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문학과지성 시인선 452
김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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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까칠한 자리이면 계속 어두운 세수를 반복할까 그러했다. 며칠씩 반복으로 재생영상보듯이

 

 

 


얼마나 까칠한 자리이면 계속 어두운 세수를 반복할까

죽는 꿈은 꿔보는 입장에 놓여보면 그닥 유쾌하지 않은데

실제 내가 꿀 때는 그러했다. 며칠씩 반복으로 재생영상보듯이

여러버전으로 나의 죽음을 체험하는 과정이란,

 

음, 이따금 꿈자리가 뒤숭숭하다며 연락을 해오는 친구도

그런 기분인지 모르겠다.

꿈은 반대라잖아..하며 되려 내가 위로를 들려주고 마는

풉,푸,하,하,하..내  꿈에서도 다른이의 꿈에서도 죽음은

잘도 오는데 ...


까마귀 떼






뒤돌아서 가는 저

방금 본 사람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 너머

죽은 자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때처럼

그는 이미 죽었는지 모르고

까마귀 떼와 까마귀 떼 너머

까마귀 떼처럼 불현듯






내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녀는 내가 죽은 꿈을

구었다고 흐릿한 영정 사진을

얼핏 보았다고 했다 그 꿈에서

나는 죽었고 웃으며

문상 갔다고 꿈 밖에서도

그녀는 웃었다 눈부셨고






웃음 속에서 나는 또

얼마나 죽었나 얼마나 살았나

까마귀 떼 날아오지 않는다






김 근 詩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p.34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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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없는 십오 초 문학과지성 시인선 346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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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가지런한 글로 보내는 편지입니다. 저 편지는 제게 온 편지 입니까짧은 찰나 잡아 채 주인 없을 편지(?) 를 내 것으로 낚아 버립니다.

편지

 

 

이곳은 오늘도 변함이 없어

태양이 치부처럼 벌겋게 뜨고 집니다

나는 여느 때처럼 넋 놓고 살고 있습니다

탕진한 청춘의 기억이

간혹 머릿속에서 텅텅 울기도 합니다만

나는 씨익,

한번 웃으면

사나운 과거도 양처럼 순해지곤 합니다

 

 

요새는 많은 말들이 떠오릅니다,어젯밤엔

연속되는 실수는 치명적인 과오를

여러 번으로 나눠서 저지르는 것일 뿐,

이라고 일기장에 적었습니다

적고 나서 씨익,

웃었습니다

언어의 형식은 평화로워

그 어떤 끔찍한 고백도 행복한 꿈을 빚어냅니다

 

 

어젯밤엔 어떤 꿈을 꾸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행복한 꿈이었다 굳게 믿습니다

 

 

내 신세가 처량하기도 하지만

이제 삶의 고통 또한 장르화하여

그 기승전결이 참으로 명백합니다

다만 어두움을 즐겨하기에

눈에 거슬리는 빛들에겐

좀 어두워질래? 타이르며

눈꺼플을 닫고 하루하루 지낸답니다

 

 

지금 이 순간 창밖에서

행복은 철 지난 플래카드처럼

사소하게 나부끼고 있습니다

그 아래 길들이 길의 본질을 망각하고

저렇게 복잡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의 페이지들이 구겨지면서

아이구야, 아픈 소리를 냅니다

 

 

심보선 詩

 

 


 

 

그의 시 p.134/135/136

꽤 가지런한 글로 보내는 편지입니다.

시인은 미상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내가 r 에서

다소 할인된 금액으로 구해오고  다시 펴는 동안

그 미상인은 내가 되는 것일까요?

그러니까 저 편지는 제게 온 편지 입니까?

짧은 찰나 잡아 채 주인 없을 편지,(?) 를

내 것으로 낚아 버립니다.

 

나는 오후에 늦게 늦게 늑장을 부려

윗층의 여인에 간단한 봉투를 건내었지요

하이얀 종이에 꺼묵한 글씨로

영수증 하고 쓰지 않았겠어요

실제 받은 것은 은행이지만 또 은행에서

은행으로 건너 갈 것이지만, 나의 이름을 써서

윗층여인의 이름자를 꼬박꼬박 집어넣어 가며

 

일련의 아라비아숫자들과 한글숫자들을 옮겨 적고

지난 5년을 윗층에서 날려준 개의 털과

이웃 집 누군가의 늦은 밤 코고는 소리마저

껴안은 듯 모두 같은 지붕아래가 아닌가

몇번씩 나의 천장을 확인하던 시간을

날짜와 년도와 이름과 금액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합니다

 

꽤 가지런한 글로 보내는 편지입니다.

윗층의 여인에 간단한 봉투를 건내었지요

날짜와 년도와 이름과 금액으로

영수증 하고 쓰지 않았겠어요

지난 5년을 정리합니다

 

슬픔도 없는 십오 초" 나 걸렸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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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김용택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감성치유 라이팅북
김용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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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언니는~할 적마다 음율같이 다독임같이~훌쩍거림같이~언니는~하는 눈흘김 끝에 올라가는 말버릇같이 자꾸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아 난감하였다.

기차표 운동화

 

 

원주시민회관서 은행원에게

시집가던 날 언니는

스무 해 정성스레 가꾸던 뒤란 꽃밭의

다알리아처럼 눈이 부시게 고왔지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 대신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함께 갔던 언니는

시민회관 창틀에 매달려 눈물을 떨구던 내게

가을 운동회 날 꼭 오마고 약속했지만

단풍이 흐드러지고 청군 백군 깃발이 휘날려도

끝내, 다녀가지 못하고

인편에 보내준 기차표 운동화만

먼지를 뒤집어쓴 채 토닥토닥

집으로 돌아온 가을 운동회날

 

언니 따라 시집가버린

뒤란 꽃밭엔

금방 울음을 토할 것 같은

고추들만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지요

 

안현미 詩

 

 

 

김용택 시인의 꼭 한번은 써보고 싶은 시"

에서 만난 안현미 님의 시 한편

 

 

언니는, 언니는, 할 때마다

달라붙는 그 어린 아이 마음이

나를 잡는 아이의 손 같아서

차마, 차마, 하는 마음이 된다고.

못 된 엄마 노릇이라 아이가 나를

챙겨 줄 적이 더 많은데

사실 말만 그러하고 마주하면 그간

못 받은 애정을 양 것 받아내고 싶어하는

것을 그 어리광을 나는 안다.

하지만 나는 주지 못해. 적당한 선도

양도 모르고 나 역시 받아 본 적도 줘 볼

기회를 잃은 것이라 그냥 마음만

뜨거운 것이 되서 짐짓 냉랭한 척

모르는 척 그래 버린다.

 

엄마는, 엄마는, 하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따끔따끔하다.

어쩌라고, 어디다 발 뻣대고 엄마인 나는

화풀이를 할까.. 어쩌라고, 싶어져서

그러나 이내 그 큰 눈을 보면

이리와..하..아..한숨을 웃음처럼 내 쉬며

안아 줄 밖에..도리가 없는 방향 없는 슬픔들

 

언니는, 언니는, ......

하는 그 시인의 정서가 요즘의 것들 아닌것이 반가우면서

그럴 수록 동시대에도 모질다는것 또 한 알기에

그건 여자들의 감각인 거라는 생각을 넌지시

하면서...담엔 언니는..언니는 하고

말 붙여 보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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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460
이제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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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돌만 멀까...달과 달은 ..멀지 , 말과 말은 멀다...멀지 않은 것은있는 것일까.

달과 돌

.

.

이제니

 

 

.

돌아보는 사이 다시 떠오르는 돌

.

돌아보는 사이 다시 가라앉는 돌

.

 

달 아래 흐르는 돌

 

물 아래 번지는 달

 



비 멎고 비를 기다리는 지금,

다시 비가 오면 비를 맞이하러 갈까

마주오는 비를 맞으러 길을 나서는

쏟아지는 어느 방향으로 설까

나를 내리 꽂으라고

마주서는  비창

내리는

.

.

.

또독

도도독

이내 후두둑둑

미친 듯이 쏟아지는

비의 방향을 따라서 강줄기

거슬러 구름도 따라서 산도 넘으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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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7-01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만큼이나 곡선?으로 쓰신 글이 참 운치있네요 ㅎㅎ

[그장소] 2015-07-01 22:09   좋아요 0 | URL
저야 사소한 장난이나 친,것에..불과합니다.
좋게보아주시니 고마울 따름..^^
 
모음들이 쏟아진다 창비시선 376
정재학 지음 / 창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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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두개의 국적 정인환,한차녀 두분께 』

라고 시작되는 고백을

펼친다.

 

 

제 1 부

죽음에 가까운 색들, 부조리처럼 순수한

 


 

 

 

부조리,처럼? 순수하...다고?

와르르 무너지는 문장들에서 아,

이래서 모음들이 쏟아졌구나...

납득할 리 없는 방법 으로 납득 시키는

묘한 공감 형성

모종의 눈짓을 공범자처럼

 


 

 

 

차례를 넘기며

 

모노크롬, 레드 012

반도네온이 쏟아낸 블루013

모노포니014

캐코포니016

부당한거래018

공모 (共謨)019

카프카적인 퇴근 020

흑판 021

흑판2 022

흑판3 024

흑판4 025

흑판5 026

흑판6 027

흑판7 030

 

제 2 부

여덟개의 악기가 뒤섞인 크로스오버적인 034

방의 공기 알갱이를 흡입한 기록들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 040

 


 

 

계속할 생각이야?

왜?

안되나? 누구는...생선도 되어볼까..그런다잖아..

 


 

            모노크롬,레드

 

 

물고기를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생선이 되어볼까

갈기갈기 찟어져서 그녀에게 들어가 볼까

 

 

서로의 잇몸과 혀를 뜯어먹는 광경

 

 

태양과 키스한 후의 나는

나일 수 있는가

 

 

불규칙한 월식,

지옥의 문이라고 해도 이미 늦었다

 

                                                         정재학 詩

 


 

반도네온이 쏟아낸 블루

 

항구의 여름, 반도네온이 파란 바람을 흘리고 있었다 홍

수에 떠내려간 길을 찾는다 길이 있던 곳에는 버드나무

하나 푸른 선율에 흔들리며 서 있었다 버들을 안자 가늘

고 어여쁜 가지들이 나를 감싼다 그녀의 이빨들이 출렁

이다가 내 두 눈에 녹아 흐른다 내 몸에서 가장 하얗게

빛나는 그곳에 모음(母音)들이 쏟아진다 어린 버드나무

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깊은 바다였다니... 나는 그녀의

어디쯤 잠기고 있는 것일까 깊이를 알 수 없이 짙은 코발

트블루, 수많은 글자들이 가득한 바다, 나는 한번에 모든

자음(子音)이 될 순 없었다 부끄러웠다 죽어서도 그녀의

밑바닥에 다다르지 못한 채 유랑할 것이다 그녀의 목소

리가 반도네온의 풍성한 화음처럼 퍼지면서 겹쳐진다 파

란 바람이 불었다 파란 냄새가 난다 버드나무 한그루 내

이마를 쓰다듬고 있었다

 

 

                                                                 정재학 詩

 

 

 


 

정갈하고 고운 기억이다..

그리운 첫사랑 같은

다시 볼 수 없어서 더 애틋한

수없이 머릿속에서만 굴려본

장면과 기억들 ,배경들

수줍은 지난날들...

아닐까...아마도 그 이후에 돌아갈 수 없었으려나

그러니 이런 시로 나왔을 텐가?

모르겠다.

단 한번 찰나의 스침도 각인이 되면 지워지지 않는 법이니..

이 모든 건 그저 환상일 수도 있다.

불온하지 안으려 애쓰는 내가 좀 가식스러워 피식 웃었다.

블루의 이미지는 눈물,비에 젖은 눈물

연상이 그런 지 모르겠는데..어쩐지 더 망가뜨리면 안될것 같아서

 

아..반도네온..

책 정유정의 28일 에 그 갇힌 도시를

마지막으로 장례곡으로 반도네온을 켜던 어르신이 있었는데 겨울이고

어쩐지 영화를 하면 그 배경이 이 시같을 것 같아

울어도 뵈지 않는 슬픔.무연하게 가는 마지막을 갇힌도시에서

블루스 곡을 연주하며 퇴장하는 비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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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2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핑커 언어학을 보니 인간은 좀더 발음하기 쉬운 모음을 앞으로 더 배치한다고 하죠. 뇌과학 책 읽으면서 환상이 와장창)) 와르르)))

[그장소] 2015-06-28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쏟아지는?!^^ 단순한 거였네...의외성이 아닌 ,사람이 복잡한거죠. 사실은 단순한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