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weetmagic > 20040817 -엄마의 일기장-
서른아홉의 가을을 보내며
요즈음의 밤하늘엔 별이 없다.
혹자는 도시의 오염 탓이라할지도 모르겠디
그러나 도시에 밤 하늘에 별이 없느 것은 어쪄면 당연한 것인 지도 모른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하늘
그래서 외로워진 별은 어느 시골 소녀의 사랑을 찾아 시골로 시골로 다 떠나 버린 건 아닌지 내가 밤하늘을 올려보며 별을 찾으려 한 것도 얼마 만인지 기억조차 해 낼 수 없다
높아진 빌딩에 가려 하늘조차 좁아진 도시에서 생활에 눅눅히 젖어 들어 자기 마저 잊고 사는 오늘을 그 옛날 꿈 많던 시절엔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다.
누가 말했나. 40은 불혹의 나이라 거울 속의 자기 얼굴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이제 사십의 언저리에서 허망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이 늦은 가을에 서른 아홉의 자락을 잡고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건 아닌지
거울 속을 보라
내 곁엔 머리가 희끗해진 어진 남편과 엄마 보다 더 큰 딸돠 얼굴을 꼭 닮은 작은 딸과
아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할수 있을 법한 아들 녀석의 모습이 함께 있지 않은 가 ?
외로움을 털어내고 그 빈 가슴에다 그들에게 나누어 줄 사랑을 마련하자
내가 이 세상에 없는 날에도 나를 추억해줄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 뿐이 아닌가
삭막해진 요즈음을 사는 가엾은 아이들에게 내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만든 아름다움이 있는
진솔한 얘기들을 들려주어야 한다.
사랑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것
내가 팔벌려 안아 볼수 있는 단 하나 나의 가족에게 줄 수 있는 것 다 주고
그 여백의 자리에 그들이 내게 준 기쁨으로 메워 가며 늘 가고 있는 그 길 따라 가다보면
다 간 자리 그 자리에 이를 때 까지
인간이 만들어 낸 숫자속에 갇혀 애태우며 살다보면 허무만 남는 것
가끔은 하늘도 보고
또 가끔은 계절의 정취를 느끼기도 하면서 정말 책임을 질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뒤를 돌아보면 미안한 것 투성이
미안하다는 말 보다는 마음으로 갚자
빈 손으로 떠날 때 모두 빚이 되느니
서른 아홉의 끔을 미련없이 놓고 새로운 도전의 마흔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 까
아..그래도 자꾸 돌아보게 되는 아쉬움의 서른 아홉이여....
울 엄마의 서른 아홉 가을을 보내며 라는 제목의 일기다.
어젯밤 옛날 사진첩을 뒤지다가..나온 엄마 일기장...
나를 임신하기 전 임신 후 그리고 나를 낳으러 가기 바로 전, 그리고 다녀온 직후
그리고 내가 커가는 모습....
길을 걷다가... 온 뱃속을 모험하듯 꼬물대며 버둥거렸듯 했다는 난
벌써 일기장 속 엄마 보다 더 나이가 들었다.
내가 하도 버둥거려서 다들 남아 아이라 그랬단다
그런데 웬지 엄마는 여자 아이일 것 같아, " 예쁜 아기 낳게 해 주세요 " 하면서
난 얼굴도 모르는 유지인 인가하는 여자배우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다니셨단다.
난 독신주의자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그래왔었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독신주의라는 말을 입 밖으로 해본 적은 거의 없다.
친구들은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라지만 한번은 해 봐야 한다고 한다
내 생각에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결혼은 세인들이 말하는 보편적인 결혼생활은
아니더라도 그런 거 비슷한 건 할 것 같아 아니 해야할 것 같아 무조건 혼자가 좋아 라고 하지 않는다.
난 " 무조건 난 독신으로 살꺼야 혼자가 좋아 " 라고 당당히 말하는 이들이 존경 스럽다.
그들은 어떻게 저렇게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까 ? 그리고 묻는다.
" 너 만약 완벽한 조건에서 니가 원하는 완벽한 상대가 나타나 너에게 구애를 한 대도 안 할거야 ? "
그러면 어떤이는 " 글쎄...한번 생각해 보고 ... " 라고도 하지만
" 그렇다 치더라도 안해" 라고 고집하는 아이도 있었다.
난 이 아이에게 뭔가를 찾아내려고 다시 묻는다.
" 왜 ?? "
하지만 내 질문에 납득할만한 이유를 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자기가 모셔야 할 힘없는 부모님, 점점 늙고 추해지는 내세울 것 없는 자신들의
모습을 걱정하고 있었다. 내 눈에는 참 대단해 보이는 사람도...
그러면서 어떤이는 그런다. " 그렇게 완벽한 사람은 절대 없어 "
그들은 내 질문을 오해하고 있었다.
난 분명 완벽한 조건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들은 완벽한 조건을 가진 상대와 거기에 비한 초라한 자신들만 비교해 볼 줄 알았다.
내가 만약이라고 한 건
너도 완벽하고 나도 완벽할 때, 완벽한 조건에 완벽한 사랑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이다
그럴 때도 혼자일 것을 그렇게 확실히 얘기 할 수 있을지 그게 궁금한거다
난 못한다. 아니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내 감정의 확신이 든다면 난 무조건 혼자임을
포기할 것이다. 그래서 난 독신을 주장하지 못한다.
내가 독신주의자라고 말을 자신있게 이야기 못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내 인생에 있어 사랑은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가 ?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랑이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중에 제일을 사랑이라고 한 건 사랑의 다른 얼굴이 믿음이고 소망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 인생에 있어 결혼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는 가족을 만드는 것
가족을 만드는 것.... 내 아이를 만들고 교육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결혼이라는 걸 하기 위해 내 남편감, 내 아이의 아버지감을 까다롭게 고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자격이 내 아이를 잘 교육시킬 환경을 제공할 만한 사람이었으면 하고
그래서 그 가장 기본되는 조건이 훌륭한 인품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의미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
책임 져야할 아이는 인생에 없다. 두 사람 만을 위해 그야 말로 인조이 유어 라이프 하는거다. 한철 바짝 벌어 전 세계 각지로 여행 다니고 사진도 찍고 온갖 스포츠와 음악회 미술 전시회 콘서트를 다니고 여러 가지 악기를 배우고... 함께 할 수 있는,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다니며 재미있게 사는 거. 조금더 늙어서 고랑고랑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아니 그전이라도 ....그는 글을 쓰고, 난 그의 그림에 삽화를 그렸음 좋겠다. 내가 사진을 찍고 그는 글을 쓰고 , 가끔은 서로 역할이 바뀌어도 좋고....
사진전 그림전 전시회도 하고 사흘에 한번은 밤마다 집안에 사람들이 득시글 거리면서 술판이 벌어 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없는 아이는 그와 나 서로의 눈 안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이 였음 좋겠다. 그들에게 아이 없다는 게 인생에서 얼마나 큰 기쁨을 맛볼 기회를 잃는 것인지 모르는 거 아니다 라는 변명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해깊은 시선을 가진 사람이었음 좋겠다. 아니 그런 생각 조차 안들 정도로 바쁘고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전자가 남편, 내 아이의 아버지의 의미라면 후자는 내 평생을 담을 이성 친구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이 둘을 합하면 동반자의 의미가 될 것이고..
어떠한 모습이든 상관없지만 동반자 하나쯤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두 가지 모습 다 취하고 싶지만 첫번째처럼 어려운 결혼은 나 같은 책임감 절대부족인 아이에게는 적당치 않지 싶다.
내가 사랑을 보는 시선이 좀 딱딱할 진 몰라도 난 사랑은 무조건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섹스를 사랑을 위한 맞춤의식처럼 생각하는 그 이유이기도 하다
섹스를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사람, 그러다 망쪼나는 경우를 종종 봤다.
사랑과 순간적인 끌림 아니 단순한 매력과 혼동하다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을 간혹 본다.
만날 만큼 만나보고 , 맞춰볼 거 맞춰보고.... 섹스는 사랑 저 밑에 있는 하위개념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애정없는 상대와의 키스도 달콤하다. 상대가 여성을 잘 알고 그 뒤에 질척거리지
않을 조건하에서 말이다. 그가 쿨해서 든지 자존심이 세서든지 그런 복잡한 , 아니 알기 귀찮은 상대의 감정에는 상관없다. 질척거리지만 않으면 된다.
내 주변에서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이라는 조건도 좋겠다
엄마의 일기장을 읽고 무거운 외로움, 약간은 슬픔 비애 같은 걸 느꼈다
어머니 라는 엄마라는 이름 뒤에 짙에 드리워진 슬픔의 그림자.
내가 엄마 속을 뒤집고 헤치고 할퀴고 한 적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엄마라는 이름을 달기에는 너무 부적격자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얼토 당토 않게 태몽이라는 꿈까지 꾸고나니 더 기분 이상하다
비릿하게 슬픈 감정이 스르르 밀려온다.
내가 독신주의자 라고 말 못하는 이유 중에 외로워서 라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외로울 때에는 누군가 함께 한자리에 함께 있어도 외롭다.
외로움의 이유는 외로워서 이기 때문이다.
외로운 건 외로워서 외롭다. 그리고 그 외로움은 외로움을 키운다.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면 쓸데없는 기대와 오해가 싹튼다.
며칠 전 별 보러 나갔다가 새벽에 들어 온적이 있다.
들어와서는 웬지 모를 허허로운 감정이 밀려와 거실에 대자로 팔다리 쭈욱 뻗고 누웠다.
눈을 감고 그렇게 누워있는데 엄마가 나오신다.
그리곤 옆에 누우신다.
그리곤 손을 꼬옥 잡아 주신다.
난 그냥 자는 척 했다.
엄마가 작은 목소리로 읖조리듯 이야기 하신다.
" 어디갔었니.... 도로 중앙을 냅다 뛰기엔 도로에 차도 너무 많고
네가 좋아하던 놀이터도 주자장으로 변해 없어지고
너랑 놀아줄 애인도 없는데 어디서 뭐했니 "
킥하고 웃을 뻔 했다.
눈물도 찔끔 날 뻔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끈적해지는 열대야였지만....
뜨듯한 엄마 손이 좋았다.
난 엄마처럼은 못 살 것 같다.
미안하단 말 보다는 마음으로 갚자 라고 했던 서른아홉의 엄마의 모습이 너무 내겐 힘겨워만 보인다. 공부하기도 논문 쓰기도 사는 것도 만사 귀찮은 ...요즘 따라 더 한심한 내 낯선 이 모습도 참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