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에서 핏물 뺀 닭뼈를 내려 놓을즈음 그 여편네는 귤을 까먹고 있었다. 얼마남지 않은 살점과 함께 고아지는 닭뼈다귀들을 보니 펄펄 끓는 물속에서 그 여편네가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 같다.. 여름 뾰족 구두를 신었다. 바지가랭이는 어디서 묻었는지 흙이 잔뜩 묻혀 있다. 엉덩이는 하마 엉덩이만하다. 얼굴은 더 이상 살이 붙을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해져 있다. 귤을 까먹는 손은 나 보다도 더 험하다. 손가락 사이사이 새까맣게 때가 끼여 있다. 머리에서는 비듬이 뚝뚝 떨어진다. 옷은 며칠을 갈아 입지 않았는지 냄새가 진동한다. 그 여편네가 들어가면 딱 맞는 허름한 욕실로 그녀의 엉덩이를 밀어 넣었다. 어머니가 선물 받아 입지 않고 날 입어라고 준 팬티를  꺼내 들었다. 장농 깊숙이 있던 팬티......펼쳐보니 엉청 크다.  어머니는 이 팬티에 내 궁둥짝이 맞다고 생각하고 주신것일까? 아니다. 포장이 그대로이다. 슬그머니 욕실로 집어 넣어 준다. 한참을 급탕을 올려 놓아서 선이 지나간 욕탕 앞은 그냥 서 있어도 따뜻하다. 싸구려 샴푸를 건네준다. 딸 애한테 말하듯이 말했다. 세 번 씻어라고 말이다. 

 몸에는 향내를 풍기고 제법 촉촉히 젖은 얼굴이 귀엽게 상기 되어 있다. 뜨끈뜨끈한 떡국을 한 그릇 내밀었다. 이것 먹으면 속이 따스해진다도 하면서 말이다. 삼일을 밖에서 잤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잤을까? 요새는 찜질방도 많고, 집 나와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깨끗이 해 다닐수 있는데............. 고로 돈이 없어서이지. 삼일을 떠 돌다가 결국 온다고 온 집..............그 집에서 그 여편네는 오랜만에 속까지이 따뜻해지는 국물을 들여 마셨다........ 따뜻한 국물에 돌아 다닌 찬 바람도 멍든 자국도 다 잊은듯 하다.

 미쳤다고 자식새끼는 줄줄이 낳아서 저 지랄을 한다야! 저렇게 살 바에야 자식을 낳지 말든지. 아님 한 명을 낳든지. 세명이나 쳐 낳아가지고..........돌은 년.

무엇이든지 손으로 해결을 보는 서방놈이라는 놈이 전화가 왔다. 남의 일에 끼는 것도 싫지만 모지란 년 데리고 일 시켜 먹을라고 하면 살살 구슬려야지 뭐하는 짓이냐고 조용히 말했다. 서방놈이 말한다. 세 번을 말하면 알아 들어야지요 말이다. 그래도 인간 이하의 취급은 하지 말아라고 했다. 자식을 세 명이나 둔 애미인데 뭐하는 짓이냐? 애들이 커는 것이 안 보이냐? 는 둥 입에 발린 말을 한다.

따신 국물 먹고 예쁘게 샴퓨 냄새 폴폴 풍기고 있는 여편네한테 그 여편네가 말하는 서방넘이 왔다. 아이 셋에 농사는 밀려 있고 곰같이 부려 먹었던 일꾼이 사라진지 삼일만에 일손이 딸렸나 보다. 여편네가 눈을 흘긴다. 안간다고 앙딸을 부린다. 슬쩍 자리를 피했다.

한 참 뒤에 보니 여편네가 서방 넘의 뒤를 쫄레쫄레 따라 온다.

한마디 했다. 멍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행복하냐? 부끄러운듯 둘이 웃는다. 좋은 일로 봅시다. 어차피  같이 살기로 작정했으면 모지라면 배워주고, 일 시켜 먹을라치면 살살 꼬들겨서 시켜요!  잘 가요. 빠이빠이......"미친년놈들"하고 보니 그 뒷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미친년놈과 같이 노니 나도 미쳤나? 내 나이 이젠 삼십대 중반인데 오십넘은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있으니 오늘밤 이렇게 앉으니 이것이 행복이냐? 불행이냐?

 슬리퍼 신은 발가락이 시리다. 잠깐 뒤돌아보면 내 사는 것은 행복일진데 난 무엇을 바라며 욕심을 부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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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1-22 23:06   좋아요 0 | URL
으음..소설을 읽는 기분입니다. 성! 성은 그러고도 남는 위인이셔요. 내 진즉 알아봤어..참, 알고보면 정말이지 위대한 풀뿌리 인생들...

다연엉가 2004-11-22 23:11   좋아요 0 | URL
내가 인생을 아는건지 가끔 뒷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도록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내 어머니 아버지가 풀뿌리 인생들이라는 생각도 들구......집에서 울 옆탱이가 걱정이 되어서 전화가 왔네. 쇼핑백 하나 들고 오라는데 좀 고상한 것 들고 가고 싶은데 죄다 이상한것뿐이네. 나 간다......따뜻한 남자한테루~~~니는 없제????메롱!!!!ㅋㅋㅋㅋㅋ.

비발~* 2004-11-22 23:17   좋아요 0 | URL
나도 암말 안하고 가야지....;;

비로그인 2004-11-22 23:21   좋아요 0 | URL
푸쉬식..쌤여, 들리십니꽈. 복돌이 가슴 재가 되는 소리럴..책울성! 거 서씨요! 서랑께요! 으흑흑흑..T^T

파란여우 2004-11-22 23:42   좋아요 0 | URL
단편소설-제목은 "그여자가 사는 법"...그리고 남자 없는 사람한테 약 올리고? 후환이 두렵지 않나?..복돌하고 연대해서 쳐들어갈끼야!!!

다연엉가 2004-11-23 08:17   좋아요 0 | URL
쌤여! 퍼런 망토 휘날리며 가시더니 꽃미남이 되셔서 오셨네요. 샘이 없는 이 세상은 건더기 없는 콧물이고...........히히히

복돌이/ 히히히. 도망갈려고 몸은 달리는데 다리는 그자리여. 나 집에가서 머리맡에 쥐포 한 마리 구워서 한 캔 먹으면서 책 좀 읽다가 잤쥐. 흑흑 아예 밥을 먹을 걸....

여우엉가/ 오호호호. 그 여자가 좀 현명하게 살았으면 싶은데 사는 방식이 다 틀리니....난 남자가 때리면 사생결단하고 달려들건데...(참 그여편네는 그런적이 있었는데 미친넘이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오더라네요. -..-) 엉가. 이젠 다들 시커먼 코트 휘날리고 쳐 들어오지요. 조폭 아지매들 흐흐흐흐. 쌤은 반장.ㅋㅋㅋㅋ

로드무비 2004-11-23 09:48   좋아요 0 | URL
책울타리님, 어젯밤 늦게 이 글 읽고 감격하여 댓글 다는데 달려야 말이지요.

서너 차례 시도하다 포기하고 잤습니다.

그 댓글 고대로 써보라고요? 그러죠 뭐.

--공선옥의 소설을 한편 읽은 기분입니다.

다연엉가 2004-11-23 14:11   좋아요 0 | URL
로드무비님/ 으하하하. 욕이 섞여 좀 미안습니다. 그 욕이 속으로는 진짜로 했거든요. 잘 못쓰서 그렇지 일상이 다 소설같습니다요.^^^^

비발~* 2004-11-23 19:28   좋아요 0 | URL
나 언니할래... 무슨 자다가 봉창 뚜들기는 소리래?

다연엉가 2004-11-23 20:54   좋아요 0 | URL
쌤!!!!!!!!!!큰~~~~~~~~~~~~~엉가! 헤헤헤헤.

2004-11-23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4-11-24 18:32   좋아요 0 | URL
휴.. 정말이지 단편소설 한 장면이에요... 음... 겨울에 님 글을 읽으니 더 따스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