또 다른 면들을 보여준다. 매들린을 위기에 빠뜨릴 계략을 세우고 하나씩 실행하는 엠버. 명확한 증거도 없이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고 추궁하는 엠버. 여동생 클레어를 질투하다 못해 저주하는 엠버. 남편 몰래 전 남자친구 에드워드와 만나는 엠버. 친구인 조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엠버... 마침내 진상이 밝혀지고 독자의 머릿속이 겨우 정리되면, 작가는 딱 한 문장으로 독자의 머릿속을 다시 휘젓는다. "가끔 나는 거짓말을 한다." 대체 어떤 사연인지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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