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 - 사랑에 서툰 사람들을 위한 연애 심리 에세이
우연양 지음, 유지별이 그림 / 서사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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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랑으로 움직이는 동물이다." 언젠가 어떤 책에서 읽고 마음에 들어 기억해둔 구절이다. '사람'이라는 단어에는 'ㅁ'자가 들어 있다. 상자처럼 정적이고 멈춰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에는 'ㅇ'자가 들어 있다. 바퀴처럼 동적이고 뭔가를 움직일 힘이 있다. 사랑은 가만히 멈춰 있던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사람은 사랑을 만난 후에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다. 사랑이 떠나면 사람은 멈춘다. 사람은 다시 사랑이 오기 전까지 한동안 멈춰 있게 된다.


카카오 브런치 220만 뷰에 빛나는 화제작, 우연양(본명 김동현)의 산문집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에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멈추게도 하는 사랑에 관한 글이 다수 실려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빨리 고백해야 하는 이유>라는 글에서 저자는 관심 있는 남자에게 좀처럼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는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남자 친구가 있느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이 나는 남자가 있다. 그런데 막상 고백을 하자니 부끄럽다. 마음을 먼저 알아채고 고백하지 않는 남자가 원망스럽다. 사랑 앞에 주저하는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그렇게 많이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진심이라면 이것저것 따지고 있을 여유가 없을 텐데.


<어차피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는 글에는 내가 학교 다닐 때 한창 인기 있었던 시트콤 <논스톱>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논스톱>에 나오는 커플 중에 박경림과 조인성 커플이 있었다. 성격 좋고 똑똑하지만 외모는 전형적인 미인상과 거리가 먼 박경림과 학교 최고의 킹카인 조인성이 커플이 되었을 때 찬반양론이 일어났던 것을 기억한다. 어떤 사람들은 둘의 외모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항의한 반면, 어떤 사람들은 연애를 마음으로 하지 얼굴로 하느냐며 항변했다. 비록 시트콤 속 가상 커플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을 통해 오늘날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연애의 조건'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만약 이런 커플이 방송에 나오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해졌다.


<여자 친구가 성폭행 당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는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글도 있다. 연인이나 배우자가 과거에 성폭행 당한 사실을 고백했을 때 적절한 반응은 무엇일까. 이 경우는 가족이나 친구가 성폭행 당한 사실을 고백했을 때와 상황이 약간 다를 수 있다. 연인끼리, 배우자끼리는 성관계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도 고백을 들은 남자 친구는 훗날 여자 친구와 성관계를 할 때 여자 친구가 혹시라도 과거의 상처를 떠올리지 않을까 조심하게 된다. 여자 친구도 성관계에 대한 공포와 남자 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과연 이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고백을 들은 후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나를 대해 달라던 여자 친구의 말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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