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민회관서 은행원에게
시집가던 날 언니는
스무 해 정성스레 가꾸던 뒤란 꽃밭의
다알리아처럼 눈이 부시게 고왔지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 대신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함께 갔던 언니는
시민회관 창틀에 매달려 눈물을 떨구던 내게
가을 운동회 날 꼭 오마고 약속했지만
단풍이 흐드러지고 청군 백군 깃발이 휘날려도
끝내, 다녀가지 못하고
인편에 보내준 기차표 운동화만
먼지를 뒤집어쓴 채 토닥토닥
집으로 돌아온 가을 운동회날
언니 따라 시집가버린
뒤란 꽃밭엔
금방 울음을 토할 것 같은
고추들만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지요
안현미
詩
김용택 시인의 꼭 한번은 써보고 싶은 시"
에서 만난 안현미 님의 시 한편
언니는, 언니는, 할 때마다
달라붙는 그 어린 아이 마음이
나를 잡는 아이의 손 같아서
차마, 차마, 하는 마음이 된다고.
못 된 엄마 노릇이라 아이가 나를
챙겨 줄 적이 더 많은데
사실 말만 그러하고 마주하면 그간
못 받은 애정을 양 것 받아내고 싶어하는
것을 그 어리광을 나는 안다.
하지만 나는 주지 못해. 적당한 선도
양도 모르고 나 역시 받아 본 적도 줘 볼
기회를 잃은 것이라 그냥 마음만
뜨거운 것이 되서 짐짓 냉랭한 척
모르는 척 그래 버린다.
엄마는, 엄마는, 하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따끔따끔하다.
어쩌라고, 어디다 발 뻣대고 엄마인 나는
화풀이를 할까.. 어쩌라고, 싶어져서
그러나 이내 그 큰 눈을 보면
이리와..하..아..한숨을 웃음처럼 내 쉬며
안아 줄 밖에..도리가 없는 방향 없는 슬픔들
언니는, 언니는, ......
하는 그 시인의 정서가 요즘의 것들 아닌것이 반가우면서
그럴 수록 동시대에도 모질다는것 또 한 알기에
그건 여자들의 감각인 거라는 생각을 넌지시
하면서...담엔 언니는..언니는 하고
말 붙여 보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