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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대단하다고 하지 마라
해릴린 루소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장애인이 쓴 책을 읽으면 우선 드는 생각이 바로 '대단하다'이다. '대단하다' 이 말 속에는 그렇게 하지 못할텐데, 또는 그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에는 다름을 대하는 태도가 작동한다고 한다.
신체장애, 지적장애. 다른 사람인데, 이들은 사회에서 없는 사람 취급을 받거나 도움을 받아야만 할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사회적인 부담이라는 생각을 지니는 사람이 더 많고, 태어나서 자라면서 장애인 자신들도 이런 생각을 지니게 하는 환경 속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의 저자인 해릴린 루소의 글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장애인들을 가엾게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만큼이나 장애인 스스로도 자신들을 장애인으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는 사실.
이만큼 다름은 삶을 살아가는데 상당한 차별로 작동을 한다. 그런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을 언론이 다뤄주는 이유도 장애인들이 우리 삶 속에 녹아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같지만 겉돌고 있음을 언론에서 다루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장애가 없는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 무에 대수란 말인가? 그럼에도 장애가 있는 사람이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운동을 하거나 하면 대단한 일을 한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보도를 한다.
이런 보도를 자연스레 접하면서 생활하는 우리들 역시 은연 중에 장애인은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은 사람으로 인식을 하게 된다. 우리만이 아니라 장애인들조차도.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닉 부이치지'나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책을 보면 그들이 너무도 자연스레 성공했다고 여겼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외모를 거울을 보면서 진저리친다든지, 다른 장애인을 만나면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싫다든지, 이것은 장애가 없는 사람이 장애인을 볼 때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해릴린 루소는 말해주고 있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불만을 표하듯이 장애인들도 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 장애인으로 인식하고 이런 자신의 모습을 긍정하기까지는 꽤나 어려운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것.
우리에게 장애인으로서 성공한 대명사로 통하는 헬렌 켈러도 역시 수많은 갈등을 거치면서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갔을텐데, 우리는 그런 내적 고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외부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장애인의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이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가는 해릴린 루소의 글을 읽으며 깨닫게 된다.
장애인이 생활하기에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실례로 우리나라 학교만 해도 그렇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 교육받기를 거부하는 부모들도 있고, 장애인 학교가 동네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마을 사람들도 있는 형편이니, 그들과 함께 하는 삶, 그들을 편견없이, 아니 장애인이라고 명확히 인식하고 생활하는 일은 아직도 힘들다.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배려하라는 얘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장애인임을 부정하라는 것도 아니다. 장애를 인정하되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감정, 욕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감정이나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는 데는 장애인이냐 장애인이 아니냐는 구분은 필요없어져야 한다.
이 책의 저자인 해릴린 루소는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는데도 오랜 시일이 걸렸다. 그런 자신을 똑바로 보는데도 오랜 시일이 걸렸고.
그렇지만 그는 안다. 장애를 부정한다고 장애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장애로 인해 남들의 도움만 받아야 한다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그냥 다른 생활을 할 뿐. 생할에서 다를 뿐이지만 느끼는 감정, 욕구들은 같다고... 세상에서 여성, 장애인으로서 차별받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그것들을 차별이 아닌 그냥 다름으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것.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감정들을 솔직하게 내보이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 해릴린 루소를 '대단하다'고 하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하지 못한 우리들을 '대단하다'고 해야겠다. 비꼬는 의미에서. 그러니, 이런 비꼼의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더 낮은 곳에서 바라보고 행동하는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