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들이 쏟아진다 창비시선 376
정재학 지음 / 창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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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두개의 국적 정인환,한차녀 두분께 』

라고 시작되는 고백을

펼친다.

 

 

제 1 부

죽음에 가까운 색들, 부조리처럼 순수한

 


 

 

 

부조리,처럼? 순수하...다고?

와르르 무너지는 문장들에서 아,

이래서 모음들이 쏟아졌구나...

납득할 리 없는 방법 으로 납득 시키는

묘한 공감 형성

모종의 눈짓을 공범자처럼

 


 

 

 

차례를 넘기며

 

모노크롬, 레드 012

반도네온이 쏟아낸 블루013

모노포니014

캐코포니016

부당한거래018

공모 (共謨)019

카프카적인 퇴근 020

흑판 021

흑판2 022

흑판3 024

흑판4 025

흑판5 026

흑판6 027

흑판7 030

 

제 2 부

여덟개의 악기가 뒤섞인 크로스오버적인 034

방의 공기 알갱이를 흡입한 기록들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 040

 


 

 

계속할 생각이야?

왜?

안되나? 누구는...생선도 되어볼까..그런다잖아..

 


 

            모노크롬,레드

 

 

물고기를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생선이 되어볼까

갈기갈기 찟어져서 그녀에게 들어가 볼까

 

 

서로의 잇몸과 혀를 뜯어먹는 광경

 

 

태양과 키스한 후의 나는

나일 수 있는가

 

 

불규칙한 월식,

지옥의 문이라고 해도 이미 늦었다

 

                                                         정재학 詩

 


 

반도네온이 쏟아낸 블루

 

항구의 여름, 반도네온이 파란 바람을 흘리고 있었다 홍

수에 떠내려간 길을 찾는다 길이 있던 곳에는 버드나무

하나 푸른 선율에 흔들리며 서 있었다 버들을 안자 가늘

고 어여쁜 가지들이 나를 감싼다 그녀의 이빨들이 출렁

이다가 내 두 눈에 녹아 흐른다 내 몸에서 가장 하얗게

빛나는 그곳에 모음(母音)들이 쏟아진다 어린 버드나무

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깊은 바다였다니... 나는 그녀의

어디쯤 잠기고 있는 것일까 깊이를 알 수 없이 짙은 코발

트블루, 수많은 글자들이 가득한 바다, 나는 한번에 모든

자음(子音)이 될 순 없었다 부끄러웠다 죽어서도 그녀의

밑바닥에 다다르지 못한 채 유랑할 것이다 그녀의 목소

리가 반도네온의 풍성한 화음처럼 퍼지면서 겹쳐진다 파

란 바람이 불었다 파란 냄새가 난다 버드나무 한그루 내

이마를 쓰다듬고 있었다

 

 

                                                                 정재학 詩

 

 

 


 

정갈하고 고운 기억이다..

그리운 첫사랑 같은

다시 볼 수 없어서 더 애틋한

수없이 머릿속에서만 굴려본

장면과 기억들 ,배경들

수줍은 지난날들...

아닐까...아마도 그 이후에 돌아갈 수 없었으려나

그러니 이런 시로 나왔을 텐가?

모르겠다.

단 한번 찰나의 스침도 각인이 되면 지워지지 않는 법이니..

이 모든 건 그저 환상일 수도 있다.

불온하지 안으려 애쓰는 내가 좀 가식스러워 피식 웃었다.

블루의 이미지는 눈물,비에 젖은 눈물

연상이 그런 지 모르겠는데..어쩐지 더 망가뜨리면 안될것 같아서

 

아..반도네온..

책 정유정의 28일 에 그 갇힌 도시를

마지막으로 장례곡으로 반도네온을 켜던 어르신이 있었는데 겨울이고

어쩐지 영화를 하면 그 배경이 이 시같을 것 같아

울어도 뵈지 않는 슬픔.무연하게 가는 마지막을 갇힌도시에서

블루스 곡을 연주하며 퇴장하는 비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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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2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핑커 언어학을 보니 인간은 좀더 발음하기 쉬운 모음을 앞으로 더 배치한다고 하죠. 뇌과학 책 읽으면서 환상이 와장창)) 와르르)))

[그장소] 2015-06-28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쏟아지는?!^^ 단순한 거였네...의외성이 아닌 ,사람이 복잡한거죠. 사실은 단순한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