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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쪽으로 가라 ㅣ 김소진 문학전집 5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7월
평점 :
짧은 소설이라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꽁트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주로 5쪽을 넘기지 않는 아주 짧은 소설들.
장편, 중편, 단편이라는 말에 다시 장편(掌篇)이라는 말이 어색해서(장편이라고 한글로 쓰면 아주 짧은 소설과 긴 소설이 같은 글자로 어떤 소설을 이야기 하는지 알기 힘들게 되어 버리니) '엽편소설'이라는 말로도 쓰이는 소설들이다.
짧은 소설들은 특징이 있다. 사건은 하나여야 하고, 인물들도 최소화되어야 한다. 게다가 결말 부분에서 극적인 반전이 있어야 한다.
결말을 독자가 다 예상할 수 있는 것이면 재미 없다. 이미 익숙한 결말에 독자들이 새로움을 느낄 틈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주 달라서도 안 된다. 도무지 독자가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이라면 독자들의 손에서 멀어진다.
그래서 꽁트는 힘들다. 너무 익숙해서도, 그렇다고 너무 독창적이어서도 안 된다.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여기에 결말은 주로 행복한 결말이어야 한다. 비극이어서는 안 된다. 비극을 느끼기에는 분량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꽁트를 자신의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서 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려 한다.
그러니 꽁트는 가볍다. 결말도 행복하다. 예측 못한 반전도 있다. 이래서 읽는 재미가 있다. 김소진의 다른 소설들, 중편 이상 되는 소설들이 과거로, 과거로 가서 현재를 재구성해내고 있다면, 그래서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면 이 소설집에 있는 소설들은 경쾌하다.
왜 이렇게 경쾌할까 했더니, 본래 이 소설집은 '사보'에 썼던 것들을 모아 놓았던 것이라고 한다. '사보'가 무엇인가. 회사에서 내는 홍보 책자 아니던다. 이런 책자에는 직장인들의 생활이 담겨야 하지만, 직장인들의 생활이 무겁고, 어둡고, 비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직장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경쾌하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단지 직장만이 아니라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도 마찬가지로 밝고 명랑하게 보여줘야 하고.
그래서 이 소설집에서는 밝음과 명랑함, 사랑이 넘쳐난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난다고 할 수 있다.
김소진 소설 읽기의 어두운 터널에서, 사회의 중압감에서 빠져나와 밝은 햇살을 즐기며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한편 한편의 소설들이 그렇게, 어디론가 여행을 갈 때 버스나 기차 좌석에 앉아 읽으면 더욱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그런 소설들이다.
우울할 때,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느낄 때, 가정생활에서 만족감을 못 느낄 때, 여기 소설들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