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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5시 40분. 오늘도 여전히 그 시간에 눈을 떴다. 잠시 망설였다. “일어날까? 말까?” 남편을 깨웠다. “조금 피곤한데 혼자 가면 안될까?” 참 친절한 대답이다. 언제나 남편을 내 마음을 배려한다. “그럼 저 혼자 갔다 올게요. 좀 더 자요” “조심해라” 고요한 새벽에 현관문을 닫는다. 오늘은 어디를 갈까? 고수부지를 갈까? 촉석루를 갈까? 운동장을 돌까? 아니지 오늘은 산으로 가야겠다. 매일 아침 미친년처럼 헤매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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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안 울 수가 없다.  가고 싶은 대학교는 날 받아 주지 않는다.
멀리 대학에 문의를 했다. 그곳에서는 나를 받아 준다고 한다.
그러나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닌지라 최종적으로 월요일에 말씀 드린다고 하고 소현이 아빠에게 의논했다.
절대 안된다고 했다. 오고 가고 너가 도저히 피곤해서 안된다는 이유였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
그래도 안된단다.  왜 안 되냐고. 한 시간 더 빨리 일어나고 아이들도 더 야무지게 가르치고 집안일도 더 열심히 할게 해도 안된단다.

운다....................
알고 있다. 그 이유를.....
이곳 대학도 다닐라고 하면 가게고 아이들이고 더 신경이 쓰일건데  내 몸이 남아 돌지는 않겠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다니고 싶다.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면 열심히 뒷바라지를 해 준단다. 그러나 이곳은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대학을 나온 사람은 아무 필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나에게 대학은 다르다.
아무리 통대를 몇년씩 다녔다고 하지만 꽉 막힌 기분은 어쩔수 없다.
배우고 싶다. 잘 할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할 것 같다.

그러나 갈 곳이 없다. 실업계 3년에 수능칠 자신도 없다. 모순인가. 정말 모순이다.

계속 눈물을 흘린다. 목이 마르다. 옆탱이는 운동을 하러 간다고 갔다.
저 사람의 속도 많이 탈 것이다.
알지만 가고 싶다. 가면 막히는 속을 꽉 뚫을 수 있을까?

없다 해도 가고 싶다. 지금은 개나 소나 다 나온 대학을 말이다.

나에겐 그 대학이 나의 빛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안 나오면 내 평생 목마를 것이다.

지금 하고 싶다. 아주 아주 많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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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weetmagic > 20040818 - 엄마의 일기장 3 -

진주를 다녀와서

참으로 오랜만에 진주를 갔다.
촉석루 변에 있는 유성장어구이에서 식사를 하고
개천 예술제가 열리고 있는 강변을 따라 걷다가..
논개 사당을 거쳐 가을을 보고 왔다.
날씨가 화창했다면 좋았겠지만 가끔씩 뿌리는 비를 맞으며...
어두운 날씨에도 나무들은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누렇게 퇴색한 잔디밭이 머지 않아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듯 했다.
가을은 도처에 있고
가을 들녘은 사십을 맞이하는
내 나이만큼의 연륜을 맞이하는 것 같았다.
젊음이란 좋은 것이다.
노래 자랑에 출연한 젊은이들이 그랬고
손잡고 걷는 연인들이 그랬다.
가끔씩 오는 세월이 두려워 질 때가 있다.
아무 준비도 없이 늙어 간다는 건 얼마나 허망한가....
온갖 부질없는 것에 얽매여 잊고 사는 모든 것이
갑자기 뇌리를 스치며 나는 가슴 두근거리며 두려움에 빠져든다.

엄마의 일기는 어느 가을날 짧은 여행을 끝으로 갈무리되어 있었다.

사실...엄마의 일기장 안에는 내가 쓴 일기 한 장이 붙여져 있었다.
나를 이해 못하는 엄마를 원망하고, 자기 몰래 자기의 일기장을 본 것에
광분하며 마치 보란 듯이 비아냥거리며 읊조린 글이다.
엄마는 장학적금통장을 찾으려고 열어본 서랍 속에서 그 글을 보게 되었고...
얼마나 독기가 서린 글인지 그 글을 다시 읽는 내가 다 섬찟했다.
더 무서운 건 ..난 전혀 기억이 안 난다는 것....

눈물이 자꾸 흘러 글을 쓸 수조차 없는 이 서글픔과 허망함과
가슴 터질 것 같은 분한 마음을 나 혼자 참아내야 한다는 게 서러운 아침이다. 나에게 말로 쏟아 붓고 싶었지만 차마 못하고 적어놓은 너의 마음을 읽으며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싶었던 나의 지나온 삶이 송두리째 아래로 처박히는 것을 보았다. 이 못난 엄마도 네가 일깨워 주지 않아도 네가 생각하는 정도는 알고 사는 사람이란다. 매일 아무도 나처럼 집에 틀어박혀 살지 않는 다는 걸 생각하며 자식들 모두 남들처럼  포기하고 나 자신의 삶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 까하는 갈등을 나도 하면서 살고 있다는 걸 너는 모르는 모양이구나. 나는 너보다 못나서 실천을 못할 따름인데  그래 모든 점이 나보다 나으니 참 다행이다.
나보다 더 이쁘고 똑똑한 딸 낳으려고 얼마나 애썼는데....
아무렴 더 예쁘고 똑똑하게 잘 살아야지
그렇게 해주려고 나의 취미생활도 여유생활도 다 포기하고 너희들 밑에 힘겨운 투자를 하고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도 있을 수 없는 괴로움일 테니까. 단지 자식한테 이 정도의 무시를 당할 만큼 잘못 살았나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프다. 그러면서도 나는 왜 또 혼자 울고 잊어버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세월이 흐른 뒤에 너 자신이 얼마나 후회없이 살고 싶은 대로 잘 사는지 눈으로 보여다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잘나고 똑똑한 딸로 커 주어서 다행이구나. 정말 잘 살거라. 하지만 네가 착한 딸이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살기 바란다.


아.....이 일 말고 또 내가 기억하는 일들말고....
도대체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던 것일까 ......
난 참 살기 편한 아이다. 남 괴롭힌 일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니 말이다.

매일 저녁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상냥하고 다정하게 내 손을 잡아 주는 것일까...너무 너무 미안한 나머지 어디로 도망가서 숨어버리고 싶다.



참하다. 이쁘다. 얌전해 보인다. 여성스럽다...
이런 내 모습 안에 숨어 있는 괴물은 도대체 몇 마리나 되는 것일까...

일기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없앨 수도 없고 가지고 있기도 괴롭고
파란 하늘 사각 구멍을 뚫고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자물쇠를 달고
하늘 구름으로 일기장을 꽁꽁 묶어서는 사각하늘 너머에 아무도 몰래 숨긴 다음 열쇠로 잠그고 열쇠는 깊은 바다로 던져버리고 싶다.


오늘 집에 가서 엄마 얼굴을 어떻게 보나....
어디로든 멀리 멀리 도망가고 싶다.

 

 

 

 


 
이젠 잘난 척 할 곳이라곤 엄마 품 밖에 없는 못난이

그러게 .....

까불면......아프다.
아니, 아프게 되어있다.

올 가을.....
시원하게 선선하게,  갈색 가을빛 바람이 불면.....
엄마가 갔던 흔적 따라 나도 진주에 한번 가봐야겠다.

 


**변명 :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실 알라디너 분.....
저 때는 제가 질풍노도의 시기, 성깔이 많이 까칠해져 있던 때라
아무나 한번 덤벼봐라 . 한판 붙자 뭐 이런 ....지금보다 더 철없던 시절의 저입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병아리 눈물만큼은 더 나은아 진것도 같으니 너무 엄하게 보지 말아 주옵소서. 오늘 부터 세상에 저 같은 딸은 저 하나 뿐이기를 매일 기도 하기로 했습니다. 그때가 야생 살쾡이였다면 지금은 들고양이 정도 밖에 못 되는 줄로 아오니 너무 미워하지 말아 주옵소서....



    

 

 

 

 

일기장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떠오른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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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weetmagic > 20040818 - 엄마의 일기장 2 -

 11 .2

" 아기를 등에 업고 손잡고 외출조차 어려웠던 그때가 어제 같은데
  오후 여섯시가 넘어 땅거미가 지고 가로등과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이 시간까지도
  아무도 집에 돌아오지 않을 만큼의 .... 세월이 흘러갔다.
  코끝을 유혹하는 구수한 밥 냄새가, 같이 식탁에 마주할 사람을 더 기다리게 한다.
  앞으로는 더 많은 날들을 이렇게 기다려야 하고
  종래에는 다 떠나가고 말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시선은 창 밖으로 가고 귀는 대문을 향해  열려 있다.
  자기들 기분 내키는 대로 요구하고 화내고 ,
  언제부턴가 ... 나는 .....자식들의 눈치를 보는 버릇이 생겼다.
  옛날의 내 어머니들은 그 많은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냈는데
  나는 가끔 나의 어머니 자질을 의심하곤 한다
  남도 아니 내 속에서 난 아이들에게 화내고 속상해 하며
  언뜻언뜻 서글퍼지는 자신을 돌아보며 한없는 비애를 느낀다. "


엄마 일기장을 읽는 데 정신이 팔려 책을 손에서 놓았다.
지하철에서도  어쩔 땐 걸으면서도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미안하다는 말로는 절대로 모자란 만큼의 미안함과
사랑한다는 말로도 근처에 닿지도 못할 없을 만큼의 사랑으로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또 짠...하다.

오늘 타 학교 강사 선생님 한 분이 실험실에 놀러 오셨다.
서른 다섯의 노처녀..
서울에서 온다는 만선 볼 총각이 아무래도 더블로 약속을 한 것 같다며
내가 눈치가 십팔단인데 어디 전에 없던 동문회 핑계냐고 흥분을 한다.
그리고 나 더러 참한 총각하나 빨리 소개하라고 닦달을 하더니
전에 소개시킨 사람에게는 왜 연락을 안 했나고 득달을 해댄다.
지금이라도 연락을 좀 하라고 난리 득달을 한다.

자기가 엄청 잘생긴 걸로 한참 착각하던 한 총각이 떠올랐다.
갑자기 안경을 벗고 술기운에 후끈 달아오른 느끼하기 짝이 없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소세지 쌍꺼풀을 한 얼굴을 들이댔던...
그 자리에서 그러고 싶었다.

" 아저씨, 눈 한번 꼬옥.... 감아보세요 ....."

라고 말 하고는 술안주로 나온 김에 마요네즈를 발라 눈 위에 살포시 붙여주고

" 저 나갈 때까지 절대 눈뜨지 마세요 .....
  아저씨의 느끼한 눈빛은 너무나 느끼해 돌아서 가다가 그 눈빛에 미끌어
  제가 넘어 질 것 같거든요. 부탁입니다. "

라고 말하고 자리를 뜨고 싶었던... 걸  날 위한답시고 갑작스런 자리 만든 선생님 얼굴 보며 꾸역꾸역 참으며 창밖에 불빛만 바라봤댔다.

그 사람.....자기가 많이 좋아하는 것 같더니만...
나도 눈치가 있다면 있는 편인데...
하잘없이 나를 중간에 끼우고는 나 같은 ( 자기 보다 한참 어린 ??) 아이에게 호감을 느끼는 지 안 느끼는지 한번 시험해 보는 줄 알면서, 그냥 속아줬다.
호호.. 하하.. 웃는 모습이 참 안스러워 기름 구덩이 같은 그 남자 앞에 앉아 있어야 했고,
버터 삼백개는 씹어먹은 듯한 목소리를 내는 전화도 몇 번 받아 줘야 했다.
그리고 통화 내용과는 상관없는 보고를 꼬박 꼬박 해줬다.

" 저 같은 애는 정신연령이 안 맞아 하는 것 같아요. "
" 그래 ? 어머 그래 그럴수도 있겠다."
" 선생님이 한번 만나보시지 그래요 ?"
" 내가 ? 어머 내가 무슨......"

하이톤으로 한참을 뭐라고 뭐라고 얘기를 늘어좋더니 어느새 얘기가 자기가 기르는 강아지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 강아지가 자기를 얼마나 따르는지 모른다느니,
그 강아지는 자기가 밖에 나가면 맛난 것도 안 먹고 대문 앞만 바라보다가 
자기가 집에 와야지만 맛난 것도 먹는 다나 ?
혼자 사는 자기가 문이라도 안 잠그고 자면 짖어서 문이 안 잠겼다 알려주고
자기가 없으면 안절부절 못하고 다른 사람은 정대로 좋아할 수가 없대나 ?
하루는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데 문 뒤에 숨는 건 너무 쉽게 들켜서 행거에 걸린 옷
상에 숨었더니 킁킁 킁킁 하고 자길 찾더니 다시 숨으라고 뒤로 돌라 서더란다.
그래서 다시 이 녀석이 못 찾을 곳 없다 싶어 한참 숨을 곳을 찾다가 
신발장 바닥에 바짝 엎드려 죽은 듯이 붙어 있는데 강아지가 금새 찾아서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참 민망하더라며 꼴딱꼴딱 넘어간다.
자기가 그 강아지를 잃어 버렸을 때 그 강아지 방석을 끌어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얼마나 많은 전단지를 뿌렸는지 ,  잃어버린 아이의 부모들의 심정을 딱 알겠더라며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다가 우연히 강아지를 다시 찾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그 강아지를 집에 다시 데려와 목욕을 시키고 꼭 안아 줬다느니...
그 사건 이후로는 그 강아지가 자기만 없으면 불안해 죽는다느니
여튼 그 강아지가 자기를 얼마나 생각하는 지 자랑이 늘어졌다.
강아지를 사람으로 바꾸면 딱 연애담이다.

내 눈에 왜 그렇게 안돼 보였을까 ?
별 그럴 것도 없는데 왜 그렇게 안 돼고 쓸쓸해 보였을까...
강아지를 아끼는 한 사람의 이야기일 뿐인데....

혼자인 사람들에게 특별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죽을 날 다되 어 간다는 강아지 한 마리에게 온갖 정을 다 퍼붓는 그녀의 모습은 ..
속 앓이 가슴앓이...에  언뜻언뜻 서글퍼지는 자신을 돌아보며 한없는 비애감을
느끼면서도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 밥을 짓고 또 기다리고..또 기다리는
엄마의 기다림의 시간과 닮아 있음을 ......

부인하지 않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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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weetmagic > 20040817 -엄마의 일기장-

서른아홉의 가을을 보내며

요즈음의 밤하늘엔 별이 없다.
혹자는 도시의 오염 탓이라할지도 모르겠디
그러나 도시에 밤 하늘에 별이 없느 것은 어쪄면 당연한 것인 지도 모른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하늘
그래서 외로워진 별은 어느 시골 소녀의 사랑을 찾아 시골로 시골로 다 떠나 버린 건 아닌지 내가 밤하늘을 올려보며 별을 찾으려 한 것도 얼마 만인지 기억조차 해 낼 수 없다
높아진 빌딩에 가려 하늘조차 좁아진 도시에서 생활에 눅눅히 젖어 들어 자기 마저 잊고 사는 오늘을 그 옛날 꿈 많던 시절엔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다.
누가 말했나. 40은 불혹의 나이라 거울 속의 자기 얼굴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이제 사십의 언저리에서 허망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이 늦은 가을에 서른 아홉의 자락을 잡고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건 아닌지
거울 속을 보라
내 곁엔 머리가 희끗해진 어진 남편과 엄마 보다 더 큰 딸돠 얼굴을 꼭 닮은 작은 딸과
아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할수 있을 법한 아들 녀석의 모습이 함께 있지 않은 가 ?
외로움을 털어내고 그 빈 가슴에다 그들에게 나누어 줄 사랑을 마련하자
내가 이 세상에 없는 날에도 나를 추억해줄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 뿐이 아닌가
삭막해진 요즈음을 사는 가엾은 아이들에게 내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만든 아름다움이 있는
진솔한 얘기들을 들려주어야 한다.
사랑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것
내가 팔벌려 안아 볼수 있는 단 하나 나의 가족에게 줄 수 있는 것 다 주고
그 여백의 자리에 그들이 내게 준 기쁨으로 메워 가며 늘 가고 있는 그 길 따라 가다보면
다 간 자리 그 자리에 이를 때 까지
인간이 만들어 낸 숫자속에 갇혀 애태우며 살다보면 허무만 남는 것
가끔은 하늘도 보고
또 가끔은 계절의 정취를 느끼기도 하면서 정말 책임을 질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뒤를 돌아보면 미안한 것 투성이
미안하다는 말 보다는 마음으로 갚자
빈 손으로 떠날 때 모두 빚이 되느니
서른 아홉의 끔을 미련없이 놓고 새로운 도전의 마흔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 까
아..그래도 자꾸 돌아보게 되는 아쉬움의 서른 아홉이여....


울 엄마의 서른 아홉 가을을 보내며 라는 제목의 일기다.
어젯밤  옛날 사진첩을  뒤지다가..나온 엄마 일기장...

나를 임신하기 전  임신 후 그리고 나를 낳으러 가기 바로 전, 그리고 다녀온 직후
그리고 내가 커가는 모습....

길을 걷다가... 온 뱃속을 모험하듯 꼬물대며 버둥거렸듯 했다는 난
벌써 일기장 속 엄마 보다 더 나이가 들었다.
내가 하도 버둥거려서 다들 남아 아이라 그랬단다
그런데 웬지 엄마는 여자 아이일 것 같아, " 예쁜 아기 낳게 해 주세요 " 하면서
난 얼굴도 모르는 유지인 인가하는 여자배우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다니셨단다.

난 독신주의자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그래왔었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독신주의라는 말을 입 밖으로 해본 적은 거의 없다.
친구들은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라지만 한번은 해 봐야 한다고 한다
내 생각에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결혼은 세인들이 말하는 보편적인 결혼생활은
아니더라도 그런 거 비슷한 건 할 것 같아 아니 해야할 것 같아 무조건 혼자가 좋아 라고 하지 않는다. 

난 " 무조건 난 독신으로 살꺼야  혼자가 좋아 " 라고 당당히 말하는 이들이 존경 스럽다. 
그들은 어떻게 저렇게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까 ? 그리고 묻는다.
" 너 만약 완벽한 조건에서 니가 원하는 완벽한 상대가 나타나 너에게 구애를 한 대도 안 할거야 ? "
그러면 어떤이는 " 글쎄...한번 생각해 보고 ... " 라고도 하지만
" 그렇다 치더라도 안해" 라고 고집하는 아이도 있었다.

난 이 아이에게  뭔가를 찾아내려고 다시 묻는다.

" 왜 ?? "

하지만 내 질문에 납득할만한 이유를 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자기가 모셔야 할 힘없는 부모님, 점점 늙고 추해지는 내세울 것 없는 자신들의
모습을 걱정하고 있었다. 내 눈에는 참 대단해 보이는 사람도...
그러면서 어떤이는 그런다. " 그렇게 완벽한 사람은 절대 없어 "

그들은 내 질문을 오해하고 있었다.
난 분명 완벽한 조건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들은 완벽한 조건을 가진 상대와 거기에 비한 초라한 자신들만 비교해 볼 줄 알았다.
내가 만약이라고 한 건
너도 완벽하고 나도 완벽할 때, 완벽한 조건에 완벽한 사랑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이다
그럴 때도 혼자일 것을 그렇게 확실히 얘기 할 수 있을지 그게 궁금한거다
난 못한다. 아니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내 감정의 확신이 든다면 난 무조건 혼자임을
포기할 것이다. 그래서 난 독신을 주장하지 못한다.
내가 독신주의자라고 말을 자신있게 이야기 못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내 인생에 있어 사랑은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가 ?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랑이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중에 제일을 사랑이라고 한 건 사랑의 다른 얼굴이 믿음이고 소망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 인생에 있어 결혼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는 가족을 만드는 것
가족을 만드는 것.... 내 아이를 만들고 교육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결혼이라는 걸 하기 위해 내 남편감, 내 아이의 아버지감을 까다롭게 고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자격이 내 아이를 잘 교육시킬 환경을 제공할 만한 사람이었으면 하고
그래서 그 가장 기본되는 조건이 훌륭한 인품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의미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
책임 져야할 아이는 인생에 없다.  두 사람 만을 위해 그야 말로 인조이 유어 라이프 하는거다. 한철 바짝 벌어 전 세계 각지로 여행 다니고 사진도 찍고 온갖 스포츠와 음악회 미술 전시회 콘서트를 다니고 여러 가지 악기를 배우고...  함께 할 수 있는,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다니며 재미있게 사는 거. 조금더 늙어서 고랑고랑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아니 그전이라도 ....그는 글을 쓰고, 난 그의 그림에 삽화를 그렸음 좋겠다. 내가 사진을 찍고 그는 글을 쓰고 , 가끔은  서로 역할이 바뀌어도 좋고....
사진전 그림전 전시회도 하고 사흘에 한번은 밤마다 집안에 사람들이 득시글 거리면서 술판이 벌어 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없는 아이는 그와 나 서로의 눈 안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이 였음 좋겠다. 그들에게  아이 없다는 게 인생에서 얼마나 큰 기쁨을 맛볼 기회를 잃는 것인지 모르는 거 아니다 라는 변명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해깊은 시선을 가진 사람이었음 좋겠다.  아니 그런 생각 조차 안들 정도로 바쁘고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전자가 남편, 내 아이의 아버지의 의미라면 후자는 내 평생을 담을 이성 친구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이 둘을 합하면 동반자의 의미가 될 것이고..
어떠한 모습이든 상관없지만 동반자 하나쯤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두 가지 모습 다  취하고 싶지만 첫번째처럼 어려운 결혼은 나 같은 책임감 절대부족인 아이에게는 적당치 않지 싶다.

내가 사랑을 보는 시선이 좀 딱딱할 진 몰라도 난 사랑은 무조건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섹스를 사랑을 위한 맞춤의식처럼 생각하는 그 이유이기도 하다
섹스를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사람, 그러다 망쪼나는 경우를 종종 봤다.
사랑과 순간적인 끌림 아니 단순한 매력과 혼동하다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을 간혹 본다.
만날 만큼 만나보고 , 맞춰볼 거 맞춰보고....  섹스는 사랑 저 밑에 있는 하위개념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애정없는 상대와의 키스도 달콤하다. 상대가 여성을 잘 알고 그 뒤에 질척거리지
않을 조건하에서 말이다. 그가 쿨해서 든지 자존심이 세서든지 그런 복잡한 , 아니 알기 귀찮은 상대의 감정에는 상관없다. 질척거리지만 않으면 된다.  
내 주변에서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이라는 조건도 좋겠다   

엄마의 일기장을 읽고 무거운 외로움, 약간은 슬픔 비애 같은 걸 느꼈다
어머니 라는 엄마라는 이름 뒤에 짙에 드리워진 슬픔의 그림자.

내가 엄마 속을 뒤집고 헤치고 할퀴고 한 적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엄마라는 이름을 달기에는 너무 부적격자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얼토 당토 않게 태몽이라는 꿈까지 꾸고나니 더 기분 이상하다
비릿하게 슬픈 감정이 스르르 밀려온다.

내가 독신주의자 라고 말 못하는 이유 중에 외로워서 라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외로울 때에는 누군가 함께 한자리에 함께 있어도 외롭다.
외로움의 이유는 외로워서 이기 때문이다.
외로운 건 외로워서 외롭다. 그리고 그 외로움은 외로움을 키운다.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면 쓸데없는 기대와 오해가 싹튼다.  

며칠 전 별 보러 나갔다가 새벽에 들어 온적이 있다.
들어와서는 웬지 모를 허허로운 감정이 밀려와 거실에 대자로 팔다리 쭈욱 뻗고 누웠다.
눈을 감고 그렇게 누워있는데 엄마가 나오신다.
그리곤 옆에 누우신다.
그리곤 손을 꼬옥 잡아 주신다.

난 그냥 자는 척 했다.

엄마가 작은 목소리로 읖조리듯 이야기 하신다.

" 어디갔었니.... 도로 중앙을 냅다 뛰기엔 도로에 차도 너무 많고
  네가 좋아하던 놀이터도 주자장으로 변해 없어지고
  너랑 놀아줄 애인도 없는데 어디서 뭐했니 "

킥하고 웃을 뻔 했다.
눈물도 찔끔 날 뻔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끈적해지는 열대야였지만....
뜨듯한 엄마 손이 좋았다.

난 엄마처럼은 못 살 것 같다.

미안하단 말 보다는 마음으로 갚자 라고 했던 서른아홉의 엄마의 모습이 너무 내겐 힘겨워만 보인다. 공부하기도 논문 쓰기도 사는 것도 만사 귀찮은 ...요즘 따라 더 한심한 내 낯선 이 모습도 참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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