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를 기르는 법 1
김정연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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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기르는 법 - 김정연


1월 초쯤 서평 모집공지가 뜨곤 내내 기다렸다 받은 혼자를 기르는 법 .
식물 작법이나 동물 기르기 안내서도 아니고 혼자를 기르는 법이라니 제목부터가 너무나 시적이지않나 싶어 기대가 컷고 도착하자마자 읽어내려가선 이 손바닥만한 책을 순식간에 끝을 냈다 . 그 뿐인가 이 책의 원작이 포털 사이트 쪽에서 연재 된단 정보를 입수해선 그 밤 꼴깍 새워가며 웹툰 마저 정주행을 마쳤다 . 전체 감상을 한마디로 하자면 만화로 옮긴 황정은 같다 ㅡ고나 할까 ?

무심한 듯 내뱉는 말 하나 하나가 체한 속을 내려가게 손끝을 따주는 바늘같다고 그리 느꼈다 . 예리한 주사바늘의 통증은 짧고 금방 지나가는데 반해 일반바늘은 바늘침의 끝 면적이 둥글고 넓어 순간 선득한 주사 바늘의 통증보다 그 느낌도 길고 다양한 통각으로 지속이된다 . 그리고 나서야 , 붉은 피를 보고 나서야 시원함이 찾아든다 . 김정연 작가의 글도 그러했다 . 오래도록 뭉근하게 아린 통증 따위가 책장을 넘길 때나 만화 칸 하나 매듭을 지을 때마다 왔다가 갔다 . 그 통각은 어느 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온 몸 곳곳에 산발적으로 드나들었다 . 그런데 시원하다니 참 이상한 일이지 .

글 속의 주 화자는 이시다 이시다 . 하핫 작명 센스하고는 이런 명명도 참 좋았던 부분이다 . 대부분이 회사 생활과 집에서 함수(?) 상자에 기르고있는 햄스터 쥐윤발과 나누는 일상 그리고 햄스터 먹이때문에 알게된 이웃사촌인 해수씨와의 교류에서 오는 작고 사소한 것들을 담아냈는데 이게 퍽이나 공감과 웃음을 유발하곤한다 . 그 웃음 뒤에 빠르고 날카롭다가 여운처럼 남는 뭉근하면서도 투명하게 아린둔통 같은게 있었다 .

어쩜 몇 컷안되는 만화 웹툰으로 이런 것들을 발상하고 그 예리한 느낌을 캐치해 그렸냈을까 ! 이를테면 5화의 독립동물 편에서 그린 팝업창 이란 내용을 보면 ㅡ 사람은 언제 스스로 혼자되길 결심하는 걸까요 ? ㅡ물으면서 가족과 사는 것에 대해 팝업창이 끊임없이 뜨는 사이트를 시작페이지로 설정한 듯이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 ㅡ 라며 가족들의 안부인사 같이 주고받는 말들에도 대답이 버거워지기 시작했을때라고 하는 표현 . 지금 어디냐 , 뭐 하고 있냐 하는 아주 사소해보이는 물음에도 답변이 곤궁해지며 성의없는 자신에 느끼는 죄책감ㅡ따윌 말하는 장면 . 그리고 그 끝에 ㅡ내가 나로 사는 것이 왜 누군가에겐 상처일까 하는 물음들이 그러했다고 ,

나의 경우는 독립자체가 떠밀려 (?) 이뤄진게 아니라 자연스레 그리되었고 , 그저 독립자로 남겨지게 되었기에 간접경험을 통해서만 부모자식간의 단절로 오는 애석함들을 상상해볼 뿐이어서 이 부분의 느낌이 유독 다르게 와닿곤 했던 것같다 .

나는 이번 겨울 초입부터 감자싹을 길렀다 . 작은 감자의 몸뚱이에 삐죽이 솟은 싹을 떼어냈는데 이것들이 금방 시들지를 않는거였다 . 모체에서 탈락된지가 한참이건만 이것도 살겠다고 애를쓰네 싶고 얼마나 자라는지도 궁금했달까 . 이제와선 더 끌어올릴 양분이 없는지 날마다 조금씩 또 조금씩 빠르게 시들고 있다 . 신기하게도 이 애들은 싹의 머리부터 시드는게 아니라 뿌리로부터 서서히 말라가고 있다 . 모체에서 떨어진 그 부분부터가 영양분이 되어선지 몸을 살라먹고 키를 키웠다 . 지 몸를 파먹으며 자라는 싹이 어쩐지 기괴하면서도 애틋하였다 . 그렇게 혼자를 기르는 것들이 있다 . 끝내 시들고 썩어지고 말것이면서 말이다 . 감자싹이 말을 할 줄 안다면 뭐라고 할까 ... 아 되다 ~ 혼자를 기르는 것 , 그저 무료한데 고되다 할까 ? 또 누가 나를 기르나요 할까 ?


( 이 리뷰는 도서출판 창비에서 제공된 샘플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

" 먹히기위해 길러진 이 보잘것 없는 미물 , 뭘하기위해 태어난 걸까요? ㅡ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존재들의 부산스러움이 작은 통 안에서 소릴내며 끓고 있었습니다 . 그것은 컵에 막 따른 사이다의 소리 같았습니다 . "
ㅡ 제 9화 이웃집 밀웜 ㅡ 미물의 소리 편 , 본문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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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2-18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시다ㅎㅎ 작명센스도 황정은 작가군이시다

[그장소] 2017-02-18 16:32   좋아요 1 | URL
글 속 아버지의 작명 마인드는 군림하는 이시다 였건만 ㅡ시다바리쪽으로더 가버리는 아...안쓰러운 생!^^

AgalmA 2017-02-18 16:40   좋아요 1 | URL
쓰거운 삶 같으니라고.

[그장소] 2017-02-18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거운~ ㅎㅎㅎ 삶‘지 마세요. 담궈서 비벼 빠세요~
한 스푼~!!!^^ ㅎㅎㅎ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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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ㅡ리셋을 넘어서

 

ㅡ1장  , 다시 존엄과 안전에 대하여

 

[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우다 ]

 

불에 데는 경험을 통해 ' 다음 '을 배운 것이다 . 그 ' 다음 ' 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기 때문에 삶은 우연에 맡겨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다 . 배움을 통해 인간은 예상되는 위험인자를 통제하고 그 통제를 통해 안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안전이란 이처럼 소극적인 게 아니라 적극적인 것이다 . *

 

삶이 곧 배움이고 배움이 곧 경험의 연속이라면 , 경험을 통해 배우지 않는 삶은 이미 죽은 삶이다 . 이번 경험을 통한 배움이 다음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 다음에도 다시 전적으로 우연이나 운에 맡겨질 수 밖에 없다 . 이런 삶은 우연히 살아있는 삶이다 .

 

요행수를 통해서는 삶을 도모할 수가 없다 . 경험을 통해 배우지 않는 삶은 삶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끔찍한 삶이다 .

 

ㅡ본문 154 쪽에서 ㅡ

 

 

여기서는 우연의 삶에 대해 메르스 사태와 정부 대처를 놓고 이야길 풀어 나간다 . 오랜 세월 과학과 의학 그리고 통계를 쌓으며 다음을 준비 할 수 있게 발전 했음에도 , 작금의 정부와 더 큰 카테고리의 개념으로 보는 세상은 전혀 , 혹은 제외된 안전을 해택처럼 일부만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실과 상처로 또 배운다 "

배움이야말로 , 살아있는 가치라면서 그에 배치되는 사건과 사연이 도처에 있는 우리를 , 만화경처럼 들여다 보게 하는 부분 ...

 

 

"흘러간 시간은 다만 공간이며 흐르는 시간이 진정한 시간"

이라는 베르그송의 말에 동의 한다면,

진정한 시간조차 각성치 못한 상태에서 다가올 시간을 어떻게 믿을수 있으랴.

 

나는 어느덧 삶을 비극의 본질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졌다.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나의 실체만 남고 나의 정신은 이미 나로부터 떠난 후였다.

 

나는 때때로 자살을 생각해 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죽음]의 선택이 [자유]스러운만큼 그 [결단]에는

단순한 [사고]를 요청하지 않았다......

삶답지 못한 생존의 늪을 허우적 거릴때,

만해의 님처럼 기다린 건  도요새 였다.   

 

김원일 작가의 -도요새에 관한 명상 중에서-

 

 

 

(yuelb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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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2-28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통찰과 지혜가 관건이더군요....이 시대가 얼마나 허술한지...ㅎㅎㅎ가금류가 또 2000만마리..에휴..

[그장소] 2016-12-28 09:39   좋아요 0 | URL
이제 그러려니 , 그렇지 일처리가.. 막 ..이럼서 어떻게 한번을 잘하는게 없는거내고..습관처럼 그럼그렇지. .이러고있어요.. 이거 경보 울려야할것같죠 . 마음 결보
 
햄릿 창비세계문학 50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설준규 옮김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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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ㅡ  4막 7장 중에서 ㅡ

 

 

왕  :                     아 , 특별한 이유가 둘 있지 .

네겐 매우 부실해 보일지 모르나 ,

나로선 강력한 이유다 . 햄릿 어미 왕비는

아들 안 보곤 거의 못 살 사람인데 , 나에게는 ㅡ

내 장점인지 병통인진 알 바 없지만 ㅡ

내 목숨 내 영혼이 왕비와 별자리가 같아 ,

별이 궤도를 떠나 움직이지 못하듯 ,

나 또한 왕비 없인 못 산다 . 내 그자를

공공연히 처벌 못하는 또 하나 이유는

일반 백성이 그를 몹시 사랑한다는 점 .

백성들은 그의 온갖 잘못을 애정에 담가서 ,

나무를 돌로 바꾸는 샘물처럼 , *

그의 족쇄도 명예로 바꾼다 . 그러니 내 화살은 ,

그리 거센 바람 견디기엔 화살대가 너무 가벼워 ,

활 쪽으로 오히려 되돌아올 뿐 ,

겨냥한 곳을 명중하진 못했을 것이야 .

 

레어티즈 : 그래서 전 훌륭한 아버님을 잃었고 ,

누이는 절망적인 상태로 내몰렸군요 .

누이의 가치는 , 지난날로 돌아가 칭찬하자면 ,

산정에 올라 고금과 만방에 내로라할 만큼

완벽했지요 . 아무튼 원수는 꼭 갚습니다 .

 

ㅡ본문 159 쪽에서 ㅡ

 

* 표시는 각주가 달린 단어 , 각주 번호와 내용은 임의생략 .

 


 

뒤 쪽의 문장들이 더 그럴듯한 것들이 있었지만 , 이 부분을 옮기는데는 지금의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까닭이 크기 때문이다 .

물론 ,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개인의 진심이란 이유로 이타 (利他) 보단 배타 (排他) 의 속성을 품고 있다 할 수도 있는데 , 언제나 지금에 논쟁이 되는 것들은 ...

현재를 저들이 지독히 같은 욕망으로 관통하고 있고 그것은 이 사회의 비대칭 현상을 거울에 비추듯 보여주기에  기억하고자 한다 .

 

 

 

(yuelb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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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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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ㅡ 리셋을 부르는 세상 .

 

ㅡ2장 , 모욕을 선물하는 사회

 

[태초에 ' 아니오' 가 있었다 ]

 

이 모욕의 고리를 끊는 것은 주는 것을 받지 않는 것이다 . ' 아니오 ' 라고  말하는 것이다 . 그러한 예는 불교의 경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불교 초기 경전인 『 빠알리경전 』에 나오는 이야기다 . 부처가 죽림정사에 계실 때 브라만인 악꼬사까가 자기 가문의 한 브라만이 부처에게 출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처를 찾아와서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 그 욕을 듣고 부처는 악꼬사까에게 당신의 집에 친구나 동료들이 방문하러 오는지를 물었다 . 그가 그렇다고 하자 부처는 그들에게 다과나 음식을 대접하는지를 물었다 . 어떤 때는 대접한다고 하자 만일 그들이 그 음식을 받지 않는다면 그 음식은 누구의 것이냐고 또 물었다 . 그가 자기가 대접한 이들이 음식을 받지 않으면 그것은 자기의 것이라고 대답하자 부처는 악꼬사까에게 당신이 준 욕을 내가 받지 않았으니 그 욕은 모두 당신의 것이라고 답했다 .

 

그러나 모욕의 사슬이 된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 아니오 ' 대신 ' 예 ' 라고 말해야 한다 . ' 아니오 ' 는 세상을 부정하고 세상과 불화하는 언어가 아닌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과 불화하는 대답이어야 한다 . 손님의 진상 짓이 아니라 그것을 참지 못한 자신을 부정해야 한다 . 그 진상 짓조차 참을 수 있을 때 서비스 산업에서 일하고 성공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이 생기기 때문이다 . ' 아니오 ' 가 사라지면서 같이 사라진 것이 근대적 주체의 존엄이다 .

 

ㅡ본문 104 / 105 쪽에서 ㅡ

 

어쩌다 모욕을 자신보다 약자인 세계에 전달하는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는지 , 한탄스럽다 .

갑질이라고도 하는 진상 차원의 일이 대체 자신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 그러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듯

행동하게 된걸까 ... 주어도 받지 않으면 된다는 부처의 말이 오래 생각이 나서 , 옮겨본다 .

 

(yuelb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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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창비세계문학 50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설준규 옮김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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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ㅡ 3막 2장 중에서 ㅡ

 

햄릿 : ' 머잖아 ' 라 아뢰는 거야 쉽겠지 . ㅡ 친구들 그만 가봐 .

                                                      [ 햄릿 외  모두 퇴장 ] 

 

지금은 한창 마녀들 설치는 밤 시간 ,

교회 무덤 입 벌리고 , 지옥이 직접 이 세상에

독기 내뿜는 때 . 지금 난 뜨거운 피 들이켜고 ,

낮이라면 보기만 해도 몸서리칠 끔찍한 일도

할 수 있겠다 . 가만 , 이제 어머니에게로 .

오 , 마음아 , 자식 도리를 잃지 마라 .

굳건한 이 가슴 네로 * 의 혼이 절대 침범케 하지 마라 .

잔인할지언정 도리는 저버리지 않게 하라 .

말 비수를 쏴붙여도 , 비수를 정작 쓰진 않으리 .

내 혀와 영혼이 이 일에선 위선자일지니

말로는 아무리 어머닐 꾸짖어도 ,

내 영혼이 그 말에 결코 승인 도장 찍지 않으리 . * (퇴장 )

 

ㅡ 본문 117 쪽에서 ㅡ

 

* 표시는 각주가 달린 단어 , 각주 번호와 내용은 임의생략 .

 

 


 

왕과 왕비 앞에서 햄릿왕자는 자신이 기획한 연극을 상연하고 ,

왕의 심기가 어지러워 보인다는 전언을 듣는다 . 

아버지인 전 왕의 유령이 나타난 후 , 이 연극을 보임으로 그는

범죄의 징후를 해석해 복수의 단초를 마련한다 .

이제 어머니와 마주해 진실을 가릴 시간을 앞두고 자식으로의

도리와 원망 앞에서 자제할 것을 다짐하는 장면 .

 

인간사는 그때도 지금도 , 어지럽기가 같다는걸 위로로 삼아얄지

슬픈 일로 이해해얄지 , 세기가 변해도 인간은 더 진보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

 

 

 

(yuelb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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